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의 임무
그 니콘 DSLR 카메라는 캄브리아기 지층에서 발견 되었다.
그러니까 삼엽충이 바다에 버글거리던 지층에서 발견 되었다는 말인데, 실제로 해당 시대의 사진도 한 장 찍혀 있었다.
발견한 것은 고생물학자 숀 스미스 교수였다. 불행히도 요원 김군은 오파츠 수거 임무를 맡고 있었고 언제나 절차대로 수행해야 했다. 그래도 김군은 나름의 선심을 썼다. 고생물학자 숀 스미스의 기억을 지우기 전에 그 사진(시야각을 가득 채운 삼엽충 무리)을 한 번 보여주었고 그는 정신을 차린 뒤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물론 숀 스미스는 자신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이 늘 자신을 괴롭혀 오는 안구 건조증 탓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김군은 카메라와 함께 해당 자리에 있어야할 다른 무언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카메라의 원래 소유자는 해당 지층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튼 김군은 이제 남은 유일한 단서인 카메라를들여다볼 방법 밖에 없었으므로, 그렇게 했다.
마지막 사진은 앞서 숀 스미스와 함께 보았던 버글버글한 삼엽충무리였고, 그 다음 사진은 기대도 하지 않았던 행성 표면 사진이었다. 김군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초적인 상식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해당 행성 표면은 수성도, 금성도, 화성도 아니었고 태양계 내의 다른 단단한 위성도 아니었으며 행성에서 퇴출 된 그 명왕성도 아니었다.
사진은 금속질 표면으로 번들거렸고 그 때문에 니콘 DSLR 카메라와 그것을 찍는 누군가의 모습도 일부 비추어보였고, 그 위로는 두 개의 청색 태양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 덮쳐지는 모습으로 사납게 찍혀 있었다. 그 외의 별들이 찍혀 있으므로 힌트가 아주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김군의 천문지식으로는 어려웠다.
김군은 가장 가까운 전문가들인 21세기의 NASA에 디밀어봤지만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결과만 얻었다. 그래도 전문가들인 그들은 성심성의 답변해주길, 표면의 매끈한 정도로 보아 중성자별의 이미지일 거란 이야기를 얻었다. 김군이 바라는 대답은 아니었다.
때문에 김군은 두 번째로 가까운 전문가, ‘꿈 꾸는 자’ 나카노 후미나리를 찾아갔다. 나카노는 일본의 SF작가로 자신의 작가적 능력이 많은 독서와 공부, 그리고 조금의 재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믿는 순수한 작가였다. 데뷔 단권 라이트노벨의 판매량은 5만부로 인기 있는 작품이었지만 이후 작품에서 고배를 마셔야했고 3년 차를 지나는 지금은 세 작품을 내리 저조한 판매량으로 다음 작품을 계약할 용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김군은 나카노를 이해했다. 그녀의 재능은 그녀의 생각과는 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군은 딱히 나카노 후미나리의 작가적 성장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간섭은 규정 위반이기 때문이었다. 단지 그녀의 데뷔작을 서점에서 구매하고 그녀가 작업하는 카페에서 만나 팬임을 밝히고 사인을 받으며 카메라에 담긴 두 번째 사진을 보여주었다.
나카노 후미나리는 거의 눈을 깜빡이다가 김군의 얼굴을 몇 번 들여다보았고 어디서 가져온 그림인지 물었다. 김군은 적당히 인터넷에서 발견했던 사진이라며 혹시 작품이랑 관련있냐고 물었는데, 나카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 습작을 인터넷에 올린적이 있는데 누가 그걸 가지고 팬분이 그려주셨나봐요.”
“그렇군요. 어떤 소설인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옛날 글이라 부끄러운데.”
그렇게 말해도 나카노는 ‘자신이 짰다고 생각하는 SF설정’을 줄줄 풀어서 설명했다. 김군은 그 내용을 외워두곤 사진은 나카노에게 준 다음 카페에서 나왔다. 김군이 다음으로 향한 장소는 안드로메다 은하단 팔끝에 위치한, 쌍성을 끼고 있는 중성자별이었다.
다행히 좌표는 나카노가 말해준 것과 틀림이 없었다. 꿈꾸는 자들은 자신의 생각과 관측 되지 않은 우주의 지식이 구분 되지 않는 이들로 별의 아이로 불린다. 김군은 그들의 슬픈 운명을 그리면서 중성자별의 표면을 천천히 걸었다.
중성자별에서 뭉개지지 않기 위해선 상당히 높은 수준의 물리적 고유성(固有性)이 요구 되었지만 김군은 요원으로서 갖춰야할 정도를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표면이 미끄럽긴했지만 김군은 스케이트도 곧잘 탔다.
하지만 중성자별에도 김군이 찾는 사진사는 찾기 어려웠다. 김군은 하는 수 없이 다음 사진을 보기로 했다. 김군의 생각에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이 분실물의 주인의 의도대로 되고 있었으니까. 모든 ‘작전’은 각 평행세계의 운명은 물론 모든 우주를 도미노처럼 넘어트릴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것이 바늘 위에 세워진 바늘처럼 위태로웠다. 세계의 기반이 초끈이론이라면, 거의 모든 이론은 다음 순간 끈들이 풀려버리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다음 사진을 봤을 때 김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왜냐하면 피사체가 김군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김군은 사진기를 꼬나보고 있었고, 장소는 김군 자신의 방이었다. 김군은 혹시 사진이 더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그 다음 사진은 김군의 가슴에 칼이 박혀 있는 사진, 다음은 쓰러지는 사진, 다음은 피를 흘리는 사진, 다음은 눈동자가 풀리는 사진, 다음은 피가 말라붙은 사진, 다음은 몸이 부푸는 사진, 다음은 구더기가 꼬이는 사진, 다음은… 김군은 마지막 사진에서 뼈가 되다 못해 완전히 삭아 황폐해진 집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김군은 이번 건을 조정국에 별건으로 넘기기로 했다.
「용의자 찾을 수 없음. 사건을 완성할 수 있으나 그 경우 본 요원은 소멸. 다원우주 분기점을 더 할 것인지 요원 하나를 잃을 것인지 본 요원을 선택할 권한이 없음. 전문가 자문 요구됨.」
김군은 자신의 집, 자신이 죽은 그 자리에 선 다음 카메라를 본래의 자리에 세팅하고서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며 대기했다. 품에는 자신의 칼을 찌른 단도를 품고 있었다.
연락은 10분 뒤에 도착했다.
「분기를 더한다. 이로 인해 우리가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임을 알라.」
「확인함.」
김군은 한숨을 쉬었다. 그다음 단도를 꺼내 카메라를 향해 던졌다. 칼날은 카메라를 두 동강낸 다음 벽에 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