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의 『아직은 신이 아니야』단평
소설을 읽는 시간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빠르게 읽기 위해서는 의도적인 무리를 행하여야만 한다. 듀나의 ‘아직은 신이 아니야’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열 하나의 단편(그리고 엽편)으로 이루어진 책을 읽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본작은 배터리라는 초능력을 기반으로 하여 그에 연계되는 복잡다난한 사회의 변화 모습과 그에 대응하는 개인의 역사들을 그려내고 있다. 사방팔방으로 이어지는 상상력은 독자에게 생경함과 낯설음을 주지만 문제는 그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가는 각 단편의 틀에 장르 클리셰와 서사 템플릿을 빌려온다. 이런 시도는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의 결합으로 각 작품들은 안정적인 구조를 가지게 되고 그런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다. 다만 결말부의 이야기까지 ‘의당 그렇게 되어야 할 것 같은’, 이를테면 과거의 SF들이 해왔던 전철을 밟는 것은 사뭇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렇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초능력자에 대한 장르 로망과 ‘설마 여기까지’ 라고 생각 했을 때 조금 더 뻗어나가는 상상이 좋았다. 마찬가지로 초능력자에 대한 소설을 몇 년간 구상하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이야기가 마구 뒤섞기기도 하였다.
그 외 작품에서 드러나는 작가의 세계관과 태도는 작가의 매력으로 여전히 고스란한듯하다. 사족이나, 지나치게 친절한 각주와 ‘허공중’이라는 단어가 거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