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텔레포터 VS. 포티투
진풍경이었다. 사람이 비 처럼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길게 비명을 지르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듣기로는 추락하는 그 잠깐 사이에도 기절해버리는 사람도 있다던데, 그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비명 소리 말고도 바닥, 간판, 자동차에 들이박히는 둔탁한 소리도 끊이지 않았다.
하늘 어디 쯤에서 떨어지는지 정확한 위치는 몰라도 떨어진 사람들의 시체는 거의 곤죽이 되었다. 방금 앞에 떨어진 남자는 가슴부터 떨어졌는데, 내장을 침대로 삼은듯 주위로 삐져나와 있었다.
사람비는 소나기에 가까웠던 듯, 오 분 정도 내린 뒤 간헐적으로 툭툭 조금씩 줄어들다 이내 그쳤다. 아스팔트 도로 끝에 이 사건의 범인, 레드 텔레포터(Red Telepoter)가 서 있었다.
레드는 청바지에 흰 와이셔츠, 그리고 그 닉네임 처럼 붉은 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방금 이천 명을 떨어트렸습니다. 포티투(Forty-two). 당신의 태도에 변함이 없다면 저는 일 분 뒤에 사천 명을 더 떨어트리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용없는 짓이란 거 잘 알잖아. ‘시스템’이 나서면 아무 일도 없었단 것 처럼 되돌려질거야. 되려 이 일로 시스템에서 널 버그로 판명해버리면 ‘수정’되어 버릴텐데.”
그녀는 코웃음 쳤다.
“마찬가지로 알고 계실텐데요. 포티투. 저는 무제한, 노 페널티, 노 리스크. 엘프 단위 트리플 S급 초능력자 입니다. 시스템은 절 잡을 수 없어요. 그리고 저는, 당신이 얼마나 인간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시스템에 의해 몇 번이고 되살아날 수 있다하더라도, 당신은 그들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죠.”
“그건 단지…… 내가 불사신이기 때문이지.”
잠깐 동안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그리고 그녀는 시계를 힐끔 보더니, 사라져버렸다.
다시 사람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도로는 사람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여기저기 피가 고이고 있었다.
시스템이 오기 까진 수 분의 시간이 남아 있었고, 그 시간이면 사람들은 만 단위로 죽을 수 있다. 지극히 끔찍한 방법으로. 물론 그들은 시스템에 의해 되살아날 것이고, 그런 일을 겪었다는 것 조차 전혀 지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되돌릴 수 있다해서 있었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내 불로불사의 신체는 기억을 잃지 않는다. 내 기억 속에서 이들은 영원히 한번 죽었던 것으로 기억되겠지. 이를 빠득 갈았다. 레드와 협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
나는 소매를 걷어붙이며 한 걸음 내딛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