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rae.me

작법

쓰레기를 쓰겠어

“나는 쓰레기를 쓸 것이다”

솔직히 복창하진 않는데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에 별로 의심하지는 않고 있음.

Q. 자존감이 낮아 보여서 걱정 되요

A. 진짜 잘하지 않는데 잘한다고 생각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도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괴롭게 만든다면 구태여 자기를 속일 필요가 없죠. 돼요.

아무튼 글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는 중요하고 기왕이면 자기 글의 단점을 잘 이해해서 고치는 방향이 좋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장점을 강화하라고요? 장점이 있는지부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니야?

“자신이 보기에 쓰레기라는 글을 내놓다니 당신에겐 작가의 자격이 없다!(실제로 들어본 말)” 하지만 제 글에 대한 제 판단과 다른 사람의 판단은 다를 수 있죠. 제가 중요하게 평가 하는 요소가 다른 사람에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거나. 예술은 절대성이 있지만 상대성도 크지요. 누가 뭘 좋아하고 아닐지는 글을 내놔봐야 아는 겁니다. 쓰레기라고 생각하던 글이 가치 있게 평가 되는 건 놀라운 일도 이상한 일도 아닙니다. 그냥 흔해 빠진 이야기죠. 글에 대한 가치 평가는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뭔가를 사람들 앞에 내놓는 것이 중요한 거죠. 우리가 우리의 글을 쓰레기라고 생각하거나 말거나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일이 도움이 된다면, 그러니까 “나는 대작을 쓰고야 말겠어 그 전까진 아무도 보여주지 않아 부끄러우니까!“라는 건 자신이 얼마나 객관적이고 미적 수준이 높은지에 대한 자만심의 발로나 다름아니란 겁니다. 오히려 쓰레기를 쓰겠어 하고 글을 내놓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기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특히 글을 막 쓰는 사람이라면. 괄목할만한 성과도 다른 사람의 감상도 전문가의 비평도 시장에서의 성공도 없으면서, 아무런 근거도 없이 ‘내가 보기에 대작인 글을 내놓으면 성공하리라’ 믿는 건 망상이죠.


← 불안 없이 웹소설쓰기 · 군상극에 대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