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번출구(8番出口), KOTAKE CREATE
지하철에서 내려 플랫폼을 올라와 8번 출구로 향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출구를 가리키는 표지판에는 ‘0번출구’라고 적혀 있다. 누가 장난을 친 건가? 아니면 단순한 오류인건가? 의아해하면서 지하철을 타기 위해 반대 방향에서 다가오는 아저씨 하나를 지나치고 8번 출구로 향한다. 천장에 음울한 얼룩이 슬쩍 보이지만 무시하고 지나간다. 모퉁이 두 개를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돌고 보니 출구는 나오지 않고 또 표지판이 보인다. ‘0번출구’. 이번에는 달려서 통로를 지나간다. 가끔 ‘1번출구’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김없이 ‘0번출구’가 반복된다. 분명 무언가 잘못 되었다. 여기에는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번에는 통로를 꼼꼼하게 탐색한다. 그런데 섬뜩한 느낌과 함께 돌아보니, 몇 번이고 반복해서 통로를 걸어오는 아저씨가 앞니를 다 드러낸 만개한 미소로 걸어간다. 이 통로는 잘못되었다. 서둘러 뒤를 돌아가자 ‘1번출구’가 등장한다. 이제 규칙을 이해할 것 같다. 이제 일곱 번만 더 정답을 찾으면 된다.
게임 “8번출구"의 형식은 3D 틀린그림찾기다. 정답인 통로가 존재하고, 그 정답 통로에서는 정방향으로 이동하고 그 정답 통로와는 다른 점이 있는 이상 통로를 발견하면 역방향으로 이동해 여덟 번 제대로 이동을 하면 ‘8번출구’ 표지판을 보면서 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일반적인 틀린그림찾기가 하나의 평면상에서 이루어진다면, “8번출구"는 천장과 바닥, 양옆의 벽면, 그리고 정면에서 걸어오는 아저씨까지 다섯 개의 지점에서 틀린 그림을 찾아야 한다. 실패한 경우 일반적으로는 ‘0번출구’ 표지판으로 돌아간다는 점, 점프 스케어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고, 사망 또한 암전 후 원점 회귀다. 하지만 몇 개의 틀린 그림은 교묘하고 찾아내야 하는 지점이 많기 때문에 실수하기 쉬워서 긴장감이 어느 정도 유지된다. 무엇보다도 틀린그림찾기와 달리 정답과 직접 보면서 비교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늘 긴가민가한 상태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8번출구"는 세 가지 지점에서 공포감이 발생한다. 리미널 스페이스이기에 생기는 기이함, 그리고 루프를 통한 폐쇄감, 무엇보다도 내가 정확하게 틀린 그림을 찾아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이중 내가 관심있는 건 불안감 쪽이다. 짧은 플레이 타임과 별다른 전제가 없는 서사 때문에 몰입하기 어려워 그 정도가 깊다고 할 수는 없으나, 지금 내가 틀린 그림을 제대로 찾아내고 있는 것인지, 두 번의 모퉁이를 돌면서도 제대로 된 정답을 찾아낸 것인지, 돌아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묘한 자기 불신을 부채질한다. 그저 달려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멈춰서면서 부분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에는 아무런 쾌감이 없고, 굳이 비유하자면 일에 가깝다. “8번출구"에서 틀린 그림을 찾으려고 할 때 어떤 정답은 내 눈 앞에 놓여 있는 게 아니라 내 기억 속에서만 존재한다. 뭔가 잘못된 것 같긴하지만 내 기억도 그렇게까지 자신은 없다. 어지간한 눈썰미가 아닌 이상에야, 실패를 겪으며 꽤 많은 가짜와 진짜 통로를 가로지르며 명백한 정답의 기준을 세워야 내면의 정답 통로가 만들어지고, 이 기준에 맞춰 틀린 그림을 찾아내게 된다. 때문에 “8번출구"는 결과적으로 불안감의 원인과 그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론을 학습시키는 일련의 과정처럼 보인다. 루프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면 내면의 정답 통로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