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ae.me

소설

정형행동과 피크닉

책상에서 책을 읽는 중에 방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요, 하니 박사님이 보였다. 박사님은 문간에 그대로 서서 말했다. 서두 없이 바로 본론에 진입했다.

“양. 동물원의 동물들은 좁은 공간에 갇혀 살기 때문에 정신이 이상하다던데. 알고 있나?”

“어, 기운 없이 축 늘어지거나 한 자리에서 뱅글뱅글 도는 거요? 정형행동이라고 부르던 것 같던데.”

“그럼 그런 정형행동을 사람들도 하는 건 알고 있나?”

“그런 짓 하면 그냥 정신병원 가는 거죠. 굳이 정형행동이라고 하나요?”

“아냐. 사람들은 그게 병이라고 생각을 안 하니까. 정신이 이상하다고도 생각을 안 하고.”

“예를 들면 어떤 것요?”

“신호등이 파란 불이면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거나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버리는 것. 서로 만나면 인사하는 것. 윗사람에게 예절을 지키는 것. 모르는 사람이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기꺼이 도움을 주는 것. 밥을 먹을 때 수저를 사용하는 것. 옷을 입고 다니는 것.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면 전화를 받는 것……”

“잠깐.”

“왜?”

“그건 정형행동이 아니라 법과 질서, 윤리와 기본적인 인간된 도리라고 하지 않나요?”

“그리고 정형행동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 양. 잘 생각해보라고. 법과 질서와 윤리가 자연스러운 일이야? 인간도 동물이라고. 원숭이에서 뻗어 나왔으면 원숭이답게 나무 위를 활보하고 다녀야 하는데 좁은 방구석에 박혀 있잖나.”

그건 당신이잖아. 이 인간아.

본심을 삼키면서 말했다.

“그래요. 인간도 동물이죠. 그렇지만 다른 동물이랑은 다르잖아요. 인간은 지성이 있는 동물이잖아요.”

“그래도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이란 건 인정해야할걸.”

“인간된 입장에선 충분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냐. 그건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비롯되었을 뿐이야. 인간들은 자신들을 틀에 집어넣고 그걸 지키며 살기위해 아득바득 노력하고 있는 거야. 양. 시선을 넓게 가지도록하게. 이 우주엔 인간만 살고 있는게 아냐! 아, 잠깐. 생각해보니 양의 그런 사고도 정형행동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이 경우에는 정형사고인가?”

나는 으쓱하곤 말했다.

“네, 뭐. 그건 아무래도 좋아요. 정형행동 이야기는 왜 꺼내신 거에요?”

박사님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양, 정형행동을 치료하려면 행동 풍부화를 해야 해. 정형행동을 하는 동물로 하여금 대자연의 향취와 내재된 본능을 일깨울 수 있게 해야하지. 나는 지금부터 나 자신에게 행동 풍부화를 적용해 나의 정형행동을 치료해보도록 할 생각이야. 양도 관심있으면 나오도록 해.”

나는 책을 덮으며 챙겨서 나갈게요, 하고 말했다. 박사님은 고개를 끄덕이곤 문을 닫고 돌아갔다.

“피크닉 가잔 소리를 왜 저렇게 길게 하실까.”

의문일 따름이다.


퍼스트 콘택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