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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도시전기물

1.

어느날 알게 된 사실이지만, 나는 꿈속에서 미래를 본다. 다른 사람들이 흔히 ‘예지몽’ 이라고 하는 것인데,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다. 특별한건 좋은거니까. 그렇지만 시간이 갈수록 예지몽을 꿔도 별반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주 꾸지도 않는 이 꿈이 죄다 시덥잖은 것만 있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막연하게 길을 걷고 있는 꿈을 꾸는 것이다. 그러면 실제로 그날은 그 길을 지나, 한번 봤던 간판들을 보게 되는 것이다.

길을 지나는 꿈이 아니라 수업을 받고 있는 꿈을 꾸게 될때도 있다. 어떤 물건을 사게 되는 꿈도 있다. 어떤 소설을 보게 되는 꿈도, 어떤 영화를 보게 되는 꿈도 있다.

이 꿈들의 공통점이라면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예지몽을 꿔도 그런가보다 하고 생활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그러니까 어떤 영화를 봤는데, 이미 정해진 미래를 바꾸려고 하는 그런 영화였다. 생각해보니 나름대로 재미있을 법한 일인것 같아서 시도 해보기로 했다.

그런 생각을 한 뒤 내가 꾸게 된 꿈은(좀 이상하기는한데),

뱀꿈이였다.

2.

날씨는 추웠다. 그리고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시간. 숨을 몰아쉴 때 마다 날숨은 하얀 김이 되었다.

잰걸음으로 빠르게 길을 걸었다. 새벽이라 주위에 사람은 없었다. 거리를 지나 2차선과 4차선이 교차하는 사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길을 건너기 위해 잠시 도로의 좌우를 살폈다. 차는 없었다. 나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길을 좀더 걷다가 건물 사이로 난 골목길로 들어섰다. 골목길은 오르막 길이였고, 덕분에 힘들었다. 오를수록 경사가 급해졌기 때문에 주머니에서 손을 빼야했다.

오르막을 완전히 오르자 골목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앞엔 4차선 도로와, 야트막한 야산이 보였다. 산의 이름은 학산으로, 산의 모습에서 그 이름이 유래 되었다고 한다. 별로 동의하고 싶지는 않다. 어딜봐서 학이란 말이야.

나는 도로를 건너 산의 주위를 돌다가 산으로 향하는 길을 찾았다. 가끔 지나가는 길이라 쉽게 찾았다. 그리고 산을 올랐다.

자랑거리 없는 산이긴 하지만 운동 삼아 오르는 사람들이 있기에 길은 평탄했다. 그리고 산도 낮아 꼭대기까지 오르는 데에는 시간이 별로 들지않았다.

시계를 봤다.

6시 10분.

해가 뜨려면 30분 정도 남았다.

이곳에 온 이유는 새해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보통 새해 일출을 본다고 하면 동해로 가겠지만 나는 그럴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해는 여기서 보나, 동해에서 보나 똑같이 동그랗지 않나? 그리고 새해의 일출을 본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로 똑같다. 그러니 굳이 동해까지 간다는건 쓸때없는 돈 낭비다(물론 동해로 갈만한 돈도, 시간도 없다는 점은 넘어가자).

생각해보면 새해 일출도 여느날의 일출과 별 다를 바가 없으니, 일출을 보는것도 굳이 오늘이 아니라도 별로 상관없을지도 모르겠다. 1년이니, 1월이니 하는 것도 시간을 글자속에 우겨 넣은 것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대게 그렇듯 사람이 새로운 마음을 먹으려면 뭔가 색다른 준비가 필요한 것. 그리고 ‘수학 능력 시험’ 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마음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와서 ‘새로운 마음’ 을 이야기하는 건 에러사항이 있다. 남들은 중학생만 되도 수능대비니, 뭐니 하면서 문제지를 풀고, 학원에 가고 하는데. 나는 수능을 겨우 1년을 남기고서야 뭔가를 해볼 마음이 생긴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무생각없이 고등학교 2년을 보냈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중학교 3년이야 아무생각 없었지만). 나름대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서 그걸 해보겠다고 했는데. 으음. 어쩐지 마음이 서글퍼지니까 그만두자.

“그나저나…… 동쪽이 어디지.”

주위에 나무들은 키가 작고, 근처에 넙적한 바위가 있어 올라서면 주위가 탁 트이긴 했다. 덕분에 해가 나무에 가려지는 불상사는 없을 것 같았지만, 문제는 동쪽이 어디냐는 것이다.

한쪽만 바라보고 있다가 뒤통수에서 해가뜨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나는 잠시 고심하다가, 산의 정상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걷기로 했다. 피곤하기는 하지만, 얼토당토 않게 찍었다가 틀리면 산에 올라온 이유가 없으니까.

