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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 체임버스, 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외

우오토, 지 - 지구의 운동에 관하여 1~8권

그냥 지동설 이야기 나오는 것으로만 알았는데, 알고보니 과학 철학 이야기를 줄줄 하는 내용의 만화였다. 깊게 들어가진 않고 내가 이해할만한 수준으로만 해서 다행이었다. 어느 잡지에서 연재 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꽤 전개가 파격적이다. 그리고 이 파격적인 전개를 꽤 여유 있게 수습한다. 1권이 끝날 때는 2권을 들기 주저했는데 8권은 좀 급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역사만화긴 하지만 역사적 사건 그 자체를 다룬다기보단, 역사의 공백을 어떻게 채우느냐에 중점을 둔 종류다. 이것도 부르는 게 있을 거 같은데 아직 역사 장르에 대해 해박한 수준은 아니라서 모르겠다.

작중 주인공은 인물이 아니라 ‘지동설’ 그 자체라는 점도 주요한 포인트. 군상극으로서 ‘인물’이 주인공이 아닌 작품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아와아키 히토시, 히스토리에 1~11권

아주 예전에 5권즈음까지 읽었었다가 더는 읽지 않았는데 근 20년간 겨우 여섯 권이 나왔다니 통탄할 노릇이다. 그간 내용을 모두 잊어버렸기 때문에 1권부터 읽었는데 그때 읽은 좋은 느낌만큼은 여전히 떠올랐다.

아무튼 작품 자체는 명작이라고 부르기에 주저 없을 작품이다. 작품 내내 암시와 역사적 인물의 재해석과 즐거운 고증(완벽한 고증이 아니다)들까지. 작품 속 이야기도 교묘하게 적층을 쌓아 이후에 어디에 도달할지에 대한 기대가 된다.

다만 이런 전개 속도로는 30권 정도는 되어야 완결, 또는 전환점에 도달할 거 같은데 작가가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다. 연재 작품을 하면 그래도 죽기전에 다 그려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이어 그릴 사람이 있다면 다행인데. 일본의 연재만화 작가들은 나와는 생각이 좀 다를지도.

문지혁 외, SF 보다 Vol. 3 빛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빛을 위한 기도 - 앤솔러지를 여는 좋은 글. 빛 그 자체에 대한 좋은 에세이 같기도 하다.

어떤 구원도 충분하지 않다 - 진화론적 흡혈귀 이야기. 설정만 보면 블라인드 사이트가 많이 떠오르고, 내용 전개 자체는 맨 프롬 어스가 생각난다. 가상의 설정을 그럴듯하게 우겨나가는 것이 좋다.

굴절과 반사 -서정적인 문체의 심해 도시에서 탈출하는 이야기. 정적인 요소가 많아서 마지막의 포인트가 생각한 거보다 여운을 준다.

시계탑 - 여러모로 이언 뱅크스의 다리 같은 작품이 떠오른다. 금치산자의 의식이라는 건 나도 여러번 생각해본 것 같고 작품으로 쓴 것도 있는데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라블레 윤의 마지막 영화에 관한 소고 - 꽤나 자유분방하게 쓰인 메타픽션. 우주에서의 영화를 다룬다는 점이 재미있다.

누구에게나 신속한 정의 - 근미래를 그리는 먼데인SF로, 공모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소재인데도 제대로 될 걸 찾기 힘든 편이다. 그리고 이 작품은 제대로 썼다. 작가의 AI에 대한 태도는 내가 동의하지 않지만 별개로 이 작품은 의미있고 이 경고도 동의가 된다.

그 길의 악몽, 그 얼굴의 빛 -  다른데서 설명을 보고 젤라즈니의 그 얼굴의 문 그 입의 등잔에서 따온 제목이란 걸 알았다(이럴수가). 빛과 관련한 수 많은 작품들 사이에서 이 앤솔러지에 실린 작품들의 위치가 어떠한지 찾아내는 지도와 같은 글.

츠루부치 켄지, 토우게오니 3~4권

보다보니 한권이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종류의 파본’이라 속상(알아볼 수만 있으면 책이 다소 상한건 신경 안 쓴다). 하지만 어차피 리디에서도 구매할 예정이라 교환은 안 하기로.

책 내용 자체는 훌륭하다. 아이디어는 SF와 판타지의 가능한 한도까지 나아갔다가도 우아하게 수습한다. 그야말로 캐치볼의 고수. 이런 종류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 물론 더 멀리 던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서브플롯 외에 메인플롯도 기대가 된다.

베키 체임버스, 야생 조립체에 바치는 찬가

솔라펑크 좌파필굿SF. 분명 이 소설의 흥행에는 솔라펑크가 아니라 후자에 무게가 실려있을 것이다. 뭔가 비아냥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무언가 수도승과 깨달음을 주는 존재라는 구도가 오리엔탈리즘을 연상하게 해서 이 분야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작가들을 떠올렸다(박성환, 김보영 등).

