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랜드 사가 리벤지, 사카히 무네히사
미나모토 사쿠라는 아이돌 그룹에 지원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섰다가 집 앞을 지나가던 트럭에 치인다. 그리고 10년 뒤, 사쿠라는 기억을 잃은 좀비가 되어 되살아난다. 하지만 되살아난 것은 사쿠라만이 아니었다. 레이디스 출신 사키, 10년 전 유명 아이돌 그룹의 센터 아이, 쇼와 시대 아이돌 준코, 메이지 시대 기녀 유우기리, 천재 아역 배우 릴리, 그리고 전설의 좀비 타에까지. 조끼 주머니에 오징어채를 꽂아넣은 수수께끼의 프로듀서, 타츠미 코타로의 말에 따르면 사쿠라를 포함한 이들은 아이돌 활동을 통해 사가현을 구해야만 한다. 생전의 기억을 잃은데다 좀비도, 사가를 구해야만 하는 당위도, 하필이면 아이돌인 것도 모두 납득 가지 않지만 사쿠라에게 당장 닥친 가장 큰 고난은 코타로의 우격다짐으로 당장 무대 위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동료들이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드는 와중에!
사가현 홍보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애니메이션답게 그다지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 없는 일본 사가현 지역에 대한 정보와 관광 정보가 알차게 들어있고(덕분에 별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진지한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상당히 벅찬 느낌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은 영리하게 그런 일 따위 과감히 포기한다. 아니,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프로듀서 캐릭터가 상당히 불쾌하다. 이 텐션을 따라잡는데 내 집중력을 소모해야 하는지 회의감도 조금. 하지만 이야기가 진전되며 무명 아이돌에서 인지도를 넓혀가고 실력을 키워가는 와중에 아이돌 팀 프랑슈슈의 구성원들에 대한 옛날 이야기가 드러난다. 작품 전체의 톤을 맞추기 위해 어처구니 없게 과장된 죽음들에도 불구하고 심지는 분명히 하나의 길로 통한다.
…인구 고령화와 지역 발전의 불균형, 자본주의가 만들어내는 양태로 인해 사가는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장대한 이야기(Saga) 또한 마찬가지다. 생의 존재를 탐구하고 사회 구조에 질문을 던지던 시대는 지났다. 연속성은 사라지고 이제 밈과 틱톡, 쇼츠, 빨리감기에 근거하는 간헐적 단편들만이 우리를 스쳐지나고 있다. 이제는 이야기의 불능성에 대해 논하는 것조차 우스운듯 하다. 우리가 사랑했던 엔터테인먼트들 마저도 이제는 전성기를 지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떠나는듯 하다. 이야기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프랑슈슈는 그런 사가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신념과, 우정과 사랑, 꿈을 노래한다. 이 작품에서 좀비는 불쾌하고 음울한 이미지, 조종 당하며 생자에 대한 분노는 반전된다. 좀비는 생이 불타고도 여전히 남아있는 잔재, 오히려 생의 부스러기들이 태워지고 나서야 보여지는 인간을 다른 짐승이 아니라 인간이게끔 하는 알맹이를 들이민다. 그것이 남아 있으면 인간은 죽지 않는다. 오히려 더 밝게 타오르는 것이다.
1기가 이미 죽은 줄 알았던 시체의 부활이라면 2기는 죽여도 죽지 않는 불사의 좀비 이야기다. 프랑슈슈는 거대한 위기에 직면하지만 백전불굴의 기세로 나아간다. 종국에 사가(현)가 위기에 처할 때 사가(이야기)는 다시 그 가치를 발한다.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 끝에 모든 것(집이나, 메이크업 세트나)을 잃은 사람에게 무엇이 남는가?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역사가, 이야기가, 사가가 남는다. 사가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