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ae.me

전나무와 매 독후

아키에이지 세계관의 프롤로그격인 소설책이다. 단편들로 이루어진 옴니버스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크게 두 이야기로 이루어져 하나의 중단편집이나 서로 조화롭지 못하다. 임의로 나눈다면 크게 삼장(三章)으로 나뉠 수 있는데, 첫번째(여신의 어린 딸)는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왕녀와 아이를 가진 왕의 첩 사이의 이야기로 판타지를 바탕으로 로맨스를 중점으로 한다. 중편으로 환상성 보다는 인물간의 갈등을 중점으로 하는 이야기로 긴장감있고, 비극적인데가 있다. 두번째는 성주의 피를 이었으나 따돌림 당하는 소녀의 이야기다. 네이버 오늘의 문학에도 올라온 작품으로 제목은 눈의 새. 작중 등장하는 요소들의 관계가 서로 겹치고 업쳐서 이야기가 짙어진다. 일종의 성장소설. 세번째(맨발과 빈손의 새벽)는 다시 돌아가 첫번째에서 등장한 첩의 아이가 청년으로 성장한 것을 바탕으로, 과거의 이야기에서 관계가 다소 역전되거나 뒤틀린 모습이 흥미롭다. 역시나 성장소설의 태이나 로맨스의 느낌이 진하다. 다만 끝에 가서 이야기가 흐려지는 것이 다시금 이 소설은 프롤로그에 불과한가, 생각하게 되는 요소. 그림자 성과 오른쪽 검은 각각 엽편에 가까운 작품들. 모두 공통적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핏줄과 인연을 되새김질하며 이야기를 이끌어나가 진중한데가 있어 길게 읽힌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나라의 다른 판타지 소설에서 쉬이 발견할 수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전민희 작가 블로그에서 같은 세계관의 다른 소설을 읽을 수 있다.

← 고전 소설(파우스트)  2012 소설 독서 결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