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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엔더

저택은 아침부터 바빴다. 마을에 엔더가 올 거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주인님은 가병들을 체크하고 거친 용병들을 들이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장한 것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주인님은 엔더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엔더를 붙잡아 공을 세우겠다는 야욕까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엔더는 죗값을 치루지 않는 이들을 죽이고 정의를 바로세운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얼굴을 본적이 없고,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어떤 사람들은 엔더 이야기가 죄 많은 이들의 죄책감 속에서 만들어낸 지어낸 이야기라고도 했다. 하지만 나는 엔더가 정말로 있다는 걸 안다. 마을 사람들이야 뜬소문 밖에 모르지만 주인님 앞으로 오는 편지에는 뜬소문이 아닌, 엔더가 저지른 진짜 살인 행위에 대한 이야기가 날아오곤 했다. 그러니까 ‘부고’ 말이다. 어느날 누군가 죽었고, 그 주인님의 지인은 주인님이 속한 (악취미를 즐기는) 사교 클럽 사람이거나, 주인님의 잔인한 피를 이은 먼 친척이거나, 주인님의 취미활동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거나 했다. 가장 최근에 죽은 이는 먼 나라에서노예를 데려와 파는 노예상이었다. 주인님은 자신의 취미가 비천한 것들은 즐기지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고상한 취미라고 말해왔지만, 마을에 소문이 돌기 시작한 뒤 안색이 안좋아지기 시작한걸 보면 자신의 악덕에 대해 분별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러날이 지나도 엔더는 오지 않았다. 언제까지고 밥을 축내는 이들을 감당할 수 없는 노릇이었기에 소문이 잦아지자 주인님은 용병의 숫자를 조금씩 줄였고, 곧 언제나처럼 가병만 남겨두었다. 그러는동안 마을의 소문도 잦아들었다. 주인님은 엔더를 붙잡지 못해서 아쉬워했지만 취미에 다시 몰두할 수 있었다. 나는 한때의 악취미를 위해 죽은 노예 시체들을 청소하던 중 주인님과 그 악우들의 이야기를 엿들을 수 있었다. 제아무리 엔더라 하더라도 날 상대하긴 두려웠나보지. 그 순간 나는 엔더가 누구이며, 왜 오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열두살 때 노예로 팔려왔던 내가, 얼굴이 못생겨 흥을 해친다는 이유로 살아남은 내가, 수 많은 노예들에게 괜찮다고 아무일 없을 거라고, 주인님은 아주 선량한 분이라고 거짓말을 해왔던 내가, 주인님의 악행을 그 누구보다도 똑똑히 알고 있었던 내가 바로 엔더였다. 그들이 가장 무방비한 시간과 장소에서 그들에게 죄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게 바로 나였다. 그리고 두려움 안에서 한치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도 나였다. 나는 빗자루를 놓고 칼을 집었다. 이제 나는 엔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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