산 정상엔 별건 없었다. 아까 언급한 바위를 빼면 내가 올라온 길과, 산의 반대편에서 올라올 수 있는길. 그리고 자그마한 수풀뒤로 샛길도 하나 보였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 소풍도 오고 그랬던거 같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환경미화랍시고 쓰레기도 줍고…… 알게모르게 자주왔던 산이다. 그런데 자주 왔던거 치고는 별반 추억이 없는걸 보면 동네 뒷산 수준에서 벗어나지는 못하는거 같다.

뱅글뱅글 돌다보니 문득 이럴필요가 있나 싶어졌다. 시계를 보니 해가 뜨려면 좀더 시간이 남았다. 해가 뜨는 시간은 이미 확인하고 왔으니 벌써부터 이런 삽질을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멀뚱멀뚱 서있기는 머쓱해서 뭐가 없을까 해서 주위를 살폈다. 문득 유난히 나무들이 횡한 곳이 눈에 띄었다.

길이 나있는 완만한 경사의 반대편으로, 가까이 가니 5m정도의 낭떠러지가 있었다. 손전등을 이리저리 비춰보니 수북하게 쌓인 낙엽말고는 눈에 띄는건 없었다. 변변찮은 약수터도 없는 동네 뒷산에서 뭘 바라겠는가.

그렇게 생각하고 손전등을 거두고 돌아서려고 했을 때였다.

아주 약간이긴 했지만, 손전등 불빛이 뭔가에 반사된 빛이 눈에 들어왔다.

동전? 유리조각?

나는 의심되는 곳을 손전등을 비췄다. 절벽 안쪽에 뭔가 있는것 같았는데 잘보이지 않았다.

절벽아래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가는 동안에 해가 떠버릴 수도 있고, 몸을 조금만 숙여도 빛을 반사하는 물체가 뭔지 알 수 있을 터였다.

나는 낙엽이 쌓인곳에 손을 뻗어, 몸을 지탱하면서 몸을 숙였다. 드디어 뭔가가 보였다. 그런데 그와 동시에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투둑” 하는.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소리였다.

소리는 내가 짚은 낙엽더미 아래에서 났고, 나는 소리가 난곳을 확인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는데, 이미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악!”

퍽.

아, 내 인생은 이렇게 마감하고 마는 것인가! 5m높에서 상체부터 떨어졌으니 멀쩡할리는 없다. 분명 목이 꺾기거나 했겠지. 지금도 이렇게 목이 아픈걸보면 분명 목뼈가 부러졌을것이……

“……다? 어? 살았네?”

나는 바닥에 널부러진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목이 상당히 뻐근하긴 했지만, 내 목은 원래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었다. 떨어졌다는게 착각인가 싶어서 뒷쪽을 바라봤지만, 내가 떨어진 절벽은 내 의문에 긍정하듯 떡하니 서있었다.

떨어졌다는 건 확실했다.

바닥이 아무리 고운 흙이라도 이럴리는 없는데. 목뼈가 부러지는걸 원하지는 않지만서도, 내가 멀쩡하다는(목은 자꾸 쑤셨지만)게 의문이였다. 어떻게 된거지?

다시한번 절벽을 올려다봤다. 정확하게 5m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꽤 높은 높이에서 떨어진건 맞는데.

나는 낙엽덮인 바닥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발로 이리저리 낙엽을 헤집으며 땅바닥의 바닥을 드러나게 했다(표현이 이상한걸).

드러난 바닥을 본 나는 어이없는 감탄사를 뱉게 되었다.

“어랍쇼.”

낙엽이 치워진 바닥은 결코 그렇게 있을리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땅바닥을 이루고 있는건 진흙도, 자갈도, 바위도 아닌, ‘비늘’ 이였다.

그럴리가있나!

잘보니 바닥은 아주 느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제서야 아까전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진동이 느껴졌다. 마치 비늘을 가진 바닥은 숨을 쉬는 것 같았다.

비늘들은 반질반질해서, 손전등 빛을 조금씩 반사하고 있었다. 밝기로 봐서는 아까전 손전등 빛에 비춰진것도 아마 비늘인듯 했다.

나는 잠시 공황상태에 빠져서 비늘로 이루어진 바닥이 숨을 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바닥이 갑자기 움찔하고는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멍청하게 서있다가 움직이지 않는 땅으로 내려섰다(꽤 높아서 내려섰다기 보다는 뛰어 내렸다고 하는게 맞는거 같다). 그러는 와중에도 그 땅은 무빙 워크 처럼 스르르 움직였고, 그에 따라서 낙엽도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등뒤에서 느껴지는 끈적끈적한 시선.

굳이 비유를 하자면 혼자 방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 마치 등뒤에서 누군가가 노려보고 있는듯한. 그런 느낌이였다.

이 새벽에 이 산속에 누가 있을리가 없잖아?

이렇게 생각하고 돌아보려고 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생각은 분명 없다고 생각하지만, 괴상하게도 등 뒤에서 느껴지는 존재감은 사라지지않았다.

하지만 분명이 없을것이다. 눈으로 확인하면 간단하잖아?

