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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존은 맛있다

리사는 예쁘다. 케인은 힘이 쎄다. ‘나’는 똑똑하다. 우리는 모두가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존은 맛있었다.

누구나 금요일날 저녁에는 존의 허벅지살을 먹고 싶어한다. 심지어 존의 허벅지살은 ‘존A’도 좋아한다. 모두가 금요일날 저녁을 고대한다. 저녁 만찬에는 존의 허벅지살 스테이크와 존의 입술 튀김과, 존의 삶은 간이 올라온다.

우리는 일주일 내내 케인이 도축한 뒤 가공한 존을 먹어왔기 때문에 언제나 신선한 고기를 필요로했다. 하지만 먹고 싶은 만큼먹을 수는 없다. 모두가 ‘적정량’을 배정받아 먹어야만 한다. 적정량을 어기면 우리 네 사람은 모두 죽는다.

내 계산에 따르면, 우리가 적정량을 어기고 누군가 더 많이 먹거나 덜 먹게 된다면 균형이 깨진다. 예를 들어서 존A는 저녁 식사에서 가장 많은 음식을 먹는다. 존A가 적정량보다 덜 먹은 상태로 ‘복사기’에 들어간다면 우리가 다음에 먹는 존은 양이 적어진다. 이런 실수가 반복되면 모두가 먹는 에너지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각자의 임무가 있고, 그 일을 수행하는데는 에너지가 들어간다. 누군가 더 먹고 덜 먹을 수가 없다. 우리를 지배하는 케인 조차도 이 규칙을 무시할 수 없다. 이것은 우리가 지구에서 떠나올 때부터 정해져 있던 사실이다.

우리는 최소한의 자원과, 최소한의 인원으로 지구에서 벗어나야했다. 우리의 균형을 지켜주는 것은 복사기다. 복사기는 철저한 계산 아래 만들어졌고, 딱 존 한 사람만큼만 복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나는 복사기를 정비한다. 존은 음식이다. 리사는 전리품이다. 케인이 모두를 지배한다. 존이 모두의 것인 것과 달리, 리사는 오직 케인의 것이다. 리사는 케인의 권력을 증명한다.

언젠가 복사기로 들어가는 존A에게 나는 “괜찮냐”고 물었다. 존A는 5초 정도 생각하곤 괜찮다고 했다. 존A는 자신의 불행을 감지하지 못하도록 아이큐가 낮게 설정되었다. 존A는 복사된 존에게서 어떠한 공감도 하지 못한다. 그럼 그는 불행하지 않은걸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케인이 존을 도살할때면 존의 비명은 언제나 길고 애처롭다. 존은 매번 살려달라고 말한다. 케인은 자신의 근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랜 시간 존을 괴롭힌다. 주말 내도록 존은 죽지 않는다. 우리는 신선한 음식을 먹어야한다.

문제를 일으킨 것은 리사였다. 왜냐하면 리사는 딴 생각을 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케인은 주말마다 존을 도살하기 위한 체력을 기르기 위해 매일 운동을 했고, 존A에겐 생각할 지능이 없었으며, 나는 다른 것들을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우주선과 복사기를 유지하기 위해 바빴다. 복사기는 우주선 외부로부터의 에너지를 대부분 소비하고 있었다. 우주는 텅 비어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나오곤 했고, 조금만 잘못 조절해도 우리 모두가 죽을 수 있었다.

그래서 그 누구도 리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리사는 존A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 두꺼운 가죽과 비계덩어리를. 케인이 숟가락을 들 때마다 비웃는, 작은 뇌를 가진 존A를. 사랑이 아니고서야 존A를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내 계산에 따르면 존A는 식욕과 비등한 욕구가 아니고서는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내지 않는다. 존A가 케인에게 화를 내는 순간은 식탁 위 뿐이다. 그리고 존A에게 식욕과 비등한 것은 성욕 뿐이다. 리사가 사랑을 느끼지 않고서야 존A와 할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금요일 저녁을 앞두고 복사실 정기 정감을 마치고 밖으로 나올때, 느닷없이 존A가 나를 덮쳤다. 존A는 케인보다는 힘이 약하지만 나보다는 힘이 쎘다. 거대한 존A는 몸으로 나를 짓눌렀다. 나는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복사실 안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A가 아니라 복사된 나였다. 복사실에는 네모난 스크린이 있었고, 갑판에 있는 나A가 보였다.

나A가 말했다.

“존A와 리사가 규칙을 어겼다. 존A는 주어진 임무인 ‘음식’의 의무를 버리려고 했고, 리사 또한 케인의 ‘전리품’의 의무를 저버리고 존A를 움직이기 위해 그와 동침했다. 존A가 ‘나’를 밀어넣고 리사가 버튼을 눌렀지. 뒤늦게 케인이 두 사람을 제압했지만, 이미 복사기가 돌아가버렸고, 이번주 에너지가 바닥났다. 알다시피 우리는 일주일이나 굶을 수 없다. 때문에 예외적으로 규칙을 적용하기로 했다.”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나는 소리쳤다. 이미 균형은 깨졌다. 내가 둘이라면 더 좋은 방법을 생각해낼 수도 있다. 내 임무는 우주선과 복사기를 관리하는 것이지 음식이 아니다. 더 맛있는 것은 존이다. 하지만 나A는 내 말에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절차는 알고 있겠지. 모두 균형을 위해서다.”

나A가 말을 마치자 복사실 문이 열린다. 케인이 칼을 들고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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