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Lopac, 「Ruin(s)」 단평
마인크래프트는 결과적으로 ‘건축을 위한 건축’으로 그 결과물 자체가 무가치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리고 건축가들이 정작 그들이 만들어낸 건축물과는 상호작용하지 못하는 무관한 존재라는 것이 눈에 띄기 때문에, 타임랩스를 통해 발견하는 그들의 거대한 건축물들은 경이로운 반면에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대개 집이나 빌딩, 성, 그리고 그런 것들이 모여진 집, 거대한 조형물들이고 그 자리엔 그것을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있어야 마땅하다. 아무도 살지 않는 집, 아무것도 지킬 필요가 없는 성,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신전은 얼마나 공허한가? 비록 그러한 건축물들이 많은 노력과 협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건 알 수 있지만(때문에 타임랩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지만) 결국 거기까지가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모드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정말로 사용되는 건축물도 있겠지만 거의 대부분은 데이터 그 자체로만 남아서, 그 중에서 몇몇만이 타임랩스라는 매체로만 보여지게 되는 법이다.
그럼 마인크래프트 내에서 상호작용 되지 않는, 앞서 언급한 타임랩스만을 위한 건축은 별다른 가치가가 없는걸까? 이러한 관점은 결국 마인크래프트를 ‘건축-건축가’의 관계로 봤을 때 생기게 되는 것인데, 이러한 관점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Team Lopac의「Ruin(s)」는 이와 같은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상의 초반부는 일반적인 타임랩스처럼 어떠한 모티프(옛 그리스의 도시)를 가져와 건축물을 세우는 것처럼 보여지는데, 자리 선정과 건축의 디테일에서 창작자들의 예리함이 엿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냥 평범하고 무난한 타임랩스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중반부에서 시작된다.
5분 35초를 지나며 시작되는 것은 건축이 아닌 해체다. 폐허(ruin)라는 그 이름처럼 반듯하게 세워진 골조를 흐트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부수기를 넘어 세세한 디테일을 살려 폐허 같은 모습을 만드는, 그야말로 ‘폐허 건축’의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이미 완성했던 블록들을 해체하고 폐허의 모습처럼 바닥에 블록을 놔두는 일련의 과정은 정지되어 있어야할 게임 속 시간이 정말로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이를통해 영상에 참가한 이들이 5분 35초 이전에는 가치 없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미련한 건축가들이었다면, 5분 35초 이후의 참가자들은 마치 ‘시간’ 그 자체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폐허 건축, 즉 시간의 흐름을 묘사하기 위해 돌을 부수고 나무를 심고 수풀로 뒤덮어가며, 영상은 그러한 흐름을 정확한 계산으로 잡아내고 있다.
결국 기존의 마인크래프트 ‘건축’이 완성된 ‘건축물’을 지향한 다음 결과적으로 ‘쓸모없는 건물’을 만들엇다면, 「Ruin(s)」 작품 내에서 묘사되는 ‘시간의 흐름’은 ‘폐혀’를 지향하며 ‘흘러가는 시간’ 또는 ‘흘러가버린 시간’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Ruin(s)」는 여타의 타임랩스와 달리 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