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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잘린 머리의 쓸모

앞서 가던 1톤 트럭은 브레이크를 밟았고 시속 80km로 뒤따르던 준의 승용차는 그 꽁무니를 들이박았다. 트럭에 실려있는 자재들이 튕겨져 나왔고, 동시에 준이 탄 승용차의 앞좌석 에어백이 터졌다. 준은 반작용으로 몸이 앞으로 밀쳐졌고 안전띠가 걸리며 준의 갈비뼈를 압박했다. 준은 터져나온 에어백에 얼굴을 묻었다가 탄력 때문에 튕겨져 나갔다. 그때 트럭에 실려진 자재 중 철재 합판이 앞면 유리를 깨부수며 날아들어와 준의 목을 잘랐다. 합판은 뒷자석에 박혔고 준의 머리는 조수석으로 굴러떨어졌다.

그 순간 머리가 잘린 준은 고질병이었던 어깨 결림이 개운하게 나았다는 걸 알았다. 준의 머리는 잘린 혓바닥을 작게 빼물고 있었지만 준의 몸은 멀쩡했다. 준은 차문을 열고 안전띠를 풀고 밖으로 걸어나왔다.

트럭 운전사는 이미 차 밖으로 나와 있었다.

괜찮아요?

준은 머리를 들지 않은 손을 절래절래 내저었다.

트럭 운전사는 준의 손동작을 괜찮다는 뜻으로 확인하고 트럭 꽁무니와 준의 승용차의 앞좌석을 확인하곤 보험사와 경찰에 차례대로 전화했다.

구급차요?

트럭 운전사가 준을 바라보자 준이 다시 한 번 손을 내저었다.

안 다치신 거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곧 보험회사와 경찰, 구급차가 차례대로 도착했고 준은 구급차에 올랐다. 준은 만류했지만 침대에 누워서 이동했다.

준의 머리는 구급대원 하나의 품에 있었고 눈이 풀리고 식어가고 있었다.

구급대원 하나가 휴대폰을 들고 말했다.

예. 전체적으로 큰 이상은 없어보입니다. 환자 의식도 또렷하고요. 흉부 쪽에 통증이 있다고는 하는데 아마 안전벨트 압박 때문에. 네. 뭐, 머리가 떨어지긴 했는데. 이거야 뭐.

준이 응급실로 들어가자마자 의사가 다가와 전체적으로 살펴보았다.

가슴 사진 한 번 찍어보고요. 또 어디 아픈 곳은 없습니까?

준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준의 머리는 준의 발치에 놓여져 굳어 있었다. 준의 목 근육이 움찔거릴 뿐이었다.

준은 저녁이 되어서야 윤을 만날 수 있었다. 윤은 준이 사고가 났다는 소식에 흔쾌히 약속을 미뤄주었고 혹시나 크게 다치진 않았는지, 찾아가겠다고도 해주었다. 하지만 준의 갈비뼈는 멀쩡했고 검사를 마치고 곧장 나올 수 있었다.

윤은 준을 보자마자 소리쳤다.

너 머리는?

준은 휴대폰으로 문자를 쳐서 보여주었다.

사고가 나서 떨어졌어.

안 붙여도 괜찮아?

돈 들잖아.

그래도 너 어렸을 때부터 붙이고 있었잖아.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줄 알았는데.

그냥 집착이었던거지. 떨어져보니까 알겠더라고. 왜 다들 머리를 잘라버리는건지. 머리가 없으니까 생각도 명쾌하고, 잡다한 고민도 안하게 되는 거 같아. 거치적거리는 게 없으니 잘때도 편할테고.

그렇긴하지. 윤은 목 위의 휑하게 빈 공간을 손으로 휘휘 저었다. 없는 게 편해. 그럼 너 머리는 어떻게 하려고?

뒷뜰에 토마토 심었는데 이참에 비료 대신 주려고.

야, 그거 아이디어 좋다. 나는 어렸을 때 그거 치운다고 고생했는데.

장마가 지난 다음날이었다. 준은 뒤뜰에서 희고 말간 것을 발견했다. 그건 자신이 심었던 머리였다. 마음이 바뀐 준은 두개골을 파내서 깨끗하게 씻었다. 그리고 장식장에 올려두고 젊은 날의 고집이라고 이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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