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리로드(전 3권) 독후
후기에 작가 스스로 ‘악당참회물’이라 이 소설을 이르는데, 나도 책을 읽으며 ‘XX놈 인간되는 소설’이다 싶었기에 주제 파악을 제대로 했구나 기뻤다. 분류를 하자면 판타지를 깔고 로맨스와 영웅 서사시를 축으로 진행되는 시간회귀물이라 하겠다. 시간회귀물은 대여점 판타지의 하위 장르로 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을 고스란히 유지한 채 시간을 돌아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의 유리함을 바탕으로 목표를 이루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장르의 포인트는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하는 ‘그때 그 실수만 안 했다면…‘의 판타지를 이야기의 주 소재로 사용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그 판타지의 성취를 가져다주는데 있는데, 리로드는 그 포인트를 잘 잡아낸 장르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총 3권 분량이라 해도 각 권이 두꺼워 대략 일반적인 판타지 도서의 5권 가량으로 이야기 전개가 아쉽지 않다. 다만 분량이 아닌 이야기의 전개를 생각하면, 소설 구성의 균형은 나쁘지 않지더라도 독자가 즐길 사건의 숫자가 빈약한데가 없지 않고, 각 인물을 묘사하는데 중언부언하는 것으로 페이지가 차지하는 곳이 많아 경제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의 또 다른 단점으로는 집중적인 독자층 선정을 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판타지와 로맨스를 가로지름으로, 각각의 독자들 모두에게 충족될 수 있는 소설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 소설은 훌륭한 면이 많은데 어둡고 잔인한 측면을 희화화함으로 중화시켜 독자의 부담을 덜고, 깔끔하고 담백한 문장으로 멋을 부리지 않음으로 유치할 수 있는 소재(판타지의 성취라는 소재는 언제나 유치한 법이니까)를 기교있게 다루었다. 작가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것은 시간회귀물을 이루는 개연과 캐릭터 축조에 있다. 주인공이 기억하는 비참한 과거와 시간이 되돌려진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며 거의 모든 인물들이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 풍성하고 읽는데 흥미를 돋군다. 그 모습이 주인공의 변화에 발맞추기 때문에 편의주의적이라는 느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때 그 실수를 바로잡았다면 무엇이 더 어렵고 복잡해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