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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당_좋아하는_작품

#마음당_좋아하는_작품

1. 오츠이치의 ‘미처 죽지 못한 파랑’. 이지메를 당하는 소년이 파란색 아이를 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유년의 그늘을 비추는 창백하고 서늘한 빛은 역설적이게도 따뜻하기 그지 없다.

2. 로저 젤라즈니의 ‘프로스트와 베타’. 인간이 모두 죽고 사라진 먼 미래, ‘인간’을 취미로 가지게 된 로봇 이야기. 황야 위의 거대한 정육면체라는 이미지와 보이지 않는 내재된 안간적인 면모 사이의 흔들림이 사람의 모습을 그려낸다.

3. 이언 뱅크스의 ‘비지니스’. 아주 먼 과거부터 세계의 경제 뒤에서 암약하고 있던 집단 비지니스의 간부 이야기.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아닌, 순수한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병폐를 선한 의지로 명확히 가리킨다. 자본주의에서만 가능한 강간은 명장면.

4. 이영도의 ‘피를 마시는 새’. 서로 다른 네 종족이 조화롭지 못하게 힘겹게 다음 한 발을 내딛는 이야기다. 수 많은 인물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맞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힘이 좋다. 한국 판타지에서 이 영향을 받은 작품이 거의 보이지 않는 건 의외.

5. 마고 래너건의 ‘노래하며 누나를 내려보내다’. 여자가 사형당하는 동안 가족이 노래하며 배웅하는 이야기. 꼼짝할 수 없이 파국을 맞이해야 하는 이미지가 더없이 먹먹하다. 이토록 깊고 강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소설은 흔하지 않다.

6. 김이환의 ‘절망의 구’. 세상에 사람들을 삼키는 정체불명의 구球들이 나타나고 주인공은 도망치는 이야기. 재난, 특히 좀비 장르의 문법을 완벽하게 소화하면서 왜 좀비가 아니고 구여야만 하는지 드러낸다. 뒤로갈수록 거세지는 갈등과 압도적인 결말부.

7. 이언 M. 뱅크스의 ‘게임의 명수’. 컬처 최고의 게임 플레이어가 호구 잡혀서 게임으로 왕 뽑는 야만적인 외계인들과 게임하는 이야기. ‘게임’에 내재된 리얼리티를 완벽하게 체크한 작가는, 외딴 행성에서도 독자에게 박진감을 준다.

8. 우타노 쇼고의 ‘밀실살인게임’. 비밀 채팅방에 모인 가면을 쓴 다섯 사람이 각자 ‘현실에서’ 사건을 만들어 트릭을 만들고 서로 풀이하는 살인 게임을 즐기는 이야기. 줄거리만으로 설명이 충분하다. 밀실트릭을 다루는 신본격, 극한의 메타 추리소설.

9. 스티븐 킹의 ’n.’. 돌을 세어야하는 강박증을 넘겨 받은 인물이 우주적 공포의 진실을 확인해가는 이야기. 러브크래프트의 원형을 가져와 스티븡 킹의 방법으로 소화 해냈다. 강박증에 대한 묘사는 감탄이 나올 정도.

10. 황정은의 ‘상류엔 맹금류’. 어디 하나 잘나지 않은 남자 친구와 그 가족과 함께 소풍을 갔던 이야기. 아무것도 아닐 ‘사실들’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는 건, 별 볼 일 없는 ‘사실들’ 속에 서 있는 이들을 뒤흔드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를.

11. 로저 젤라즈니의 ‘고독한 시월의 밤’. 사악한 이들과 그들의 퍼밀리어가 한 마을에서 비밀스러운 의식을 시작하는 이야기. 러브크래프트에 대한, 고딕 장르에 대한 우주최강 팬픽션. 페이트/스테이 나이트를 생각하면 보다 오래된 원형이 있는걸까.

12. H. 포터 애벗의 ‘서사학 강의’. 거의 모든 것이 이야기이고 수 많은 갈등이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의 싸움이라고 알려주는 서사학 입문서. 이야기를 다루고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 지금까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이 읽어보면 좋을 책.

