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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퍼스트 콘택트

앞으로 2cm였다. 소년의 손이 소녀의 손에 닿기까지 2cm밖에 떨어지지 않았다. 손가락 한 마디의 길이. 소녀는 생과일주스를 마시고 멀리 구름에 시선을 두고 있었지만, 소녀의 관심은 소년의 손끝에 있었다. 소녀는 마음속으로 응원했다.

소년과 소녀가 사귀기 시작한 지는 한 달이 지났고 서로 알고 지낸 지는 2년이 넘었다. 데이트는 네 번째였다.

소년은 늘 노력했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늘 그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소녀가 짓궂게 군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둘의 마음이 맞아떨어졌고 이제 2cm를 앞두고 있었다. 아니, 지금은 1cm. 9mm. 8mm. 7mm…… 점점 가까워진다. 소년이 소녀의 ‘손을 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소녀도, 소년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소년은 소녀와 2mm를 앞두고 그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소녀는 그제야 자신의 문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소년이 아무것도 모르고 끙끙거리고 있을 때 소녀가 급히 손을 빼며 말했다.

“아차.”

“어?”

“깜빡했다.”

“으, 응?”

소년은 어벙한 얼굴로 꿈뻑였다.

소녀는 으흠, 하고 목을 가다듬고는 손을 뻗어 소년의 손목을 잡았다. “어어?” 소년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소녀는 잡은 손을 흔들며 펴보라 했고, 소년은 그렇게 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소년의 손바닥에 자신의 손바닥을 붙여 보였다.

닿지 않았다.

소년의 눈은 동그래졌고, 소녀는 한숨을 쉬었다. 소년과 소녀의 손바닥은 2mm. 딱 그만큼 떨어져 있었다.

“말하는 걸 깜빡했었는데…… 사실 나 좀 이상 체질이라서. 다른 사람들이랑 닿질 못해. 일부러 말 안 한 건 아니구…… 그래도 이 정도면 거의 잡은 거나 마찬가지잖아. 안 그래?”

“아냐.”

“아, 아냐?”

소년의 표정은 벤치에 등을 기대며 고갤 숙였다. “아니지이. 절때로오.” 말하며 고개를 넘겨 하늘을 바라봤다. 이게 뭐람. 기껏 용기 냈는데.

소녀는 미안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마시던 생과일주스만 쪽쪽 빨았다. 아니 그럼 나보고 어쩌란 거야. 날 때부터 그런걸.

“야아.”

소년이 불렀다. 소녀가 돌아봤다.

“어? 왜?”

소년은 여전히 하늘을 보고 있었다.

“그럼 너 밥은 어떻게 먹어?”

“밥은 잘 넘어가는데.”

“옷은 어떻게 입어?“아빠도?”

“동생도 그래.”

“친구는?”

“친구? 몰라. 안 닿을 걸. 들킬까 봐 확인해본 적은 없지만 안 닿을 거야.”

“그래?”

소년은 생각했다. 여자애들은 친한 애들끼리는 팔짱도 자주 끼고, 손도 자주 잡고 그러던데. 확인해 본 적이 없다고? 소녀는 친구가 많이 없었다. 소년은 그에 대해 소녀의 성격 때문이겠거니, 생각했었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었나보다.

빨대 공기 빠는 소리가 났다. 소녀가 막 생과일주스를 다 마신 참이었다. 소년은 뭔가 떠올랐다.

소년이 말했다.

“밥은 잘 먹는다 그랬지?”

“응.”

“옷도 문제없고.”

“응.”

“그럼 이렇게 생각해봐.”

“뭘?”

소년은 팔을 뻗어 소녀의 손목을 느슨하게 잡았다.

“내 손은 이제 네 장갑이야.”

“자, 장갑이 왜 거기 붙어?”

“아, 정말. 일단 상상해보라니까 그러네. 봐봐. 이건 장갑이야.” 소년의 손이 소녀의 손 위에 겹치었다. 온기는 전해져오지만 살결은 느껴지지 않는다. “상상해보라니까.” 소녀는 상상하기 시작했다. 잘되지 않았다. 그 사이 소년이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소년이 마른침 살짝 삼킨다. “날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얘가 왜 이래? 미쳤나 봐. 소년이 다가온다. 하지만 소녀는 피하지 않았다. 단지 눈을 감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그래. 음식이야. 음식. 뭐가 좋을까? 젤리? 푸딩? 아이, 정말. 뭐가 좋을까?

그 사이 소년의 입술이 소녀의 입술에 가닿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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