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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판타지

그는 탁자에 앉아 있었는데,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검은색 로브와 후드를 벗지 않았다. 되려 여관 주인에게 선불로 여관비를 지불할 때나, 어린 소녀가 음식을 날라올 때는 후드를 푹 눌러썼다. 이상한 점은 더 있었다. 차가운 겨울산을 오르느라 지쳤을 것이 분명한데, 새하얀 김이 나는 따뜻한 음식을 빤히 내려다 볼 뿐 먹지 않는 것이였다.

결국 음식이 차갑게 식을 무렵 그가 말했다.

“주인장. 입맛이 없구려. 미안하게 됐소.”

여관 주인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괜찮다고 했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그가 ‘꽤’ 수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방으로 올라가기 전에 수상한 짓을 한번 더 함으로써 여관 주인으로 하여금 ‘너무’ 수상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가 말했다.

“본인의 이름은 세르크요.”

여관 주인은 ‘거 참 고풍스러운 이름이군요.’ 하고 말해주려다가 그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저의를 알지못해 망설였다.

그가 계속해서 말했다.

“아마 오늘 밤 본인을 찾는 누군가가 찾아올거요.”

“동행이오?”

“아니오. 하지만 그가 본인을 찾는다면 그를 이곳에 들이지 말고 나를 부르시오. 그를 이곳에 절대로 들이면 안되오.”

“그게 무슨 소리요? 혹시……?”

여관 주인의 눈에 의혹 섞인 눈빛이 서리자 그가 말했다.

“본인은 범죄자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일도 없소. 그도 본인과의 대화를 원할 뿐. 그를 이 곳에 들이지만 않는다면 이곳에 해가 될 일은 없을거요.”

말은 저렇게 했지만 큰 죄를 지은 죄인이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여관 주인은 그를 내쫒아버릴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듯 그렇게 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은 밤인데다가 눈이 몹시 내리고 있었다. 여관 주인은 스스로 인정 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건 상당한 문제가 되었다. 사실 이 산중에 위치한 여관에 이틀 만의 손님이라는 점도 적지않게 작용했지만 여관 주인은 ‘사람의 도리가 있지.’ 라고 생각할 뿐이였다.

여관 주인이 딸에게 잠자리에 들라고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관의 문이 열리며 세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여관 주인은 문득 문을 잠궜어야 했나 생각했지만 그와의 약속은 이미 잊혀지고 있었다.

꽁지 머리에 밝은 인상의 사내가 말했다. 그는 길다란 막대를 등에 매고 있었다.

“필요한 방은 2인실 하나와 1인실 하나 입니다. 지금 식사가 가능합니까?”

여관 주인은 가능하다고 말 하면서 다른 두사람을 살폈다. 한명은 꽁지머리 사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청년이 였는데, 정리되지 않은 검정 머리라서 깔끔하게 묶은 꽁지머리와 대조적으로 보였다. 다른 한명은 그 둘과 어울리지 않는 어린 소녀로 여관 주인은 자신의 딸과 나이가 엇 비슷할거라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는 동행이였다.

여관 주인이 식사를 준비해 왔을 때, 식탁에 앉아 있었던건 두 남자 뿐이였다. 여관 주인이 ‘숙녀분은?’ 이라고 말하려할 때 더벅머리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식사를 방에서 해도 괜찮나요? 일행중에 한명이 피곤해서 내려오기가 힘들다고……”

“그럼 방으로 식사를 옮겨 드리리다.”

“아뇨. 그 애가 낯을 좀 가려서요. 제가 들고 가겠습니다.”

여관 주인은 서스름 없이 그러라고 했지만, 접시를 들고가는 더벅머리의 뒷모습을 보면서 의문에 빠졌다. ‘피곤하다 한들 한층을 내려오는게 그렇게 힘든가? 그리고 음식만 가져갔다가 오는건데 낯을 가리든 말든 상관이 있나?’ 여관 주인의 의문은 가득해져 갔지만 풀어줄 사람은 없었다.

여관 주인이 언제나 처럼 카운터에 앉아 꾸벅꾸벅 졸 무렵, 더벅머리는 꽁지머리 앞에 되돌아와 수저를 들었다.

꽁지머리가 말했다.

“르얀 양은 괜찮습니까?”

더벅머리가 담담하게 수저를 놀리며 말했다.

“피곤해 보이긴 하지만 괜찮아 보였습니다. 이때 까지도 별 무리 없이 왔으니까요. 그런데 엔버 씨. 국경까지는 아직 멀었습니까?”

“코 앞입니다. 이 고개만 넘으면 평탄한 지형이니, 이틀 정도 뒤면 가닿을 수 있을겁니다.”

“다행이군요.”

“……다만,”

엔버는 말 끝을 흐리자 더벅머리가 의아해 하며 물었다.

“다만?”

“추적의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는 군요.”

“네? 그럼 다행인 것 아닌가요?”

“음. 글쎄요.”

“만약 걱정의 이유가 공화국이 무슨 수를 쓴게 아닐까 생각하신다면, 지나치게 넘겨 짚으신것 같다고 말씀 드리고 싶군요. 우리는 충분히 서둘러 왔고 공화국에서 예상하지 못할 만큼 멀리왔어요.”

“테르 씨 말대로 공화국이 아직 저희를 쫒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화국이 자신의 숙적이 발치에 있는데 느슨한 태도를 보일까요? 국경이 가깝긴 하지만 그때까진 주의를 늦추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하죠.”

테르는 그렇게 말했지만 쓸때없는 걱정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엔 공화국에서 일도 안벌였고, 꽤 비밀스럽게 행동했다(마지막에 꼬리를 밟힌건 문제였지만 고작 이틀 전이다.). 테르는 엔버의 신중함은 높이 살만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때, 문이 왈칵 열리면서 두명의 사람이 들어왔다.

피칠갑을 남자와, 그 남자를 부축하는 여성이였다.

남자는 반백의 중년이였는데 배에 커다란 상처를 한손으로 막아 누르고 있었다. 여성은 그런 남자를 부축 하고 있었는 데 숏컷에 허리엔 칼을 차고 있었다.

어쨌든 그들이 들어오면서 조용했던 여관은 신음 하는 남자와, 훌쩍이는 여자와, 당황하는 여관 주인의 목소리로 시끄러워졌다.

“무, 무슨 일이오? 어디서 이런 상처를?”

“모르겠어요. 페이르! 정신 좀 차려봐요!”

당황한건 그들만이 아니였다. 테르가 엔버를 보면서 말했다.

“어떻게 하죠? 분명 저 복장은……”

테르는 그들의 복장을 지적했다.

“……공화국의 관리군요.”

그들이 고민하고 있는 사이 시끄러운 소리에 일어났던 여관 주인의 딸이 끓인 물을 준비하러 들어갔고, 여관 주인과 남자를 부축하고 왔던 여성이 남자를 가까운 식탁 위에 눕혔다.

상황을 지켜보던 엔버가 말했다.

“일단 돕는게 좋겠군요.”

“네.”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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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의 후드가 어쩌고 하는 놈은 얼마전에 판단대에 쓰려다 말았던 그 해골 기사.

최초 등장 장면도 꽤 예전에 썼던 것 같다.

본격 판타지 소설을 쓰면 첫번째로 등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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