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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이번 학살 사건의 주인공이 당신이라고 하던데. 맞나요?”

그녀는 그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그는 다급해지는 호흡으로 주위를 살폈다.

넓은 성당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성직자의 기도문을 경청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그 이외엔 아무도 듣지 못한듯 했다.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몹시 떨렸다.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다 알고 온거에요. 저는 마법사거든요.”

그는 슬쩍 그녀를 흘겨봤다. 하지만 면사포로 가리고 있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성직자의 기도문을 듣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 자세로 조용히 입만 움직였다.

“그렇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원하는 것은 당신이 제 질문에 곧잘 대답만 해주시면 된다는거에요.”

그는 일단 그녀에 대해 더 알아볼 필요가 있었으므로 긍정의 표현을 하려고 했다.

그가 말했다.

“……거절하지. 시간때우기로 나온 성당이지만 차라리 기도문을 듣는게 더 도움이 되겠군.”

그녀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하지만 금새 뭔가를 떠올리고는 안심했다.

“그게 사실이였군요? 거짓말밖에 못하신다더니.”

“누구한테 들은거야? 거짓말 밖에 못한다니. 그런 말도 안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녀는 쓴 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계속할까요?” “아니, 됐어.” 그녀는 방금의 그 웃음을 유지한채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탑’ 에서 왔거든요. 탑은 모든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더 알고 싶어하기도해요. 그래서 온거에요.”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탑에서 왔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지?”

그녀는 되도록 주위에 눈에 띄지 않도록하며 품속에서 자그마한 패를 내보였다.

“당신도 이건 알고 있겠죠? 탑에서 나눠주는 패에요.”

그는 그제야 안심했다.

“웃기는 소리말아.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그럼 계속할께요.”

“하든 말든.”

그녀는 주위 사람들을 잠시 살피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면, 탑은 당신이 어떻게 그 학살을 일으켰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해요. 당신도 마법사라는 건 알고 있지만 단순히 연구자였지 사용자가 아니었잖아요?”

그는 그녀를 빤히바라봤다. 마치 무슨소리를 하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갸웃했다가,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 자기 머리를 톡 치고는 말했다. “어머 내 정신좀 봐.”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물병을 꺼냈다. 물병이라고 해도 겨우 목을 축이는 정도에 그치는 크기였다.

그녀는 그것을 그에게 건내며 말했다.

“진실의 물이에요. 마시면 얼마간 진실밖에 말을 못한다더군요. 이것 한병밖에 없어서 그게 사실인지는 몰라도요.”

그는 잠시 멍한 느낌을 받았다. “마시면 되나?”

“네. 탑에서도 하나밖에 없는 물품이지만 당신을 위해 내어주었지요. 사실 잘 쓸일도 없는 물건이니까요.”

그는 물병을 비웠다. 그리고 말했다.

“어…… 나는…… 사람이다.”

그녀는 소리 없이 손뼉을 치며 미소했다.

“어머, 맞나보네요. 그럼 이야기를 계속?”

그는 믿기지 않는 다는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서, 설명하자면 좀 긴데…… 그전에 이야기해야 할 것이 있군.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말이야.”

그녀는 기도문을 외는 성직자를 힐끗 보곤 대답했다.. “경전은 두껍죠.” 그의 말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나는 마학자였지.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이 적절하게 절충된 그 학문은 번쩍번쩍하는 외형 말고도 그 내면이 참으로 숭고하지. 무엇보다도 우주의 진리에 대해 다가서는 느낌이…… 이런. 미안하네. 너무 간만이라.” 그녀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나는 마학에 관심을 쏟는 동시에 신학에도 손을 좀 뻗었어.”

“신학이요?”

“응. 그들의 신성 또한 마법에 비견되지 할만하지 않나?”

“그렇죠.”

“여튼, 나는 신성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었다네. 고대 문헌과 여러 마법에 의한 추론이었지만 말이야.”

“그게 사실이라면……”

“아니, 좀 더 듣게. 그러니까 나는 거의 비밀에 다가갈 수 있었던 것이지. 거의 말이야.”

“거의요?”

“거의. 아마 거의였을꺼야.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거짓말만 하게 되었겠나?”

“무슨 이야기죠?”

“신의 저주란 말이지. 아까의 거짓말들은.”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화, 확실히 신의 저주라면야……”

“맞아. 나는 그것의 음성까지 들었지. 더이상 파고들지 말라는 경고였어.”

이번에는 그녀가 잠시 얼빠진 상이 되었다. “이렇수가, 진짜로 신이 있다니.” 하지만 그녀는 금방 회복했다.

“그말 진짜죠?”

그는 아직까지 들고있던 물병을 흔들며 말했다.

“자네는 여자고, 나는 남자지. 거짓말인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 학살 사건은요?”

그는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제 이야기할 참이네.” 그는 쉼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진실만 말하는 것도 세상을 살아가는데엔 불편하겠지만, 거짓말만 하며 살아가는 건 더 심각하다네. 차라리 입을 여는 것 보다 말을 않고 살아가는 편이 낫지.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말이야.”

그녀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나는, ……우습더라도 비웃지 말게. 나는, 신에게 빌었다네. 제발 하루에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진실을 말하게 해달라고…… 처음에는 기원이었지만 갈수록 나는 비참해졌다네. 나중에 가서는 신을 협박하는 지경이었지.”

그녀는 그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신이란놈이 참 고약하더라고. 그는 나의 소원을 이루어줬어. 그러니까, 딱 반절만큼만.”

“네?”

“그러니까 그 사건은 이렇게 된 것이라네. 나는 어떤 날, 내 말이 진실이 되어버린다는 것도 모르고, 사람들 앞에서 거짓말을 내뱉었던거지. 물론 거짓말도 불가항력이지만……”

“아! 그 마을의 사람들이 모두 죽었다는, 그런……”

그는 조용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별거 아닌 일이지.”

어느새 성직자의 기도가 끝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렇게 된 일이었군요. 이 일은 그렇게 알고 가겠어요. 그런데, 끝으로 한가지만 더 물을께요. 사실 맞죠?”

“맞아. 그리고 여기는 성당 안이고, 성직자의 기도문은 참으로 지루했지.”

“아직까지 유효한 것 같네요.”

그는 웃어보였다. “잘가게.” 그녀는 고개를 슬쩍 숙여보이고는 그대로 사라졌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걸로 봐서는 마법인듯 했다.

그는 끝나가는 기도를 들으며 몸을 숙였다. 눈물이 툭툭 바닥을 때렸다. 아까의 ‘진실의 물’이 들었던 물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흐느낌을 속으로 삭였다.

진실의 물은 그가 쥐기 전에 그녀의 품에 있었고, 그녀는 탑의 마법사에게 받았으며, 탑의 마법사는 탑의 구석진 창고에서 그것을 꺼냈으며, 그 창고의 물품 중 일부는 ‘그가’ 익명으로 기부했던 물품이었다. 진실의 물은 애초에 그가 만들었던 물건이었다.

그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야.’

그는 거짓말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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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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