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에 대한 이론, 이하진
열 에너지를 다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주인공 미르와 친구 건의 청춘 초능력자물에서 시작되는가 싶더니 소설은 돌연 의학 미스터리로 방향을 틀었다가 테크노 스릴러로 심화되고, 이윽고 하드SF가 된다. 이러한 장르 전환의 변곡점은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 미르가 ‘크리스마스의 비극’으로 대표되는 큰 사건의 후유증, ‘교란’과 상호작용할 때 일어난다. 사건의 진폭을 키울 수 있음에도 강박적으로 회피하는 이 서사는, 비극의 부외에 외롭게 맴도는 고통들에 시선을 옮겨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소설은 결과적으로 사회적 재난에 대해 사일러스라는 어른의 시선과 미르라는 동세대의 시선, 이 둘의 불일치를 조명하고 있기도 하다. 사회적 재난 그 자체가 아니라 부수적이라고 여겨진 재난 생존자들의 메아리가 어떤 불협화음을 이루고 그것을 어떻게 비명으로 들을 수 있는지 귀를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