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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실물

“무엇을 잃어버리셨나요?”

접수원이 말했다.

너는 어리둥절해서 말했다.

“아뇨. 저는 아무 것도 잃어버리지 않았는데요.”

“그게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이죠. 자기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모른다는 거요.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거죠.”

“하지만 저는 부족한 게 없어요. 잃어버린 게 없을 거에요.”

“상실이란 건 금방 익숙해지기 마련이니까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분실물 센터는 다릅니다. 저희는 이미 고객님이 잃어버린 물건을 모두 회수 했습니다. 고객님이 물건에 대한 기억만 되살리시면 고객님은 고객님의 물건을 되찾게 되는 겁니다.”

너는 분실물 센터 접수원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물건을 주겠다니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접수원이 접수대에 처음으로 올린 물건은 낡고 구겨진 오천원권 지폐였다.

너는 접수원 재촉을 할 때까지 우두커니 서 있다가 지폐를 집어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형광등에 비추어보기도 했지만 그냥 평범한 돈이었다.

너는 말했다.

“이게 정말 제건가요?”

“네.”

“저는 잃어버린 기억이 없는 데도요?”

“2012년 11월 21일 저녁 11시에, 친구 A와 오꾸닭에서 술을 마신 건 기억나시나요? 2차였는데.” 너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기억난다고 대충 둘러댔다. “네. 그때 계산하고 남은 거스름돈이었습니다. 대강 주머니에 넣어뒀다가, 그 다음 술자리인 막창 집에서 일어날 때 지갑을 꺼내다 바닥에 흘리셨죠.”

“아, 그럼 제 것 맞네요.”

너는 부들부들한 지폐를 비볐다.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혹시 또 다른 물건은 없나요?”

“왜 없겠어요?”

접수원은 다음 물건으로 작은 종이가방을 건넸다. 그 안에는 포장된 상자가 들어있었다.

그것만으로는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뜯어봐도 되나요?”

“물론요.”

포장을 뜯자 꽤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상자가 나왔고, 그 상자를 열자 매끄러운 모양의 만년필을 볼 수 있었다. 만년필에 대한 식견이 있었던 너는, 비싼 물건은 아니지만 나름 가치가 있는 종류라는 것을 알았다.

네가 그 만년필을 골똘히 바라보자 접수원이 말했다.

“고객님의 중학교 3학년 생일파티 때였죠. 2학기 종업식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에 고객님의 생일은 자연스럽게 반 친구 모두가 모이는 파티가 되었죠. 하지만 생일파티라는 명목으로 모이는 자리이다 보니 고객님은 유래 없이 많은 축하선물을 받았고요.” 너는 이번만큼은 거짓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만년필은 그때 고객님을 짝사랑했던 B의 것입니다. 워낙 선물을 많이 받았던 고객님은 이리저리 쌓인 물건을 모두 확인 할 수 없었던 거죠.”

너는 포장 안쪽에서 작은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에는 B의 이름과 휴대폰 번호가 적혀져 있었다. 너는 구겨져버린 포장지는 가방에 넣고, 만년필과 쪽지는 종이가방에 돌려놓았다.

“좋네요. 더 없나요?”

접수원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수화기를 들어 어딘가에 연락을 했다. 얼마되지 않아 작업복을 입은 직원이 큰 상자 하나를 들고 와 네 앞에 내려다놓았다. 너는 기대감을 가지고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상자 가득 양말이 들어있었다. 그것도 서로 짝이 다른 양말들이었다. 굳이 뒤적거리지 않아도 너는 알 수 있었다.

“…양말이군요.”

“네. 고객님이 처음 잃어버리신 양말은 4살 때였는데요. 그때 고객님의 어머니분이…”

“음. 됐고요. 혹시 분실물 센터는 세탁도 해주나요?”

“저희는 분실물의 분실 당시의 상태를 존중합니다. "

너는 양말 상자를 닫았다.

“그럼 이건 포기할게요.”

“그건 안 됩니다, 고객님.”

“네?”

“모든 분실물을 가져가시거나, 모든 분실물을 포기하셔야합니다.”

너는 무언가 항의를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오천원과 만년필을 냄새나는 양말 한 상자와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결론은 나있었다.

“다른 물건도 있나요?”

그래도 너는 네가 잃어버린 것 중에는 좋은 것이 더 많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너는 어떤점에서 낙관적이었다. 너는 네 삶이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 더 기울어져있다고 믿고 있었고,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좋은 것이리라 믿었다. 네 삶의 총합을 더한다면 0이 될 거라고 생각 한 것이다.

분실물 센터의 직원들은 네가 일곱 살 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장난감을 찾아주거나,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어진 옛 친구와 함께 찍은 스티커 사진을 건네주었다. 그것들은 값지진 않지만 좋은 쪽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나쁜 것이 더 많았다. 고등학교 첫 모의고사 성적표, 처음으로 쓴 소설의 프린트, 한 번도 풀지 않아 깨끗한 문제지, 살대가 부러진 우산, 반쯤 닳은 지우개, 추레하고 낡은 아동복, 거북 등껍질.

너는 짙은 녹색에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거북 등껍질을 받았을 때 계단을 한단 더 내려서는 느낌을 받았다. 그건 네가 초등학교 4학년 때 길렀던 거북이었다. 너는 처음 며칠은 거북에게 애정을 쏟았지만 이내 시들해졌고, 친구들과 함께 놀기 위해 거북을 들고 놀러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등껍질이나마 남은 것을 보면 분실물 센터는 나름 분발한 듯 보였다.

너는 겁이 났다. 삶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다. 지금의 너는 우연히 일어난 행운과 불행의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쁜 것을 잊고 좋은 것을 얻으려고 했던 의지의 증거였다.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너는 지갑에서 5천원을 다시 빼내고 종이가방을 접수원에게 내밀었다.

“관둘게요.”

“분실물을 찾지 않을 건가요?”

“네.”

“원래는 버리려고 했던 게 아니잖아요?”

“너무 늦어버린 거죠. 늦었다는 걸 아는데도 미련이 남아서. 사실 여기에 분실물을 찾으려고 온 게 아닌데.”

“그런가요? 분실물 센터에 분실물을 찾으러 온 게 아니라면, 왜 오셨나요?”

너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집중을 했고, 땅을 바라보면서 인상을 썼다. 너는 답을 떠올렸을 때 고개를 들며 말했다.

“제가 분실물이었군요.”

“예.”

접수원은 직원을 불러 처음의 양말 박스처럼 큰 박스를 가져왔다. 너는 조심스럽게 박스를 열었고, 박스의 어두운 안쪽을 천천히 들여다보았다.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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