솔라펑크 자체는 특이점SF와 유사한 점이 많아보인다. 두 세계 모두 과학적 한계점에 도달했고 사실상 이쪽으로는 더는 할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 이제 뭐함?‘의 질문 뒤에 오는 세계를 그리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 세계가 ‘과학만 발전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야’하는 기술만능주의를 비판한다. 기술이 만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오더라도, 우리는 결코 만족할 수 없고 충족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하리란 것이다. 다만 솔라펑크는 특이점SF가 보여주는 이상향과는 달리 좀더 단계가 낮고 현실적인 기술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특이점SF자체가 생태학적인 고민 너머에 있고 인간의 기술발전에 대한 무한한 낙관을 바탕으로 한 반면 솔라펑크는 이상향을 그린다는 점에도 불구하고 기술에 대한 다소의 부정적 시야를 관철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베키 체임버스가 그리는 이 유토피아가 아주 뛰어난 설득력을 그리고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세계에는 유토피아 그 자체를 부정하는 존재들을 다 거세해버린 걸까?

숀 레비, 데드풀과 울버린

오랜만에 보는 영화. 볼까말까 하다가 역시 지난 엑스맨을 거의 다 영화관에서 봤는데(1, 2 제외) 안 보면 좀 섭섭하지 않나해서 보게 됐다. 사실 데드풀의 개그가 그렇게 웃긴지는 모르겠고(물론 웃긴했는데), 이 작품에서 로건의 감상을 다소 납작하게 만든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좀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로건은 로건이고 멀티버스는 멀티버스지. 단독으로 세계가 구성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멀티버스 그 자체를 부정해도 상관 없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불편하진 않았다.

액션씬이 꽤 마음에 들었는데, 힐링팩터Vs.힐링팩터를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는 잘 없기 때문이다. 아마 코믹스에선 의미 있는 수준의 전투가 많았을텐데 그런 오마주들이 있지 않을까 싶다.

멀티버스가 참 고민인 것 같긴하다. 나라면 좀더 복잡하게 짤 것 같은데 마블이 지금까지 해온 것도 있고 하니 더 복잡한 구조는 힘들 것 같고. 인물도 이리저리 넣어야 하고. 다음 작품에 대한 운도 띄워야 하고. 물론 제한적인 상황에서도 창발성을 발휘하는 게 좋은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미쓰다 신조, 걷는 망자

고해성사: 미쓰다 신조 처음 읽음. 정작 책은 이것저것 사뒀으면서. 근래에 일본 추리소설 신간은 잘 사서 읽게 된 거 같아서 어쩌다보니 구간들 책장에 모셔두고 최신간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그리고 너무 놀랍게도 내가 생각했던 구성이나 전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즐거웠다(알아맞혀서 즐거운게 아니라, 나는 그래야만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호러/오컬트 미스터리의 대가라고 할법 하다.

물론 좀 엉뚱한 것도 있었다. 작아지는 집이 나오는 이야기는 다 읽고도 좀 당황해서 혹시 숨겨둔 뭔가가 있나 한 번 더 뒤적였다. 없는 거 같은데. 하지만 그외 작품들이 좋아서 뭐 어떤가 싶다. 쓰다보니 느낀건데 단편집은 각 편마다 리뷰하기로 하지 않았나. 늦었으니 그냥 생략하겠다. 미스터리는 걷는 망자가 제일 좋고 호러로는 마지막 작품이 제일 좋다. 오컬트는 두 번째 작품인듯.

콜린 케언즈, 카메론 케언즈/ 악마와의 토크쇼

다들 재미있다길래 봤는데 재미있었다. 80년대 토크쇼에 대한 그 어떤 감상도 없지만 이런 걸 볼때면 내가 그런 것에 대한 어떤 노스텔지어라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작품을 보면 그 작품을 이루는 어떤 미학적인 요소와 양식들이 있다. 당연히 이걸 장르라고 하는데, 이 장르는 내가 정확히 무엇이 관습이고 무엇이 규칙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작품에서 과장되게 내세우기 때문에 알아차릴 수 있다. 난 이런 종류의 노스텔지어가 결국 장르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최면술은 좀 미묘하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전개를 위한 빌드업이니 그러려니 했다. 최면술도 사실 그 자체로, 과학은 과학이지만 꽤나 수상쩍은 게 많아서.

아 그리고 결말이 참 좋았다. 내가 쓴 작품 생각도 나고. 이걸 보고 했으면 좀더 잘 했을 것 같기도 한데. 뭐 그거 나름대로 잘했을 것 같기도(두 발로 걷는 남자 괴담 이야기).

묘쌤은 이렇게 말했다 1권

요즘 소년 만화는 그냥 19금 만화 같기도 하고. 그런데 미묘한데서 선을 지키는 게 재미있다. 이미 많은 부분에서 한참 넘어가두고 주인공 묘쌤은 남편이 있고 건전한 가정을 꾸린다. 아니, 무슨 불건전한 전개 할 게 아니라면 당연한 것이긴한데. 어떤 상상의 여지도 콱 막아둔다는 게. 그 외에는 오타쿠식 음담패설로 가득한 만화.

