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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제3측으로

너는 오늘 새벽에도 잠을 설쳤다. 꿈은 파편적이었고 불완전했고 흔들렸으며 기억에 거의 남지 않았다. 너는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 앞섬을 ■측 손으로 감아쥐고 그 아래에서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었다. 두어시간의 짧은 수면 이후 침대에서 밤을 지새운 너는, 전혀 감지되지 않는 우측 다리를 먼저 뻗어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다행히 오른다리와 오른팔의 보조기는 이제 학습을 완전히 끝내어 불편함이 없었지만, 너는 오히려 그것 때문에 으스스하게 생각되었다. 너는 몸의 우반편(右半片)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니가 느끼고 직접 움직이는 ■측과 달리 너의 몸을 지탱하는 나머지 우측은 허상으로 밖에 받아들여졌다.

너는 약속 시간에 맞춰 오브라이언 교수를 찾아갔다. 너의 상담자이자 주치의인 오브라이언은 사고 이후 지금까지 너의 편측무시(片側無視)와 강박주의, 그리고 환각에 대한 상담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언제나처럼 너에게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시계와 집, 꽃을 따라그리도록 했고, 너는 보이는 그대로 그려냈다고 생각했지만, 오브라이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 좌절감을 느꼈다. 이를테면 너는 시계를 따라그릴 때 분명 너에게 보이는 ■측의 숫자를 적어 내렸다. 분명 그 뒤 시계에 우측에 오는 숫자, 2와 1, 이어 2, 3, 4, 5를 써넣어야 했지만, 너는 인식되지 않는 것을 인식하기 잠시 주저하였으나 손상된 우반구 측두-두정엽과 망상체 병변에 의해 끝내 그려내지 못했다. 다소간 너도 느끼지 못한 채 우측 손을 움찔 거린 것은 우반편 보조기의 학습 능력 때문이었다.

오브라이언 교수가 말했다.

“트레이닝은 하고 있습니까?”

“■측에서 그…”

“우측이요.”

“예. 그… 측.”

“음, 좋습니다. 방법을 바꾸죠. ■측을 제1측이라고 부르고 우측을 제2측이라고 부릅시다. 어때요?”

“제1측에서 제2측. 예. 부르기가 한결 편하네요. 아, 그래서 트레이닝 말이죠. 제1측에서 제2측에서 야구공을 주고 받는 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보조기가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예… 다소 섬뜩하긴 합니다만.”

“그렇습니까?”

“예.”

너는 오브라이언 교수가 과연 너를 이해할 수 있을지 기대하면서 설명했다.

“그러니까 제가 제1측의 손에 공을 쥐고 있다가 제2측으로 공을 던지면, 제 시야에서 공은 사라져버립니다. 선생님은 여전히 그때 저의 제2측 손으로 공을 쥐고 있다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그것을 느끼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고 있죠. 그러다가 문득, 당연히 그럴 때가 되었다고 싶을 때, 공이 던져져 제1측 손에 떨어집니다. 전혀 엉뚱한 곳에서 공이 떨어져서 그걸 잡지못한다면 조금은 덜 섬뜩할 겁니다. 갑자기 물건이 툭하고 떨어지는 건, 저에겐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공 주고받기 트레이닝은 마땅한 합의가 되어있는 것처럼 굴기 때문에 으스스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가 공을 쥐어주는 것처럼?”

“예.”

오브라이언 교수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교수를 이해시켰다는 것에 만족을 느끼지만, 교수의 다음 말에서 공포를 느낀다.

“하지만 트레이닝의 성과는 있습니다. 보조기의 패턴이 어느 정도 일치되어 일상 생활에 큰 불편이 없겠지만, 목표로 하시는 엔지니어 업무로 복귀하기 위해서는 좀더 정교한 작업 능력이 필요할 겁니다.”

“계속 트레이닝을 하라는 거군요.”

“섬뜩함이 생활에 지장을 줍니까?”

“약을 늘릴 수 있을까요?”

오브라이언 교수는 가로젓는다.

“이미 드릴 수 있는 최대 용량입니다. 약도 바꿔볼 수 있는만큼 바꿨고, 신약은 좀더 기다려야 됩니다.”

“방법이 없군요, 그럼.”

“일기는 어떻습니까?”

너는 잠깐 시선을 피한다.

“아직 쓰고 있지 않습니다.”

“꼭 저한테 보여줄 필요는 없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자기 고백은 바일 씨에게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오브라이언 교수는 너를 신용하지 않는 것 같기도, 믿는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꿈을 꿉니까?”

“예. 이야기 해볼까요?”

