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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까마귀

몇 년 전 부터 우리 동네에선 까마귀가 울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불길하다고 성을 내셨지만, 나는 까마귀의 짙고 검은 깃을 상상하며 즐거워 했다. 나는 까만색을 좋아했다. 까마귀가 똑똑한 조류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얼마안가 까마귀 소리는 다른 새들의 지저귐 처럼 익숙해졌다. 어머니도 성을 내지 않았고, 나도 즐거워하지 않았다. 까마귀와 만나게 된 것은 그렇게 되고도 좀더 시간이 흐른 뒤였다.

까마귀의 깃털은 더 없을 정도로 어두운 암흑이었다. 건물과 건물 사이의 좁은 틈, 짙은 그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위에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해는 하늘 가운데 떠 있었지만 거리에는 사람이 드물었다. 곧 겨울이었다. 나는 까마귀 앞에서 멈춰섰다.

까마귀 울음소리는 종종 들어왔지만 눈으로 집적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역시 살고 있었다고 생각하며 까마귀에게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까마귀가 놀라 달아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까마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충분히 주의하며 쓰레기를 밟아 나갔다. 까마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좀더 가까이서 살펴보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까마귀는 내가 코 앞으로 다가갈 때 까지 도망가지 않았다.

혹시 다친 것인가 살펴보았지만 겉보기는 멀쩡하고, 건강해보였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거려 까마귀에게 줄만한 것이 없는지 찾았다. 까마귀는 내 행동을 유심히 바라보다 살짝 고개를 기울였다. 눈 앞의 인간이 무슨 짓을 할지 궁금해하는 것 처럼 보였다. 나는 주머니에서 먹다 남은 초콜렛을 꺼내 포장을 벗긴 뒤 손바닥에 얹어 까마귀에게 내밀었다. 아주 가까운 거리였다. 내 손이 까마귀의 부리 바로 아래 갈 정도로. 그냥 잡아챌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까마귀를 어떻게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까마귀는 천천히 부리를 움직이더니 어느 순간 휙 하고 낚아챘다. 딱딱한 부리의 감촉은 순간적이었다. 나는 욕심을 부리기로 했다. 초콜렛 포장을 하나 더 벗긴 뒤, 이번에는 내 무릎 바로 아래(난 쪼그려 앉아 있었다)에 손을 펼쳤다. 까마귀는 통통 튀어와 초콜렛을 가져갔다. 거리는 좁혀진 그대로였고, 까마귀는 도망가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초콜렛을 벗긴 뒤 내 무릎 위에 두었다. 그리고 까마귀가 올라올 수 있도록 팔을 가로로 들었다. 까마귀가 초콜렛을 먹기 위해선 내 팔 위로 올라와야 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까마귀는 그렇게 했다. 날개를 펄럭였을 때 도망갈 거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까마귀는 내 왼팔에 올라서서 초콜렛을 집어 먹었다. 그리고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분명 더 달라는 듯 내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지만, 도망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초콜렛은 그게 전부였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다가, 도망가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오른손을 들어 까마귀의 깃에 만졌다. 까마귀는 도망가지 않았고, 내 손길에 대해 무관심했다. 등을 쓸어내리고, 머리를 토닥이고, 부리를 매만질 때 까지도.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쪼그린 다리가 아파왔다. 도망가버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많이 저렸기 때문에 그대로 서 있었다. 까마귀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걸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천천히, 건물 사이의 틈새에서 밝은 거리로 걸어나왔다. 까마귀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생각보다 무거웠던 까마귀 때문에 팔도 뻐근해져갔다. 까마귀는 귀여웠다. 나는 까만색을 좋아했다. 까마귀가 똑똑한 조류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까마귀를 놀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심코 말했다.

“초콜렛은 이제 없어.”

“그렇구나.” 까마귀의 말이었다. “맛있었어. 다음에 봐.”

까마귀는 그 자리에서 날개를 퍼덕여 날아올랐고, 건물 너머로 사라졌다. 내 왼쪽 팔목엔 까마귀가 내려 앉았던 검은 먼지 자국이 발자국 모양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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