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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기너스 가이드 감상

“비기너스 가이드” 재밌게 했다. 그런데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창작자를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비평가를 위한 이야기 아닌가? 리뷰 몇 개를 찾아보니 코다에만 집중하고 코다의 해석에 실패한 나레이터는 무시해버리는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것은 창작자의 이야기가 맞다. 코다는 날것의 아이디어고 나레이터는 내면의 편집자니까. 둘은 한 사람이다. 나레이터는 코다의 창작물을 ‘플레이 할 수 있게’ 바꾸고, 순서를 재배열하며, ‘의미’를 부여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코다가 날뛰도록 두면 의미가 생성되지 않으며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나레이터가 손을 대면 코다가 활력을 잃어버린다는 말이다. 비기너스 가이드가 보여주는 건 창작 과정 그 자체이다. 나레이터는 코다를 찾지만 에필로그가 보여주는 끝맺음의 전율은 코다가 아닌 나레이터가 만든 것이다. 비기너스 가이드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다. 코다로부터, 우리는 우리 내면의 질문에 대해서 답할 수 없다. 나레이터로부터, 가로등이라는 질서의 존재는 의미 부여자로서의 작가 자아를 상징한다. 결국 코다와 나레이터 사이의 필연적인 갈등이 작품을 완성시킨다. 갈등을 두려워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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