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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박물관 관람 이야기 : 페르시아 관람

대구 국립 박물관에 갔다. 저번 주 금요일 날.

대구의 다른 주요 시설들 처럼, 국립 박물관 또한 대구 외곽에 짱박혀 있었는데, 30분 정도 걸어서 지하철 1호선을 탄 다음, 25분 정도 가서 2호선으로 갈아타고 15분 정도 더 갔다. 당연스럽게도, 거기서 버스를 또 타서 나서야 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돈에서 기름으로, 그리고 그 기름이 열과 에너지로 사라지며 엔트로피를 상승시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우주는 생각보다 빠르게 열평형 상태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아무튼. 학교에서 일 없는 고등학생 여러분들을 위해서 관람료 까지 내면서 관람을 시켜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음. 이유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오가는 길이 아주, 아주, 아주 좋지 못했기 때문에 별로 오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마음에 드는 점은 딱 하나. 오는 길에 첫 눈을 맞았다는 것이다.

아니 그러니까. 중요한건 이게 아니라. 어찌 됬든 밖은 추웠기 때문에 박물관 안에서 아직 미처 오지 못한 아이들을 기다리게 되었다. 박물관은 전체적으로 볼 때, 심플했다. 로비 전에 안내 데스크가 있고, 로비에는 석주가 두 개 서 있었는데, 박물관 본래의 디자인과는 무관한, 공기를 떠바치고 있었다. 페르시아의 어떤 시대의 건축양식을 따른 석주였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도 별다른 감상은 가지지 않았다. 아래 안내문에는 영원히 기억될 것 같지않은 지명과 ‘저건 소 입니다.’ 하는, 눈이 있다면 누구라도 알법한 설명만 있었다. 바로 옆도 비슷한 석주 였는데, 생김새가 좀 달랐다. 뭣보다 위에 얹혀진 동물이 달랐는데, 그러니까 소가 아니었는데, 하이에나 같으면서도 고양이 같은데, 뿔이 달려 있어서 도대체 뭐가 뭔지 알 수 없는 동물이었다. 뿔이 소와 별 다를바 없어서 소 친구인가 싶었다.

곧 박물관 관람이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우리는 우르르 몰려서 어떤 강의실 비슷한 곳에 앉혀졌다. 아가씨 한 분과 아저씨 한 분이 관람전에 배경지식을 좀 쌓게 도와준다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얼마 보지 못한 기행문에서도 귀가 닮도록 들었던 것이라 그분들 설명을 열심히 들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강의실에 들어갈때와 마찬가지의 텅빈 머리로 나오게 되었지만, 그래도 의지라도 보였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발전인가 하고 자위했다.

사람이 많은 관계로 1관과 2관을 나누어 들어가기로 했다. 나는 2관 부터 들어갔다. 뭔가 많았다. 강의실에서 봤던 장식품이나 금속 공예품들이 눈에 들어왔는데, 황금으로 만든 것이 많아서 번쩍번쩍 했다. 물론 사진으로 보는 것 만큼의 광택은 안 났지만, 분명 한입 깨물면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보여줄 것 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특히 사자의 잔인가. 그건 구겨진 부분이나 닳아버린 부분이 없는데다가 사자 머리도 꽤 멋졌다. 생각해보니 그냥 잔이 아니라 뿔 잔이라고 불렀다. 뿔 모양. 페르시아 인들은 뿔을 중요시 했다고 했다. 로비에서 봤던 소 친구도, 사자의 머리에 뿔을 붙인 것이리라.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왜 중요시 했더라?

2관을 나오면서 옆 벽면에 조각된 사자와 소를 보았다. 음. 사자와 소가 맞는지 모르겠다. 적혀있던 설명으로는 ‘계절의 변화를 은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다고 나와 있었다. 그 뒤로는 별로 기억나는게 없다.

1관 앞에는 만국의 문이라고 해서, 옛 페르시아의, 그러니까. 그게 언제더라.. 여튼 번성했던 시기에 주위의 나라에서 페르시아에 조공을 받히기 위한 사신들이 드나들던 문이라 했다. 박물관에 있는건 1/4 크기의 모형. 스핑크스 사촌 뻘 되는 것이 앉아 있었는데, 더 컸다면 웅장한 느낌이 났으리라 생각했다.

1관의 초반부에는 페르시아의 역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 등이 나와 있었는데 그냥 뛰어넘기로 했다. 사실 좀 귀찮았다.

좀 걸어가면 토기와 청동기 등이 좀 나왔다가, 석상이나 석상 모형 같은게 등장했다. 그런 것들은 흥미를 끌었다. 특히 사자 발이겠지만 고양이 발이라고 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 품안에 가득 들어올 석주 받침은 시커먼 색이라서 기묘한 느낌을 주었다. 알고보니 1관 끝에는 그 번성했던 페르시아를 재구성해서 보여주는 비디오를 계속해서 틀어주고 있었는데, 그 때의 도시는 닳고 닳은 회색의 도시가 아니라 맨질맨질한 검정색 도시였다. 몇 십개의 석주가 지탱하는 천장 아래의 가득한 허공을 상상하니 숨이 막혔다.

그대로 걸어나오다가, 이대로는 어쩐지 아쉬워서 한번 정도 더 돌아보다가, 예정된 시각보다 일찍 귀가 하라는 방송을 듣고는 박물관에서 나오고 말았다. 아마 박물관 직원들은 시커먼 고등학생들이 무슨 일이나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했을 것이다. 나도 좀 조마조마 했으니까.

이것으로 끝이다. 나는 눈 맞으면서 집으로 왔다. 사진은 없다.

아. 이건 꼭 말하려고 했는데 중간에 빼먹었다. 페르시아 인들은 수염 기르는걸 상당히 좋아했던 것 같다. 아니,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조각상마다 수염을 그렇게 부각시켜 놓은건지.

그것 때문에 꽤 유쾌하다는 기분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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