록은 숙녀의 소양이기에 1권

주인공 머리 스타일이 개성 넘친다. 정석적인 전개인데 이것도 볼만하지 않나 싶어 이후 권도 사뒀다.

패배 히로인이 너무 많아! 1~2권

오랜만의 라이트노벨. 여기저기 추천도 많고 애니메이션도 나온다길래 봤다. 그리고 많이 만족했다. 사실 라이트노벨을 많이 보던 시절에도 러브코메디는 잘 보지 않았는데(역내청도 아직 안 봄) 메타 러브코메디적 관점을 견지하며 사랑에 한 번 실패한 이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청춘/성장 라노베다. 물론 여동생 캐릭터/양호실 선생님 캐릭터만 나오면 여지없이 라노베구나 싶지만(보기 싫으면 건너뛰어도 내용 이해하는데 무리X).

구성도 좋고 작가의 인물에 대한 태도도 좋다. 애니메이션은 보는 중이라 나중에 이야기할 것 같은데, 오타쿠력이 부담스럽고 싫다면 애니메이션 쪽이 많이 완화되어 보기 좋다.

이케다 케이스케, 최강 지박령과 영감 제로남 1권

아니 이걸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전개한다고 싶은 내용의 호러/코메디/드라마 만화. 어느 쪽에도 힘을 실어주지 못하는 느낌이긴한데, 그래도 2권이 나온다면 보지 않을까 싶다. 갈팡질팡하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방향으로 가려고는 하니까.

우라나 케이/안도 히데요시, GACHIAKUTA 1권

소년만화 정석 전개스러운데 디테일이 부족한 세계가 묘하게 아쉽다. 소년만화 도입부야 원래 좀 막 던지는 경향이 있지만. 2권은 볼까말까.

히로/히토츠부 이치고, 시리얼 킬러 이세계에 가다 1~2권

생각한 것보다 재밌다. TS인데 TS 되는 이유, 까진 잘 모르겠고 활용, 도 사실 뭐 그렇게 잘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생색내기는 한다. 그리고 이런 부분은 별로 안 중요하고 죽여야하는 이세계 인물이 있고 주인공이 그걸 죽이는 과정이 특수설정 미스터리 그 자체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진 않지만 그림이 이쁘고 전개가 시원시원해서 마음에 든다.

이가라시 리쓰토, 법정유희

법정 미스터리. 문체가 좀 무겁고 사건의 내용도 무겁고 그래서 개인적으론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럼에도 글을 잘 읽히게 쓴데다 인물간 구도를 흥미롭게 짜고 구성도 좋다. 소재의 불리함(이건 개인적인 부분이지만)을 어떻게 구도와 구성으로 극복하는가에 대한 사례를 보는듯.

말하기 힘든 여러 부분때문에 추천하기 좀 껄끄럽다. 잘쓰고 재미있긴한데. 장르를 좋아하는 입장에선 드라마 없이 그냥 단순하게 장르적 색채가 강한 작품이 추천하기 편한듯(물론 이 작품이 그런 요소가 부족하진 않고 오히려 그런 부분에서도 두드러지게 잘 썼다).

베키 체임버스, 수관 기피를 위한 기도

연작의 2권. 같은 세계를 배경으로하는 다른 인물들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진 않았다. 바로 다음에서 이어지는 내용. 세계를 확장하고 이 확장된 세계에서 깊이보다는 좀더 넓게 사유를 이어나간다. 다양한 인물군상들이 나오는데 기대한 방향이긴하지만 기대한 내용은 아니라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3권이 나오면 이 작품이 어디로가게 될지 궁금해서 보긴할듯.

호케노조 타케루, 카구라바치 1권

어디서 1등을 했다길래 궁금했는데 마침 1권이 발간되서 보게 됐다. 그리고 크게 만족했다. 소년만화 중에 이 정도 1권을 보여준 작품이 있을까 싶을정도. 원피스나 나루토? 개인적으로는 카구라바치가 더 취향이다. 복수물인데 질척하지 않고 세계 자체도 깔끔하고 무엇보다 전투씬이 모던하다. 다만 내용 자체는 전개된게 많지는 않아서 크게 할 말은 없다.

타케무라 요헤이/타카히로, 마도정병의 슬레이브 1~3권

시도때도 없이 팬티와 브래지어를 보여준다. 평생 다른 작품에서 본 거 보다 더 많이본듯. 세계와 설정으로부터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 작가의 성적 취향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등장인물이 주인공을 제외하고 죄다 여자이기 때문에 다양한 성격의 인간군상의 인물들도 모두 여자고 주인공 줄에 목줄 거는 것도, 주인공에게 질투하는 것도, 주인공을 멸시하는 것도, 아무튼 죄다 여자고 여자끼리 사랑도 하고 미워도 하고 시기도 하고 우정도 나눈다. 그리고 궤도를 조금씩 틀면서 소년만화적인 전개로 나아간다. 그런 점에서, 그리고 세트로 전권 구매 했다는 점에서 계속 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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