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총
어디부터 볼까?
왼쪽의 눈부신 금발이 눈길을 끈다. 금발머리. 내 왼편에 선 것은 금발이 아름다운 여성이다. 나는 그녀를 안다. 우린 사랑했었다. 입을 맞추고, 함께 잠들고, 미래를 약속했다. 허나, 이제는 아니다. 옛날 일이다.
그리고 오른쪽. 낡은 바바리코트의 중년 남자. 뭐라고 부를까? 그의 직업은 형사다. 입으로 읊조려본다. 형사. 심심한 맛이 있지만 그냥 형사라 부르겠다. 그는 나를 잡기 위해 왔다.
나는 어떤가? 까치머리가 눈에 뜨일 것이다. 너절한 외관이지만 그럭저럭 봐줄만하다. 직업은? 소개하고 싶어도 적당한 이름이 없다. 내 일은 사람을 죽이는 것이다.
나는 일을 잘 하는 편이었다. 내 총이 빠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총알을 쏘기 전에 ‘생각’한다. 생각은 총을 느리게 만든다.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무 빠른 총은 잘못발사되곤 한다.
내 총알이 금발머리의 오빠를 꿰뚫었던 것도 그런 종류의 실수였다. 나는 방아쇠를 당긴 다음에야 사과를 했다. 금발머리는 용서하지 않았다. 이해한다. 나는 그가 금발머리의 또 다른 애인인줄 알았으니까.
금발머리는 당장에라도 날 쏘아죽이고 싶겠지만 그건 쉽지 않다. 그녀가 날 겨누는 순간 형사의 총구가 그녀를 향할 것이기에. 금발머리는 형사의 딸을 납치한 적 있다. 그리고 딸은 죽었다. 사고였다는 변명은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옆에서 똑똑히 지켜봤으니 그 모든 일은 사실이다.
형사도 금발머리를 쏘고 싶겠지만, 움직이지 못한다. 내가 있으니까. 형사의 총구가 금발머리를 향할 때 내 총구도 형사를 향할 것이다. 난 잡히고 싶지 않다. 눈 앞의 살인자가 자비를 배운 적 없다는 사실을 형사는 잘 알고 있으리라.
셋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돈다. 총은 이미 쥐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총을 겨누면, 다른 이의 총이 날 겨눈다. 그런 상황이 몇 번이고 그려진다. 이제는 선택을 해야할 순간이다.
나는 총을 바닥에 던졌다.
번뜩이는 두 사람의 눈빛과 함께 금발머리와 형사의 총구가 빛났다. 동시에 들려온 두 발의 총성에 귀가 먹먹해진다. 쓰러진 건 형사. 승자는 금발머리. 금발머리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나를 봤다. 깜짝 놀란 그 표정이 날 기쁘게 했다.
이제 숨겨뒀던 두 번째 총으로 금발머리를 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