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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행성

행성은 공전 궤도가 너무 비틀려져 있었기 때문에 표준 시간으로 봄이 한달, 겨울이 5년이었다. 때문에 은하 개척시대 초기에는 아무도 그 행성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은하계 안에 사람이 살 수 있는 행성은 무한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행성 부동산 중개업자 사이에서도 볼품없는 겨울 행성으로 취급되었고 다른 행성을 살 때 얹어주거나 아주 값싸게 팔렸다. 많은 사람들이 행성의 궤도를 돌면서 대기를 분석하고는 살만한 곳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고, 초기 테라포밍 기계들을 제외하면 행성은 오랜 시간 동안 무인행성으로 남아있었다. 한 무리의 개척자들이 그 행성을 사겠다고 할 무렵에는 이미 팔리지 않는 매물로 유명해져 있었다.

그들은 외부의 개척 행성에서 일어난 내전을 피해 행성에서 도망친 전쟁 난민들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화물선에 재산이 될만한 모든 것을 싣고 있었고, 그들을 쫒는 추적자도 적지 않았다. 복잡한 국제법 안에서 그들은 보호받지 못했다. 그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거주 가능한 행성의 새로운 개척자가 되는 것 뿐이었다. 그들이 가진 재산으로 살 수 있고, 제때 도착할 수 있는 행성은 그 겨울 행성 뿐이었고, 그들은 살기위해서 그 행성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들이 행성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한 달 간의 봄이 시작될 때였다. 많은 이들이 행성의 가격이 헐값에 매겨진 이유를 알면서도 그 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하지만 그 한달이 지나고나서 겨울은 혹독해졌고 미처 겨울나기를 준비하지 못했던 그들은 다시 그들이 타고왔던 낡은 함선으로 들어가야했다. 그들은 다시 오년을 버티며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

행성에서 겨울잠을 자는 풍습은 그렇게 나타났다. 돈이 될만한 것을 모두 처분하고 다음 봄이 왔을 때의 계획을 면밀히 검토한 그들에겐 여전히 수 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시간은 한 사람의 생으로 따지자면 무척이나 길었다. 그들은 개척자의 자격으로 국제연합에 단기 동면 기술을 받아낼 수 있었고 그들은 겨울이 올 때마다 잠들었다.

동면 기간 중 비활성화된 세포 덕분에 그들의 평균 수명은 수 백살에 이르렀지만 깨어있는 시간은 60분의 1밖에 되지 않았다. 평균적인 발전 양상도 5년에 이르는 휴지기 때문에 다른 행성에 비해 퇴보되었고, 5년마다 그 시간만큼 밀려나 있는 자신들의 위치 때문에 폐쇄적인 사회로 변해갔다.

그들에게 더 좋지 않은 소식이 들린 것은 그러한 생활에 익숙해질 쯤이었다. 불안정했던 행성의 공전궤도가 수 세기 이내에 더 급하게 틀어질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그들은 이러한 사실을 기존의 부동산 매매업자들이 알고 있었음에도 고지를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고발해서 상당한 보상금을 받아내는데 성공했지만, 행성이 글자 그대로 기울어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음 주기에서 봄이 하루 짧아지면 겨울은 1년, 3년 씩 늘어났다. 최후에는 공전 궤도를 이탈해 성간 행성이 되어버릴지도 몰랐다.

많은 젊은이들이 행성을 떠났다. 국제 연합은 충분한 숫자의 함선으로 남은 이들이 새로운 행성에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왔지만 그들은 다른 행성에서 동면을 이어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기에 그대로 행성에 남았다.

이윽고 영원한 겨울이 도래했다. 행성에 남은 이들은 기약없는 봄을 기다리며 잠에 빠졌다. 인공적으로 관리되는 프로그램이, 봄이 오면 그들을 깨워주도록 설정되었다. 프로그램은 이따금 더해지는 변수를 공전 궤도 함수에 더해가며 계산을 이어나갔지만, 행성이 궤도를 이탈하면서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은하계의 수 많은 사람들, 한때 그 행성에서 태어났던 이들이 그 별의 최후를 바라보았다.

기나긴 시간이 흘렀다. 행성에 봄이 찾아오고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사람들은 다시는 깨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에 어리둥절했다. 그들은 기존에 이루어져 있었던 통신망에 접속하려고 했으나 이내 그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은 뒤늦게 행성에 봄을 가져다 준 것이 빛나는 태양이 아니라 강렬한 빛과 열을 내는 인공위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은 곧 우주에 남은 인류가 자신들 밖에 남지않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어떤 이들은 우주의 인류가 큰 전쟁을 일으켜서 자멸해버렸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발전된 과학 기술로 우리가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어찌되었든 그 인공위성이 남은 이들을 위한 선물임에는 틀림없었다. 때문에 우주에 자신들 밖에 남지 않았다는 걱정은 그리 깊어지지 않았다. 인공위성은 언제나 적당한 온도로 행성을 데웠고 행성의 어딘가에 겨울이 찾아오면 그 반대쪽에는 봄이 찾아왔다. 봄과 겨울은 1년을 양분했고 이제 사람들도 하루의 절반도 잠들지 않았다.

봄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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