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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엑실의 아이

아이 하나가 오카를 가리켰다.

“저기 도롱뇽 지나간다.”

오카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엑실 콜로니 출신은 만만하게 보인다.

키가 작고, 앳된 외모로 보인다.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마른데다가 근육량은 적다. 유전적으로 결함 요소를 배제 했지만 대부분은, 대단절 시대의 고대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 머리와 피부는 모두 희다.

다른 인간종들은 볼품없다고 하기도 하지만, 엑실의 아이들은 이런 자신의 외견을 모두 귀히 여긴다.

어머니들의 지식과 기술로 만들어진, 생존을 위한 효율의 결과.

차가운 우주를 상대로 생을 거듭해나가기 위한 억척스런 몸.

엑실 콜로니는 대단절 당시, 은하간 휴양 콜로니였다.

두 개의 항성계 사이, 안정된 랑그랑주 포인트를 이점으로 무려 셋이나 되는 게이트를 가진 콜로니로 밀키웨이를 기준으로 60억년 너머의 외은하로 나갈 수 있는 통로였다.

엑실 콜로니는 낙원을 목표로 건조되었다.

원통형으로 회전하는 콜로니 땅 위에서 인공 태양을 쬐는 사람들, 건물들은 낮고 희게 만들어져 고대 그리스를 연상시켰다. 물론 오카는 그리스의 폐허는 원래 더 알록달록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큰 문제가 없었더라면, 엑실 콜로니는 대단절 이후에도 충분히 자립할 여건이 있었다.

핵융합에서 비롯되는 많은 광량, 넓은 토지, 적은 사람들.

하지만 대단절의 순간 게이트를 관통했던, 광속의 99.98%의 속도로 쏘아져나간 단순한 먼지 덩어리들이 게이트 밖으로 튕겨나갔고, 콜로니의 인공 태양을 때렸다.

태양은 손상되었고, 천천히 열을 잃었다.

당시 엑실 콜로니에는 1만명의 휴양객, 그리고 그 휴양객을 위한 휴양 시설의 관리인들, 그리고 외우주로 나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과학선 초대 베히모스 뿐이었다.

무장이 가능했던 관리자들과 베히모스 사이에 묘한 알력 다툼이 있었지만, 태양을 고치기 위한 연대가 이어지면서 갈등은 사라졌다.

하지만 불행히 태양은 고칠 수 없었다.

과학선 베히모스는 외계 생물을 탐사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많은 이들은 생물학자였다. 그들은 자신들의 기술과 능력으로 태양을 고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오카는 아이가 힐끔거리며 따라오자 후드를 뒤집어 쓸까 고민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아이의 아버지로 보이는 이가 아이의 팔을 붙잡았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날 아나?”

“예. 어렸을 때 제 부러진 다리를 고쳐 주셨죠.”

“아.”

오카는 얼굴을 알은척 하려고 했지만 가물가물하다.

남자는 괜찮다는듯 어색하게 웃는다.

“그때 저도 이 아이처럼 개구장이였습니다. 나무를 올라타다 어르신 앞에 떨어졌죠.”

“아, 이번엔 정말 기억나는데. 허벅지에 나뭇가지가…”

“그냥 발목 골절이었죠.”

“음, 미안하군.”

“아닙니다. 제가 괜히 어르신을 어지럽게 하는 거 아닌지…”

“그렇진 않아.”

아이는 남자와 오카가 나누는 이야기를 동그래진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어디 가시는 길이신지? 괜찮으면 동행을 해드릴까요?”

“괜찮아. 회관으로 가는 길이야.”

“회관이요.”

그 말에 남자는 절을 올린다.

오카는 맞절을 받는다.

아이도 엉거주춤 절을 올린다.

오카가 돌아서는 동안에도 남자는 절을 하는 자세 그대로다.

베히모스의 생물학자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년에 0.5도씩, 태양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지만, 일정한 온도 아래에서 꽤 긴 시간 안정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태양이 완전히 꺼지지만 않는다면, 어떻게든 에너지를 안존할 방법을 찾는다면, 최후의 한 사람이라도 밀키웨이와 접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있었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는 것이 그들의 모토가 되었다.

휴양지 안에 있는 동물원들이 베히모스로 옮겨탔다.

일부는 옛 지구의 가축으로 육종 되었다.

일부는 새로운 유기물질을 위한 재료로 쓰였다.

유전자 지도가 재확인 되었고 완전히 새롭게 조직되었다.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할쯤 세대 교체가 이루어졌다.

초대 엑실의 아이들의 빈 머리에 연구자들의 뇌가 옮겨탔다.

많은 이들이 얼어가는 세상을 뒤로하고 안녕을 고했다.

전환점은 부동 식물이었다.

몇 종의 식용 과일과 감자들이 영하에서 살아갈 수 있게 만들 수 있었다.

털고기라고 불리는 가축들이 야생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학자들은 각고의 노력 끝에 다음 세대의 아이들을 만들어냈다.

“도롱뇽.”

오카는 회관 앞에서 귀엽게 그려진 아홀로틀 석상을 바라보았다.

오카의 몸에도 아홀로틀의 유전자가 꽤 들어있었다.

눈은 문어를 닮았지만 체내는 유형성숙, 자가면역과 별개로 적응하는 장기교환 능력과 재생하는 팔다리를 가지고 있다.

실핏줄이 보이는 피부와 별개로, 오카는 스스로도 사실 인간보단 도롱뇽에 더 가깝지 않은가 싶었다.

“오셨습니까? 어르신.”

“기다리고 있었나?”

“예.”

대답한 것은 오카와 같은 ‘도롱뇽’이었지만, 변환치료를 받아 유형성숙을 벗어난 이였다.

키가 크고, 주름졌고, 근육도 제법 붙어 체격이 좋다.

오카는 요즘엔, 그러니까 대단절이 지난 이후 재결합을 하고 난 뒤에는 ‘늙는 아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그 기나긴 겨울을 지나, 자신들 말고도 또 다른 인간들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

당연하다.

그리고 오카도 그 문제 때문에 온 것이다.

물론 오카는 외인들을 동경하기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오래 살았고 더이상 살아도 더 나은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없었다.

오카는 여러번 ‘늙겠다’고 요청했고, 그것을 번복했다.

‘아니, 그 반대였던가?’

오카는 여러번 ‘유형성숙을 유지하겠다’고 요청했고, 그것을 번복했다.

‘아니, 그 반대일지도.’

오카는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었다.

뇌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생물학적인 문제는 아닐지도 몰랐다.

‘너무 오래 살았어. 물리적인 문제일지도 몰라.’

오카가 회관 가운데 앉자, 노인이 말했다.

“번복입니까?”

“무엇에 대한 번복 말이지?”

“계속 엑실의 아이로 남으실지, 아니면 늙으실지.”

“그러니까… 어느 쪽에 대한…”

오카가 질문을 던지자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짓는다.

이상하게도 오카는 그 웃음이 두렵지 않다.

“혹시 내가 자네를 아는가?”

“물론이죠.”

“내가 어렸을 때 다리를 고쳐준 적이 있나?”

“어르신에게 도움을 받은 건, 제 아버지였죠.”

“그래?”

허벅지에 나뭇가지가 박힌 것인지, 발목 골절인지, 오카는 물어볼까 고민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

오카도 마주 미소를 짓는다.

“번복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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