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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꽤 고급 가면 세트다. 눈이 달린 것은 물론이고, 희고 깨끗한 백색위로 그려진 표정은 과장되기는 하지만 또렷하고 인상적이다. 아마 가면 안쪽에는 장인의 도장이 찍혀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면에는 얼룩한 점 없다. 그가 얼굴을 살짝 기울이자 표면의 광택이 번쩍였다.

나는 손가락을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요. 그곳에는 많은 얼굴이 있죠.”

“얼굴말입니까……?”

그는 가면을 ‘무표정’에서 ‘의문’으로 바꿔썼다. 일반의 경우엔 이정도의 작은 의문은 넘어가고만다. 가면을 바꿔쓰는 것은 귀찮은 짓이다. 그는 가면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그가 말했다. 공기의 진동이 피부에 닿는다.

“얼굴이라 하면, 천의 표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그 가면 말씀입니까?”

“네. 그 세계엔 모두가 얼굴을 가지고 있죠. 그들은 가면을 쓰지 않아요. 눈, 코, 입, 귀……”

“코와 입? 귀는 뭐죠?”

“입은 그들의 발성기관입니다.”

“그들은 손이 없나요?”

“아뇨. 그들은 목의 떨림을 ‘입’을 통해 뱉어냅니다.”

“신비롭군요. 코와 귀는?”

“그들의 코는…… 어렵군요. 그들은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다른 감각을 느끼곤 합니다.”

“그렇습니까.”

“또한 귀는 그들의 청각 기관입니다. 그들의 피부는 둔감하죠.”

“그렇습니까…… 이야깃 속에 나오는 ‘인간’들 같군요.”

“맞아요. 그들은 인간입니다.”

그는 가면을 바꿔썼다. ‘어이없음.’

“오, 그런 표정짓지마세요. 제 이야기는 진실입니다.”

나도 가면을 바꾼다. ‘진지함.’

“어떻습니까? 생각있으신지?”

“글쎄요.”

그는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표정이 아니더라도 이정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는 넘어왔다. 조금만 뜸을 들여도 금방 넘어올 것이다. 나는 ‘미소’로 가면을 바꾸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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