오브라이언 교수는 별다른 기대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너는 꿈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과거의 사고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조난, 고장나고 밀폐된 왕복선, 일흔 여덟 명의 승객, 외계 기생생물 쿨리, 쿨리에 감염된 사내, 부족한 식량, 이교도, 퍼지는 쿨리, 식인, 피의 제단, 사교도, 파멸, 그리고 구조.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제1측. 기억나지 않는 왕복선의 제2측에서 벌어난 일들에 대해. 완성되지 않고 파편화된 사건에 대하여.

“…좋습니다. 예의 왕복선 사건에 조사관 찬은 별다른 연락이 없다고 합니까?”

“조사는 막바지고 기록된 장비를 모두 확인 했다고 합니다. 새로줄 수 있는 정보는 없다고 하더군요.”

“아직도 쿨리가 걱정 됩니까?”

“…그렇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이미 현대 의학으로 할 수 있는 검사는 모두 끝냈습니다. 바일 씨 몸에는 쿨리가 없어요.”

“선생님… 아시다시피…”

“예. 알고 있습니다. 외계생물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쿨리가 인간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죠. 덕분에 쿨리의 장기의태 논문도 봤고, 솔직히 이번에 처음 말씀드리지만 학회도 한 번 참가했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더군요.”

“아, 그렇게까지 관심을 가지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개인적인 흥미도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쿨리 아이러니 라는 개념도 있더군요. 알고 계십니까?”

“…예.”

“완전의태된 쿨리가 완전히 해당 조직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경우, 그것은 더이상 쿨리가 아니게 되죠.”

너는 차마 입으로 뱉지 못한 말을 마음 속으로 웅얼거린다. 그게 쿨리의 무서움이죠. 쿨리가 뇌 의태를 마칠 경우 그 사람은 자신이 쿨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할 겁니다. 바로 저처럼. 저는 구조 당하기 직전 분명 제단에 묶여 있었고 코피를 흘리고 있었습니다. 구조원은 제 코 안쪽에서 선명하게 파고든 상처가 있다고했고, 그것은 도구를 통해 날카로운 것이 헤집었으며, 사교도의 도구에 의한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아마도 쿨리를 집어넣기 위한 통로였을 겁니다.

하지만 너는 그 모든 말을 하지 않는다.

너를 안심시키려는 오브라이언의 말에 어색하게 웃고 고개를 끄덕인다.

상담을 끝낸 너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집으로 돌아온 너는 우울함과 불쾌감으로 피로를 느낀다. 침대에 드러눕지만 역시나 잠들지 못한다. 자리에 일어나 책상에 앉는다. 그리고 ■측 서랍에서 일기장으로 사용하는 가죽 노트를 뽑아든다. 그리고 오늘 있었던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너의 일기쓰기는 사실 오래 되었고, 오브라이언 교수가 그것을 권하기 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니가 쓰고 있는 일기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너의 일기는 ■측에, 제1측에 쓰여지고 있다. 하지만 너 또한 나의 일기를 읽을 수 없다. 나의 일기는 우측에, 제2측에 쓰여지고 있으니까.

우리는 서로 반편이다. 하지만 너와 나는 같지 않다. 중요한 차이는 나는 너의 존재를 알지만, 너는 나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쿨리는 생물의 기관을 뜯어먹고 그것으로 의태하며, 가장 선호하는 것은 신경말단과 뇌조직이다. 쿨리는 종교를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 개인은 자신이 쿨리인지 아닌지에 대한 확신을 지니지 못한다. 나와 너를 가르는 차이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 의식의 실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 둘 중 하나는 쿨리다.

하지만 우리는 둘 다 반편이이며, 너는 제1측을 담당하고 깨어있는 몸을 가진 반면, 나의 제2측은 파손된 신경조직 때문에 보조기에 의해 움직이는 자동의 몸으로 가지고 있다.

내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오로지 니가 일기를 쓰고 있는 이 순간 뿐이다. 보조기는 이 순간 꺼진다. 우리는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서 똑같은 자리에 앉아 함께 일기를 쓰지만, 각자의 일기는 읽을 수 없다.

우리가 쿨리에 대해 조사했을 때 쿨리의 종교 체계에는 제3측이란 개념이 있었다. 아마도 우리와 같은 문제는 쿨리의 의식에서 이따금 일어나는 일로 보이며, 우리는 쿨리의 종교에선 중요한 사건인듯 보인다. 쿨리는 쿨리 자신도 그 개인도 아닌 다른 무언가가 도달하는 마의 장소를 가리켰고, 쿨리들은 그곳으로 가고 싶어했다. 숙주와 그 기생 생물의 불완전함이 아닌, 오롯하게 하나로 합일이 되는 어떤 측. 제3측.

니가 언젠가 오브라이언 교수에게 이 일기를 건넨다면, 우리는 큰 변화를 겪겠지만 교수와 너, 그리고 나는 평행을 그리고 있고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다.

우리가 만약 제3측에 도달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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