댐
비는 열흘 동안 쉴 새 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렇게 오래, 그리고 많이 비가 내렸던 적은 없었다. 사람들은 당황하고 있었다.
특히, 그의 걱정은 더 심했다.
그는 비로 흠뻑 젖은 진흙땅을 밟으며 집을 나서고 있었다. 비바람이 워낙 거세서 들고 있는 우산보다는 걸치고 있는 두꺼운 로브에 몸을 맡겼다.
그는 곧장 산으로 향하는 샛길로 걸어갔다. 비는 더 거칠어지지는 않았지만 더 약해지지도 않았다. 그의 로브도 이미 흠뻑 젖었다. 우산은 나뭇가지에 찢어져버려 바닥에 내던졌다. 그래도 우산을 쓰고 안쓰고의 차이는 컸던 탓에 그는 걷다가 우산을 다시 주울까 했지만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이미 속옷에까지 비가 스며들기 시작했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댐 옆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이었다. 그는 노크도 하지 않고 문으로 들어섰다.
“아, 어서 오시오.”
그를 맞이한건 어떤 늙은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저, 문제가 있다고…….”
“허, 참. 성격도 급하긴. 일단 불이라도 쬐시구려. 차나 한잔하면서 이야기하지.”
그는 그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노인을 지긋이 바라보다가 로브를 벗고 벽난로 가까이 앉았다.
노인은 차를 끓여와서는 그에게 한잔, 자신도 한잔 들었다. 그는 느긋한 노인의 모습에 애가 탔다.
“……연락 주실때만 해도 분명 급하다고 말씀하신것 같습니다만.”
“응. 그랬지. 그런데 말이야,”
노인은 차를 후르륵 마시곤 말을 이었다.
“이미 늦어버렸지 뭐야.”
“네?”
노인은 콧등을 슬쩍 긁으며 말했다.
“내가 아까 잘못확인했어. 수위까지는 아직 5m 정도 여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너무 이른게 아닌가 싶더라고. 그래서 그 때 연락을 주고 한번 더 확인을 했는데 말이야. 벌써 10m나 초과했더군. 눈이 침침한가 하고 자꾸 비비고 봐도 빨간선이 저 아래에 있는거야. 이 댐, 30분도 못가.”
“네?”
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아, 아니 그게 무슨……”
“돌아와서 받은 연락인데, 벌써 상류에 있던 댐 쪽에서 먼저 무너져 버렸다는군. 아마 2시간 뒤면 수위가 5미터는 더 올라갈거야. 물론 이 댐은 그러기도 전에 무너지겠지. 지금 쯤 댐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을……”
“말도 안됩니다!”
그는 소리를 버럭질렀다.
“저 댐 아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아십니까?”
“1만 5천? 그것보다는 더 되겠지. 이건 5년전 인구 조사때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한가롭게 차나 마시고 있을겁니까!”
노인이 탁자에 찻잔을 딱 소리나게 놓으며 그를 바라봤다.
“뭐 달려가서 댐에 난 구멍에 팔뚝이라도 꼽아 넣어볼텐가?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포기해.”
“하지만…… 아무 노력도 않는 것 보다는 뭔가라도 하는게 좋겠습니다.”
“가서 무얼할텐가? 양동이로 댐의 물이라도 퍼낼건가? 강을 타고 오는 물을 몸으로 막아? 아니면 비가 그치라고 기우제라도 지내?”
“……댐의 균열에 팔뚝이라도 쑤셔넣죠.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노인은 그의 소매를 끌었다.
“허, 참. 멀쩡한 사람이 왜 자꾸 죽으려고 들어?”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것 보다는 차라리 뭔가 하다가 죽는게 낫겠습니다. 안녕히,”
그는 문을 쿵 닫고는 댐으로 향했다. 오두막에 홀로 남은 노인은 자리에 주저 앉았다. 표정이 아까와는 달랐다.
“거 빌어먹을 새끼. 예의도 없네.”
“어때? 내가 이겼지?”
순간 노인의 등 뒤에서 작은 꼬마 아이가 나타났다. 아이는 노인을 보며 배시시 웃고 있었다.
“그래. 네가 이겼다. 병신 같은게 진짜 죽으러갈줄은 몰랐네. 에이.”
노인은 품에서 자그마한 구슬을 꺼내 아이에게 건냈다. 아이는 “와아!” 하고 탄성을 지르며 그것을 낚아챘다.
“그런데 저 놈은 어떻게 할거냐?”
아이는 구슬에 정신이 팔려 노인의 말을 들은채만채 했다. “몰라. 될대로 되라지.” 노인은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될대로 되겠지’
그는 댐을 막고 있다. 노인의 말대로 그 거대한 댐은 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균열이 가고 있었다. 그는 균열 사이로 옷가지를 쑤셔 넣거나, 흙을 퍼와 막았다. 물론 역부족. 그는 지쳐가기 시작했다. 숨이 차올라 더이상 움직이지 못할때 쯤에 그는 자신의 팔을 균열로 박아넣었다.
흐르는 물소리 사이로 시간이 흘러갔다.
10분, 20분……
놀랍게도 댐은 무너지지 않았다.
비가 그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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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비
뭔가 쓰기는 썼는데 쓰면서도 모르겠고 쓰고나서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