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도시전기물2
소녀는 수업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은 가득했지만 몸은 잘 따라주지 않았다. 사실 마음 깊은 곳에선 과연 공부를 해야될까 하는 의문도 있었다. 사춘기 소년소녀라면 누구나 할법한.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도 없고, 그저 나른한 봄날의 오후를 멍하게 보내고 있을 뿐이였다.
그러던 중, 유라의 눈 앞에 꼬리가 보였다. 교실 바닥에서 솟아난, 하늘하늘 흔들리는 꼬리.
소녀는 놀랐다.
“……어라?”
다만, 소리가 너무 컸다.
소녀의 얼빠진 소리에 교실의 아이들이 모두 소녀에게로 향했다.
선생님이 말했다.
“유라야.”
“에? 네?”
소녀는 꼬리를 멍청하게 보다가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오자 얼떨결에 반문했다. 마치 졸다가 깜짝 놀란듯한 모습이였다.
반 아이들의 웃음과 선생님의 한숨이 들려왔다.
선생님이 말했다.
“졸았니?”
“아뇨, 저 그게요. 저기 꼬리가…….”
“뭐? 꼬리?”
소녀는 흔들거리는 꼬리를 검지로 가리켰고, 반 아이들과 선생님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방정맞게 흔들 거리는 꼬리가 있었다. 하지만 꼬리는 소녀를 제외한 어느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않았다.
교실에서 누군가 말했다.
“유라야! 자면서 꿈꿨니?”
그 말에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교실을 채웠다. 선생님도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뒤로가서 잠깨고 들어오렴.”
소녀는 꼬리를 힐끗보며 뭐라 반문해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네에…….”
유라가 교실의 뒤로 향할 때 다른 아이들의 소곤거리는 목소리가 유라의 귀를 간질였다. ‘쟤는 도대체 왜 저래?’, ‘하여간 어리버리하다니까.’, ‘얼마나 정신을 놓고 살면 저럴까.’ 그리고 기타등등.
선생님이 눈치채고 아이들을 조용시켰지만, 유라는 이미 얼굴이 달아올랐다.
수업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유라의 눈에는 꼬리가 계속해서 보였다. 꼬리는 슬금슬금 움직여 소녀가 서있는 교실 뒷편으로 왔다.
꼬리는 새 꼬리도 아니고, 원숭이 꼬리도 아니였다.
도마뱀 꼬리였다. 삼각형 한쪽을 길게 늘린것 처럼 꼬리끝이 뾰족했다. 꼬리는 소녀를 놀리듯 소녀의 눈 앞에서 하늘하늘 흔들렸다.
소녀는 어쩐지 괘씸한 마음이들어 꼬리를 발로 찼다. 하지만 꼬리는 만져지지 않았다. 다만 꼬리는 소녀의 발에 반응한것인지, 흔드는 것을 그만두었다.
정신사납게 흔들리던 꼬리가 가만히 있자, 소녀는 고민에 빠졌다.
‘이 꼬리는 뭐지?’
보이긴 하는데 자기 혼자 보인다. 반응은 있는데 만져지진 않는다. 소녀는 좀더 고민하다가 환각 친구 되는 환시(幻視) 쯤 되려니 하고 넘어갔다.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였다.
그러다 수업에 신경을 기울이려던 찰나, 꼬리가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시멘트 바닥을 뚫고 나타났다.
소녀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꼬리가 있으니 몸통도, 머리도 있을게 당연했지만 등장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도마뱀은 소녀가 놀라든 말든 시멘트 바닥에서 어기적어기적 기어나왔다.
완전히 올라온 도마뱀은 크기가 꽤 컸다. 아마 꼬리 끝에서 코 끝까지 잰다면 1m는 넘을 것 같았다. 소녀는 도마뱀이 눈치채지 않도록 슬금슬금 피했다.
도마뱀은 이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입으로 쉭쉭거리거나, 날카로운 발톱이 시멘트 바닥을 긁을 땐 돌을 긁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아무도 고개를 돌려 교실 뒷편을 어슬렁거리는 도마뱀을 바라보지 않았다. 유라는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였다.
도마뱀은 뭔가를 찾는듯 고개를 길게 빼거나, 민감한 혀를 내밀면서 쉭쉭 거렸다. 그러다가 유라와 눈이 마주쳤다.
도마뱀이 말했다.
“찾았다.”
소녀는 기절할것 만 같았다.
하지만 금방 안정을 되찾았다. 아무리 크고, 시끄러워도 그걸 아는건 소녀 뿐이였다. 아무리 무섭든간에 거짓말로 이루어졌을 뿐이였다.
그렇지만 무서운 건 무서운 것이였다. 공포 영화도 거짓이였지만 소녀는 무서웠다.
소녀는 대책을 강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비명을 지를까?’
소녀는 교실을 둘러보곤 가로저었다. 도마뱀은 그녀에게만 보였다. 비명을 질렀다간 서서도 졸았냐고 놀림받을 것이다. 그리고 비명을 지른다고 뭔가 바뀔 것 같지도 않았다.
‘발로 찰까?’
이번에도 가로저었다. 환상이라면 만질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저 커다란 도마뱀은 자신의 조그마한 발로는 꿈쩍도 할 것 같지 않았다.
소녀가 고민하는 동안에도 도마뱀은 느릿느릿 다가왔다. 소녀는 다급해졌다. 그리고 보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저게 환각이라면 내 머리속에서 나왔겠지. 그럼 보다 무서운걸 상상하면 되는거야.’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소녀가 상상 하자마자 교실 벽을 뚫고서 거대한 손이 나타나 도마뱀을 잡아가버렸다. 도마뱀은 찍소리도 못했다.
소녀는 남몰래 한숨을 쉬면서 위기를 넘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였다. 소녀가 마음을 가다듬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을 때, 운동장엔 도마뱀을 뜯어먹고 있는 커다란 용이 앉아 있었다.
소녀는 순간적으로 도마뱀을 잡아먹을 보다 큰 도마뱀을 상상했던 것이다.
학교 만큼이나 큰 용은 도마뱀을 으적으적 씹으며 소녀와 눈을 맞추고 있었다.
소녀가 비명을 지를뻔 했지만, 때마침 종이 울렸다. 소녀는 딸꾹질을 하며 용을 바라봤다. 용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미 도마뱀은 목구멍으로 넘긴 모양이였다.
점심 시간이 되었을 때도 용은 운동장 한 가운데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학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했기 때문에 용은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 물론 소녀한테만 보였지만.
“유라야.”
“으, 응?”
소녀와 소녀의 친구는 교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식당은 운동장이 내려다보이는 별관 2층에 있었다. 덕분에 소녀의 눈에 용은 더 크게 보였다.
“뭘 그렇게 멍하게 보는거야? 창밖에 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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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릴킴님의 컬러 프로젝트 쓰려다가 만 것.
장편 예정이었는데, 아무 생각 없이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