공포의 문법 감상
듀나 ‘공포의 문법’을 읽었다. 전반적으로 영화 8, 소설 2 비율의 현대 버전 공포문학의 매혹과 듀나 에세이가 더해진 느낌의 책이다. 작가가 보고 읽은 공포 매체에 대한 감상이 폭격처럼 쏟아져 내려오고 90년대 이전 작품, 특히 영화에 대해선 전무한 경험인 나는 허둥지둥대다보니 끝이 났다. 역시 인상적인 부분이라면 이러한 호러픽션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쌓아나가며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호러에 대한 생각들이었다. 호러의 윤리적 요소나 호러에 페미니즘이 반영되는 방식에 대해, 호러가 어떻게 현실과 관계하고 따라서 호러 감상자와 창작자가 호러에 대해 어떻게 감상하고 창작해야 하는가 하는 어떠한 기준을 제시하는데 여러가지로 동의하는 부분이 많았다. 애초 편집 쪽 기획은 창작자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목표로 했다는데, 아닐 건 없지만 역시 분류나 기원을 찾아야 할 연구자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긴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공부해야할 작품을 많이 알게 되기도 했고, 작가는 작법서가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나는 1)일단 작법서는 기성 작가와의 공감대를 만들 수 있어 현재의 작업과 작업 방식에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 2)학습이라는 개념이 단순하게 익힌 것을 그대로 실행(부사 사용 금지처럼)하는 것만 있는 게 아니라는 점 3)작법서를 쓰는 작가가 그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점 4)좋은 책 한 권을 읽는 건 늘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작법서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이 책도 창작자에게 일반적으로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당장 창작하기 위해 자료조사가 필요했는데 그 요소가 용어설명에 있어 유용하기도 했다(하여간 책을 읽는 건 예상치 못하게 도움을 준다). 에세이 요소가 듀나의 다른 도서들에 비하면 꽤 많다고 생각해서 듀나 작가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도 재미있는 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깜빡해서 덧붙이는 부분. 이 책은 아무래도 최근 부상하는(?) 일본 호러나 한국 호러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도시전설이나 크리피파스타, 그리고 그 파생 작품인 SCP재단이나 백룸, 호러 게임들에 대한 요소들은 없다. 아마 작가가 전혀 즐기지 않기 때문인듯한데, 이런 요소들은 오히려 웹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요소이므로(애초에 웹에서 만들어졌으니 당연하다) 책의 가치가 도리어 발한다고도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