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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률 외 11인 : 꿈을 걷다, 스티븐 킹 :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김이환 : 절망의 구, 미치컬린 : 타이드랜드, 성상현 : 낙향무사4, 김상현 : 하이어드1, 2, 3

꿈을 걷다, 라는 이름은 이 단편집에 어울리지 못했다. 꿈은 판타지를 연상시킨다. 판타지와 무협은 다르고 차이가 확연하다. 무슨 생각으로 한 책에 구겨넣은건지 잘 모르겠다. 설마하니 ‘따져보면 무협도 판타지아니냐’ 같은 소리는 안 하시겠지. 설마 퓨전 판타지에서 아이디어를 따왔거나 하지는 않겠지.

김정률의 이계의 구원자는 일반의 양판소를 단편으로 함축시킨 단편이었다. 하지만 초점을 맞추었기에 단편에 어울린편이었다. 문영(초록불)의 구도는 잘 짜여진 무협 단편인데, 별로 할 말이 없다. 재미있었다. 민소영의 꽃배마지는 암만 생각해도 어떤 글인지 생각이 안난다. 무슨 내용이더라? 윤현승의 인카운터는 이번 단편집에서 자신있게 추천할 수 있는 네 작품 중 하나. 이재일의 삼휘도에 관한 열 두가지 이야기가 또 다른 하나. 전민희의 11월 밤의 이야기는 분위기는 잘 잡고 들어가다가 중후반부는 혼잡해졌다. 조진행의 월아 이야기는 흔한 이야기. 좌백의 느미에르의 새벽은 하드보일드 냄새나는 SF. 평이. 진산의 두 왕자와 시인 이야기, 그릇과 시인 이야기는 앞서 말했던 네 작품 중 하나(그릇과 시인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 하지은의 앵무새는 단지 배가 고팠을 뿐이다는 너무 뻔하지 않았나 싶다. 한상운의 거름 구덩이는 공포 무협. 일독을 권함. 홍성화의 마그니안은 뻔해 보이다가 괜찮았다가 혼잡해진 느낌.

전체적으로 이름값 못하는 글들이 좀 많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별 주제도 없이 모은 단편집이라서 괴랄한 느낌도 들었다. 무슨 생각으로 한 책에 구겨넣은건지 잘 모르겠다.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재미있었다. 주인공은 여자아이고 가족들과 함께 숲에 놀러왔다가 길을 잃었다. ―가 이야기의 시작이다.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주인공은 유명한 야구선수의 팬이고, 숲 속에는 소녀를 쫒는 위험이 있다. 그려질 이야기가 눈에 보이는데도 아주 재미있었다. 잘 쓰면 뭘 써도 재미있구나 싶어서 나는 조금 우울해졌다.

뱀발: 스티븐 킹의 주인공 굴리는 솜씨가 아주 일품이었다.

절망의 구는 공인된 문학상을 수상한 만큼 완성도와 오락성을 고루 갖추고 있었다. 장르를 구분하자면 재난물인데, 직경 2m 정도의 구球가 사람들을 삼키며 일이 벌어진다. 김이환의 거울 인터뷰를 상기해보면, 좀비물에서 많이 따왔다는데, 확실히 그런 느낌이 강하다.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선 매우 즐겁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그와는 별개로 주제 또한 아주 강렬하게 전달한다. 김이환의 색다른 면모라서 재미있었다.

타이드랜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소재를 따온 소설이라길래 들어봤다. 정신나간 소설이었다. 이상하다거나 재미없다거나 한게 아니라, 일전의 ‘모두 씩씩해’에 대한 감상과 같은 정신나감을 말한다(나는 사실 파우스트 계열의 라이트노벨과 이런류의 판타지가 뭐가 다른건지 모르겠다). 이야기 자체는 괜찮았고, 결말은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과 주인공 친구가 상상하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영화의 비쥬얼로도 한번 보고 싶은 생각이든다.

낙향무사는 뜸들이는 일 없이 이야기가 잘 흘러가고 있다. 4권의 경우에는 위기도 겪고 일도 벌이고 그러는데 아주 좋았다. 딱히 다른 덧붙일 말이 없는듯.

하이어드의 표지에는 코스믹 판타지라고 적혀있는데 이건 그냥 SF 아니냐고 해보고 싶다. 좀더 정확하게 하면 하드보일드SF. 아니. 하이어드를 가리키려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야 할지도. 적어도 코스믹 판타지는 아니다. 각 권이 하나의 결말을 가지며, 매권마다 주인공인 메이런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2권 부터는 메이런의 친구인 아이라도 등장한다(교차서술이 이루어진다). 배경은 상당히 은유적이고 곧 주제와 직결되어 있는데, 아주 재미있다. 각 권 나눠서 소개해보고 싶지만 내 재량으로는 미리 니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관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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