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교사
경찰은 유병언의 사체가 있었던 자리에, 동일한 유병언 사체 모형을 만들어 두어 반성의 뜻을 삼기로 했다고 한다. 자리에 모인 사람들끼리 말이 오갔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사람 시체 모형을 그 자리에 두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죠?
다른 사람이 대꾸했다.
있을 수도 있죠. 한국 경찰이 호러 테마 파크를 그 자리에 만들기로 마음먹었을지도 모르는 거 아닙니까.
뉴스는 행정 권력의 반성과 한 사람의 명예가 저울질 될 수 있으며, 그 사람이 범법자일 경우 그 무게가 다른 쪽으로 쏠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누군가 말했다.
유병언 모형은 무엇으로 만들어질까요? 석상은 너무 거창할테고, 목상은 너무 신성하죠. 둘 모두 일교의 교주에게는 어울리겠지만 그는 범죄용의자로 죽었습니다. 그에겐 플라스틱 정도가 좋겠지만, 그건 경찰의 반성이 그만큼 가볍다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 청동은 어떨까요.
자리에 있던 이들은 저마다 쓰러진 유병언의 모형 시신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녹슨 청동상은 처음엔 볼품없는 노인의 모습이었으나, 누군가 발견 당시의 부패를 이야기하자 청동상은 골이 깊게 파여 더 왜소해졌다.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누워있을 그것은 멀리서 봤을 때 그것은 이교도의 교주나 부덕한 자본주의자, 참사를 일으킨 주범으로 보이기 보다 그냥 산업폐기물처럼 보였다.
행정력의 미비를 핑계로 관리되지 않을 그것은 포장한 아스팔트 위에서, 허리 정도 오는 펜스의 사각 링 안에서 영원히 패배한채 엎드려 있을 것이다. 주변의 수풀이 무성해지고 비가 오는 날이면 녹이 슬고, 눈이 많이 내린 날엔 그 흔적이라곤 불룩한 눈 무더기 정도로 인식될 것이다.
그건 와불(臥佛) 비슷한 것이겠군요. 와불이라기 보다는 복불(伏佛)일테지만. 그 자리에 누워 영원히 반성하게 되는군요.
그럼 반성하는 건 유병언이지 경찰이 아닌 거 아닙니까?
모르죠. 경찰이 하고 싶었던 게 그거였을지도. 악인의 참회같은 거. 그야말로 정의구현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