13. 조 힐의 ‘신작 공포 걸작선’. 이야기는 공포 소설 잡지 편집자가 한 기묘한 작가를 발견하고 원고를 받으러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호러 장르에서 발견하기 어려운 공포가 일어나는 순간을 명백하게 드러내고 있다. 조여오는 섬뜩함이 생생하다.

14. 테드 창의 ‘네 인생의 이야기’. 외계인의 언어를 탐구하는 언어학자, 그리고 그녀가 2인칭으로 자신의 딸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파트가 교차한다. 어찌할 수 없음과 그 앞에서 방황하는 목소리의 간극이 슬프다. 우리가 그 간극을 메울 수 있을까.

15. 소네 케이스케의 ‘코’. 코가 긴 텐구는 코가 납작한 돼지에게 핍박받는 세계. 핍박하는 가운데 돼지로 코 수술을 해주는 불법 의사의 이야기. 환상과 협실을 겹치고 두 가지 시점을 교차하는 스타일리쉬로 끔찍하고 잔인한 호러를 드러내는 생경함.

16. 최제훈의 ‘퀴르발 남작의 성’. 인간 아이를 잡아 먹는다는 소문이 있는 ‘퀴르발 남작의 성’을 무대로 하는 영화, 소설을 되짚어 가는 이야기. 무엇이 사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혼재된 설명들 사이로 조금씩 이야기의 실체가 고개를 내민다.

17. 차이나 미에빌의 ‘퍼디도 스트리트 정거장’. 온갖 기괴한 종족들이 살아가는 도시에서 기묘한 음모에 휘말리는 연인 이야기. 찐득하게 달라붙는 묘사와 계속해서 반복되는 역설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채워진 모험 소설. 어쩌면 반反 모험 소설.

18. 류세린의 ‘미친 여신의 정원사들’. 느닷없이 이세계에 떨어진 두 여고생이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이야기. 인터넷 연재 소설만이 보여줄 수 있는 밀도와 불균형이 매력으로 치환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소설. 류세린만의 세계관도 좋다.

19. 듀나의 ‘아퀼라의 그림자’. 초능력자들이 나타난 한국에서 아이돌들이 악당 잡는 이야기. 국내는 물론 해외 소설에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간결하고 세련된 문장으로 보여주는 어반 판타지. 듀나만이 보여주는 균형잡기가 정말 좋다.

20. 피터 와츠의 ‘블라인드 사이트’. 먼 미래 외계의 존재가 지구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흡혈귀를 선장으로 하는 우주선이 퍼스트 컨택트를 하는 이야기. 아주 복잡한 고밀도의 문장이 무엇까지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SF.

21. 마야 유타카의 ‘애꾸눈 소녀’. 자살을 위해 외딴 마을에 온 주인공이 탐점이었던 어머니의 유지를 이어 받으려는 애꾸눈 소녀와 만나는 이야기, 추리의 수 많은 갈래를 하나하나 짚어가는 강박적인 매력이 있다.

22. 스티븐 백스터의 ‘타임십’. 허버트 조지 웰즈의 ‘타임머신’ 직후로 이어지는 장대한 시간 여행 이야기. 인물들이 겪는 모험은 웰즈의 타임머신 이후 과학과 시간 여행 SF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23. 배명훈의 ‘타워’. 서울에 지어져 자치국으로 승격된 수 백층 빌딩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이야기. 각 에피소드들은 따로 노는 것 같지만 주제면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 과장된 상상력에서 비져나온 낭만적인 감동이 현실과 유리되었단 생각만 들지않는다.

24. 엔 레키의 ‘사소한 정의’. 인간을 사랑한 인공지능이 사소한 복수를 희망하는 이야기. 인공지능 1인칭을 내세웠지만 감각과 감정 선이 또렷한 문장, 익숙한 이야기를 깊은 울림으로 풀어내는 구성, 규칙을 엄수하는 완고함이 빚어내는 스페이스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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