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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게 에이지 :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진다, 오츠이치 : 실종 홀리데이, 배명훈 : 타워, 이언 뱅크스 : 다리, 문형진 : 인드라의 그물, 듀나 외 9인 : U, ROBOT, 마이조 오타로 : 모두 씩씩해, 성상현 : 낙향무사 1권, 2권, 3권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있다

카미스 레이나는 여기에 진다

옴니버스 단편집. 개인들이 ‘카미스 레이나’ 라는 현상 혹은 인물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을 순차적으로 적었다. ‘있다’ 는 현상에 대해서, ‘진다’ 는 그 현상이 발발하게 된 계기가 밝혀진다.

이 소설들에서 재미있는 점은 역시 ‘카미스 레이나’가 각 주인공들에게 어떻게 나타나게 된건지 밝혀지는 것. 그리고 카미스 레이나라는 현상의 논리. 하지만 너무 대화체 설명조인게 걸린다. 덜 신비로워보인다.

실종 홀리데이

단편 하나와 표제작 장편 하나로 구성되었음. 단편 ‘행복은 새끼 고양이 같은 모습’ 의 경우엔 다른 일본 소설의 단편들을 떠올리게 했다. 아마 일본 사람들의 귀신의 개념은 이런 것인가, 할 정도로 이런 류의 이야기는 자주 본다.

표제작 ‘실종 홀리데이’. 부제는 ‘오늘은 실종되고 싶은 날’. 부제에 소설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들어있다. 그냥 광고 문구만 봐도 느낌은 온다. 약간은 진부. 하지만 이때까지의 오츠이치 소설을 좋아했다면 권할만하다. 오츠이치의 냄새가 난다.

타워

6백층 짜리 빌딩 국가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SF 소설.

비판적이나 고리타분하지 않고, 날카롭지만 따뜻하다.

말을 더 붙여봐야 사족이 될 것 같다. 누구에게라도 권한다.

다리

모두 세 부분의 이야기로 나눠져 있다. 처음 읽기 시작할때는 혼란스러운 느낌이 들지만 중반부 쯤 읽어가기 시작하면 읽기를 포기한 프로이트가 떠오른다던가, 해몽책을 뒤적여볼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 어찌되었든 재미있는 소설이다. 셋으로 나뉘는 이야기 중에서 주인공이 꾸는 꿈중엔 코난스러운 - 마초스러운 꿈도 있는데, 이런 부분도 되게 재미있다. 문득 사족: 우리나라에 몇 권 들이지도 않은 이언 뱅크스의 소설이지만 모두 매력적인 여성이 등장하는게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인드라의 그물

이제 독창적인 세계관 같은건 광고 문구에, 하다못해 주목할만한 점 조차 아닌데 왜 자꾸 언급하는지 모르겠다. 중요한건 세계관이 얼마나 소설 속의 이야기와 어울리는가, 이다. 그런 점에서 인드라의 그물은 좋은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세계관 뿐만이 아니라 등장인물과 글의 구조적인 면에서도 그렇다. 잘 모르겠으면 소설 다 읽고 차례를 다시 보면 되겠다.

아쉬운 부분은 역시 후반부 - 대개의 사람들도 그렇게들 지목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에필로그와 외전까지 읽고 소설 다음의 이야기를 상상하다보면 그렇게 아쉽지는 않은 것 같다. 어쩐지 라이트노벨스러운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 에필로그 덕분이 아닌가 한다. 이제와서 보면 일종의 농담 같기도하고.

U, ROBOT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국내 SF 작가가 모두 있었다. 작가진 보고 황금가지가 아주 작정을 하는구나 싶었다. 기대치에서 약간 떨어지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괜찮은 단편집 아닌가 한다.

표제작 U, ROBOT은 이 단편집에 실린 작품 중 가장 프로답지 못한 느낌이 났다. 박시은 특급은 마지막에 배를 잡고 웃었다. 진짜 재미있다. 잘 가거라 내 아들 엄마는 널 사랑했단다는 표제작과 비슷한 느낌이 났지만 짧아서 괜찮았다. 파라다이스는 중반부 부터 어째 헛갈리기 시작하는게…….

천사가 지나가는 시간은 나름 노림수가 있었던 모양이나 황당할 따름이었다. 우주류는 멋졌다. 정말 멋있는 소설이었다. 좋았다. 무기여 잘가거라는 이것이 한국의 SF, 같은 느낌. 진부하지만 계속 나올 톡톡 튀는 아이디어 때문에 진부해질 것 같지 않은 이야기. 좋았다.

미래관리부는 듀나 냄새 풀풀 풍기는 작품. 듀나적 감성이랄까, 느낌이랄까 같은걸 느껴서 좋다고는 생각했지만 이야기 자체는 어디서 보고 여기서 또 본 느낌이라 별로였다. 다섯 번째 감각은 이전에 읽었는데, 찾아보니 감상은 보이지 않는다. 뭐 아무렴. 김보영의 SF 같은 느낌이다(좋다는 말이다). 매뉴얼은 배명훈 답지않게 그리 기대할만한 작품이 아니라기에 기대않고 봤다. 그렇게 나쁜지는 모르겠다. 그냥 ‘너무 많이 간거 아니에요?’ 한 마디 하고 싶은 작품.

모두 씩씩해

기존 마이조 오타로 작품을 보지 않고 본다면 정신나간 소설집이라 할 것이고, 마이조 오타로의 작품을 보고 또 본다면 ‘역시 정신 나갔어.’ 싶은 소설집. 잠들면 허공으로 떠버리는 언니부터 시작해서 ‘나’의 난잡한 성생활 이야기라던가, 하늘을 날으는 집의 가족들이 자신의 아들과 여동생을 바꿔치기 해버린다던가…… 하는 내용이 초반 몇 십 페이지에 들어가 있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것도 당연하다는 듯 치고 나가기 시작하면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뒤죽박죽 시작해도 정리가 착착 되면 더 그렇다.

이후 단편들도 대개 이런 느낌이지만 짧은 만큼 덜 혼란스럽다. 데드 포 굿은 그렇게 대강대강 가도 되나 싶은데 모두 씩씩해 읽고 읽으면 그다지 신경쓰이는 부분은 아니다. 화살을 멈추는 다섯 마리의 부리없는 새는 잘 모르겠다. 이거 뭐지? 스쿨 어택 신드롬은 모두 씩씩해 다음으로 좋았던 작품. 강렬하다. 우리 집의 토토로는 어쩐지 마이조 오타로스럽지 않은 것 같다, 의 느낌. 소말리아, 서치 어 스위트 하드를 읽으면 역시 이 사람은 변태가 아닌가 싶어진다.

낙향무사 1권, 2권, 3권

낙향한 주인공이 다 쓰러져가는 자신의 옛 가문을 부흥시키는 이야기. 당연히 주인공은 과거가 있는 사람. 어쩐지 판타지 영지물의 느낌도 나는데, 이런류의 무협판타지가 꽤 있는 걸 생각하면 판타지와 무협 누가 먼저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유쾌한 면도 있고 통쾌한 면도 있는 소설인데 작가의 기존 작품과는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는 것이라 한다. 하지만 변화는 성공한 편이고 증쇄도 했다. 자주 쓰이는 소재에 뻔히 보이는 이야기라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쓰면 그게 또 다른 법이라, 다음 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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