나는 어쩐지 잘 돌아가지 않는 몸을 돌리면서 손전등을 의심되는 곳으로 비췄다.

그곳엔 거대한 뱀이 있었다.

3.

그렇다. 뱀이였다.

그냥 뱀도 아니였다. 굵기만해도 1m는 훌쩍 넘는 커다란 뱀이였다(아마 길이도 어마어마하겠지. 커다랗다는 수식어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뱀은 혀를 낼름 거린뒤 지긋이 노려봤고, 마치 말을 하듯 턱을 열었다.

꿈은 그것으로 끝이였다.

처음에는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고. 나만이 꿀 수 있는 그런 특별한 꿈이 아니라, 그냥 ‘진짜 꿈’일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 뱀꿈에선 보통의 ‘진짜 꿈’에서 느껴지는 그런 몽롱한 감각은 없었다. 오직 예지몽속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감각만이 있었다. 맴맴거리는 매미 울음이 울려퍼지는 오후의 숲속에서 커다란 뱀과 마주한다니. 그런 생생함이라니.

믿기 힘들었지만,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고민한 끝에 그게 오늘 일어날 일이란것을 믿기로 했다.

그래도 설마하니 평일날 숲속에 들어갈 일이있을까 했다. 그렇지만 그날은 우연찮게도 학교에서 환경미화 차원으로 학교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줍게 되어 있었고, 그 학교 주변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야산도 포함되어 있었다. 내 꿈이 미래를 맞췄다기 보다는, 마치 내 꿈에 맞춰 현실이 돌아가는 것 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럴리는 없지만.

여튼 여차저차해서 뱀을 만나게 되었다. 뱀은 날 보자마자 잡아먹으려고 달려들었다.

4.

뱀은 검정색의 맨들맨들한 비늘로 뒤덮여 있었다. 아니, 그건 둘째 치고 크기가 너무 컸다. 뱀은 나같은건 한입거리도 안될 정도로 컸다.

뱀은 날 노려보고 있었다.

무작정 뛰어가고 싶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저정도로 거대한 뱀이 존재 할 수 있는지 의문은 들지도 않았다. 눈앞에 있는데 의문이 들리가 있나. 굳이 비유를 하자면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다가 눈앞에 귀신이 나타난거랑 비슷한 상황이라 하겠다.

뱀의 머리는 소리없이 다가왔다.

차가운 눈동자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보였다. 그저 뚫어져라 쳐다볼 뿐.

그리고 뱀이 입을 열었다.

순간 후악하고 뱀의 입이 날 덮칠줄 알았다. 하지만 뱀은 내예상에서 한참 동떨어진, 말을 내뱉었다.

“아, 젠장. 넌 또 뭐야?”

어쩐지 맥이 풀리는 느낌이였다. 말도 하냐. 여튼 호의적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대화가 가능한듯 싶었다.

그나저나 어떤 대답을 해야되는거야.

나는 잠시 고민한 끝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김, 김이현인데요.”

뱀은 눈을 치켜뜨며-뱀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말했다.

“돌겠네. 누가 니 이름 같은게 궁금하다고 했냐. 어떻게 곤히자고 있는 날 발견했냐는거지.”

나는 머뭇거리다가-사람 몸뚱이 보다 큰 머리통을 가진 뱀의 앞이였다-그 경로를 상세히 말해줬다. 새해를 보러왔다. 해가 안떴더라. 기다리다 지루했다. 절벽아래에 뭔가 있더라. 실수로 떨어졌다. 죽는줄 알았는데 알고보니까 살았더라. 어찌된건지 보니 바닥이 수상하더라. 알고보니 뱀이더라. 그리고……

이상하게도 내가 이야기를 계속 할수록 뱀의 미간은 좁혀졌다-그런데 이렇게 표현해도 되는거 맞나?-.

“……어. 뭐 그렇게 되서. 지금 눈앞에 커다란 뱀이 있네요.”

이야기를 주절주절 하다보니 공포가 좀 가신듯 했다.

그나저나 뱀의 표정-파충류한테 그런게 있던가-은 그다지 좋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잠시 있다가 뱀은 저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그런건가.”

뭔가 고민하다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아낸듯한 표정이였다. 그런데 내가 뱀에게 만들어내는 고민이 뭐가 있는거지?

“저. 그런데, 뭐가 그렇다는거죠?”

“아냐. 몰라도되. 그나저나 니가 여기에 온걸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나?”

“아뇨. 없는데요.”

비밀이라기 보다는 굳이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달까.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뱀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그래? 다행이군. 산이 시끄러울 일은 없겠어.”

시끄러워지다니?

뭐가?

내 의문이 뱀에게도 내보여진건지 뱀은 혀를 낼름거리며 말했다.

“증거인멸을 위해서 죽어줘야겠다.”

아가리를 벌린 뱀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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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어반 판타지 쓰려다가 만 것.

판한대 때문에 시작하기도 했었다.

마침 생각났으니 시즈님에게 다시 한번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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