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고양이
“이걸로 그걸 잡는다고?”
그녀는 품에 안은 자그마한 동물을 나에게 넘기며 대답했다.
“네.”
“이게?”
“아직 새끼라서 그런거에요.”
“아니, 이거, 그러니까, 새끼이기전에……”
내 손에 잡힌 동물은 귀엽게 “야옹” 하고 울었다.
“고양이잖아?”
그녀는 볼을 자그마하게 부풀리며 도리질쳤다.
“아뇨아뇨. 나도 아저씨한테 물어봤는데 크면 엄청 쎄진다고 했어요. 아직 새끼라서 고양이 처럼 보이는 거라고요.”
“……그래?”
나는 힘없이 대답할 수 밖에 없었다. 어이쿠. 아가씨, 또 속으셨군요?
나는 고양이 새끼를 그녀 품에 안긴 뒤 되돌려 보냈다. 역시나 그녀에게는 심부름을 시키는게 아니었다. 틀림없이 믿을 만한 점괘가 나왔다길래 믿고 보냈는데 돌아온건 드래곤 새끼도, 서펜트 새끼도 아닌, 하다 못해 호랑이 새끼도 못되는 고양이 새끼였다. 게다가 줄무늬도 제 맘대로인 동네 도둑고양이 새끼. 정말이지 답이 없었다.
밖을 나서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어떻게 한다?”
일단은 해가 지면 늘 해왔던것 처럼 경비대를 정비 시키고, 마을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끝으로 수호신을……
신음이 흘렀다. 마지막 부분에서 문제가 생겼다. 그리고 가느다랗게 기억이 머리를 스쳤다. 오래된 기억도 아니다.
거대한 호랑이다. 어깨 높이만 해도 사람의 키를 훌쩍 넘는다. 소 한마리를 눈깜짝할 사이에 먹을 정도로 식성도 좋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과는 사이가 좋다. 그 호랑이는 마을의 수호신이다. 마을을 습격하는 다른 맹수들로 부터 마을을 지킨다. 오랜시간 그렇게 되어 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호랑이는 늙고, 맹수의 위험은 끊이질 않았다. 늙고 연로한 호랑이는 죽었다. 이제 맹수로 부터의 위험은 누가, 어떻게 지키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호랑이가 묻힌지 한달째, 이 한달간의 사망자는 최근 10년 동안의 사망자 수를 초월했다. 곡소리가 마을에 끊이질 않았다.
“우와, 이마에 주름 좀 봐.”
힐끗 보니 그녀였다. 고양이는 여전히 품에 안겨있었다.
“집에 안들어가고 뭐하는거야?”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아요? 이 아이도 있잖아요?” 그녀는 다시 고양이 새끼를 들어보였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래그래……”
그녀는 따뜻하게 말했다.
“더이상 걱정하지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입에 씁쓸한 미소는 어쩔 수 없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우리 마을 뿐만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동안 마을을 지키던 수호신들은 늙어갔고, 여러 마을에서도 죽어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수호신의 빈자리를 채울 방법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죽어나갔다.
나는 내 나름대로 생각을 해봤고, 다른 맹수의 새끼를 기르는 방법을 고안해봤다. 물론 결과는 시도해보기도 전에 실패. 사실 하나마나한 방법이기도 했다. 맹수를 키워본다는 생각은 여기저기서 많았다. 물론 모두 실패. 맹수는 사람의 손으로 길러지지 않았다. 먹이만 먹던 맹수는 먹이통까지 삼키고 이윽고 먹이를 주는 손까지 삼켰다. 때문에 그녀를 질책한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새끼 고양이가 위안이라도 된다면 그것으로 다행이었다.
해는 거의다 졌다.
일단 마을을 둘러보며 급하게 경비대를 정비시켰다. 그리곤 마을 사람들을 급하게 안으로 들렸다. 이렇게해도 피해자가 생기는건 막지 못한다. 수호신의 공백은 컸다.
나는 하늘에게 빌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비명이 울려퍼지는 순간 눈을 떴다.
집에서 나오며 외쳤다.
“어디죠?”
“아, 촌장님. 위험합니다. 들어가세요!”
옆집의 실비였다. 길다란 장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를 못들은채 했다.
“싫습니다. ……어디서 들린 비명이죠?”
실비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따라 오십시오.”
장소에는 거대한 뱀이 혀를 낼름거리고 있었다. 몸뚱이 굵기가 마을 가운데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 만큼 굵었다. 길이는 끝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뱀을 둘러싸고 있는건 마을의 경비대였다.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만 창끝은 뱀을 향하고 있었다.
“저집은?”
맙소사. 그녀의 집이었다. 맹한 점술사.
뱀은 경비대를 사납게 둘러보면서도 그녀의 집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윽고 뱀이 집을 덮쳤다. 굉음이 나면서 집이 반쯤 부서져 내렸다. “안돼!”
잡아끄는 손길(“촌장님!” 하는 목소리도,)이 느껴졌지만 붙잡힌건 길다란 외투 뿐이었다. 나는 외투를 벗으며 뱀의 앞으로 달려나갔다.
무너져 내리고 있는 집에서 그녀가 나왔다. 하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품에는 아까의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괜찮아?”
“촌장님?”
그녀가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을때 주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거기에서 나와요!” “위험해!”
나는 그녀를 안으면서 뱀을 바라봤다. 바로 코앞에서 길다란 몸을 꽂꽂히 세우고 인간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입도 뻥긋 못하고 가만히 서 있을 쯤에, 난데없이 그녀 품의 고양이가 뛰쳐나왔다. 작아도 고양이는 고양이 인지라, 꽤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똑바로 착지했다. 고양이는 뱀에게 달려나갔다.
“야옹!”
짖은건지 운건지 헷갈리는 목소리였다.
뱀은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내려보더니, 스믈스믈 피했다. 고양이가 좀 더 다가가자 몸을 틀었고, 고양이가 쫒기 시작할 쯤엔 그 큰 몸으로 소리도 없이 도망가버렸다.
모두가 당황한 가운데,
새벽 닭이 꼬끼오 하고 울었다.
“진짜 맹수였나?”
나는 고양이를 들어서 이리저리 살폈다. 아니다. 분명 고양이 새끼. 솜털난 촌장이라 놀림받는 처지인 나라도 그 정도는 안다. 이 녀석은 분명 고양이 새끼.
“봐요. 내 말이 맞잖아요?”
그녀는 배시시 웃었다. 나도 멋쩍게 마주 웃었다.
정작 맹수는 그 고양이가 아니라 그녀였다는 사실은 먼 훗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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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맹수의 영혼.
쓰인 맹수는 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