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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찾기

김모군이 생각했다.

돈이 생기니 이것도 문제다. 대충 세어보니 10억 가량. 정확히 세어볼까 싶지만 시간낭비다. 10억이 아니라 1억이라도 고민되니까.

이 돈을 어디다 쓴담?

누가 보면 멱살을 잡을 고민이었지만 김모군에겐 꽤 그럴듯한 고민이었다. 김모군의 아버지는 대기업의 중역이었다. 김모군은 이미 엘리트로 조만간 회사의 적당한 자리를 낙하산으로 내려받게 될 터였다. 그 따분하게 기다리는 시간 동안 일을 찾아보자, 해서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래서 얻은 게 10억.

그냥 어디 꿍쳐둘 수도 있는 돈도 아니다. 김모군 아버지의 사회적 위치를 생각하면 이런 꿍돈은 시커먼 돈이란 오해를 사게 된다. 그렇다고 그냥 집에 들고 가자고? 뭐하러? 무겁게 현금이나 들고 다닐 건가? 김모군은 현금이 필요한 가게엔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동전 못본지는 꽤 되었다.

그래도 머리 좋은 김모군은 몇 분의 고민 후에 결정을 내렸다. 아직 일을 할 때 까지 약간의 여유시간이 있으니 이참에 그 시간도 이 돈으로 때우자고. - 그래서 총 상금 10억이 걸린 보물찾기 대회가 열렸다.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은 대회였다. 김모군이 손을 쓸 수 있는 시커멓고 어둠고 침침한 그런 뒷세계로 소문이 퍼져갔다. 개최자는 누구인지 숨겨졌다. 그럼에도, 신빙성이 낮은 그런 대회임에도 돈이 급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야말로 그런 뜬 소문이라도 믿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최모양도 그 사이에 있었다. 고고한 백조인 최모양. 한량처럼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이 대회를 보게 된 것이다. 보물지도와 몇 가지 힌트가 나와 있었다. 힌트를 모두 풀면, 보물지도에서 보물이 묻힌 위치를 추리할 수 있는 것이었다. 힌트는 무시무시하게 어려웠다. 김모군이 각 대학의 물리학, 수학, 공학, 미학, 통계학, 문학, 사회학, 역사학 교수들에게 이메일로 자문을 해가며 안배한 고난이도의 문제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최모양은 흥미가 동했다. 최모양은 머리가 좋은 것은 물론 호승심도 강했다. 10억이야 그렇다치고 이런 수준의 문제라면 도전심이 동하는 것이다.

최모양은 김모군이 남는 시간 머리를 짜내어 만들어낸 예술적인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갔다. 그리고 최모양은 그와 동시에, 같이 문제를 푸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답을 조금씩 공개했다. 멍청한 우민들이 이런 문제를 풀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모두 공개하지는 않았고, 쉬운 한 두 문제 정도는 알아서 풀어오길 기대하며 보물이 묻힌 곳에 그 누구보다 먼저 도착했다.

하지만 최모양은 보물을 바로 파내는 것은 따분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참가자가 올 때 까지 기다리기로 결정을 내리곤, 보물이 묻힌 곳 주변에 함정을 설치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 모든 함정을 돌파하고 오는 한 사람과 정정당당히 대결을 한다면 꽤 멋지지않겠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모양은 몇 일 간 함정을 설치했고, 거기서 수 일이 지난 다음에야 누군가 찾아왔다. 어떤 탐정이었다. 하지만 목이 매달려 죽었다. 다음은 형사였다. 추락해서 죽었다. 다음은 어떤 고등학생. 몇 개의 함정을 돌파해서 기대했지만 머리 부분이 돌에 으깨져 죽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도 몇 명 더 왔지만, 곧 즐비한 시체를 보고 모두 도망가버렸다. 사람들은 오지 않았다. 최모양은 한 숨을 쉬면서 10억을 꺼내기로 했다. 그렇게 머리 좋은 사람이 파묻은 것이니, 사실은 10억이 아니라 좀더 기대되는 물건을 숨겨두지 않았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꺼내서 보게 된 것은 얄짤없는 10억이었다. 최모양은 한숨을 쉬었다.

최모양이 생각했다.

돈이 생기니 이것도 문제다. 대충 세어보니 10억 가량. 정확히 세어볼까 싶지만 시간낭비다. 10억이 아니라 1억이라도 고민되니까.

이 돈을 어디다 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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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열린 판엽대에서 쓴 30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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