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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늘 없는 물고기

비늘 없는 물고기에 대한 소문이 돌았다. 서쪽 사람들이 해안가에서 죽어 있는 그 비늘 없는 물고기의 사체를 주웠다고 했다. 사실 비늘이 있고 없고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 물고기의 거대함이었다. 그 물고기는 그 어떤 짐승보다도 크고 살이 많아서, 서쪽 사람들은 한 달째 사냥도 하지 않고 먹고 마시며 바다신에 대한 감사 제사를 드리고 있다고 했다. 그 때문에 ‘작은발’이나 ‘뾰족코’ 같은 젊은이들은 우리도 태양신이 아니라 바다신에게 제사를 지내야한다고 했다.

늙은이들도 처음에는 젊은이들에게 헛소문을 퍼트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들은 서쪽 사람들이 안개가 자주 끼고 광활한 바다만 마주하느라 헛것을 자주보기 때문에 진실과 거짓을 섞어 말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작은발이 기어코 한 줌의 붉은 열매를 비늘 없는 물고기의 갈빗대와 바꾸어오자, 늙은이들도 태도를 바꿨다. 세워두면 작은발의 어깨에 다다를 정도였다. 그러면서 작은발은 이 마저도 중간 크기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흰머리만은 그 생선 가시로는 가죽도 못꿰어낸다며 핀잔을 주었지만, 다른 늙은이들은 서쪽 사람들이 보기와는 다르게 신의 축복을 받을 정도로 열성이었으리라 태도를 바꾸었다.

나는 족장과 이야기를 했다.

“뭔가 수를 써야하지 않습니까.”

족장은 벽을 보고 거울을 닦다가 거울만 들어 비추어지는 나를 보았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족장이 말했다.

“겁을 내지 않는군.”

“거기 있는 건 제가 아니니까요.”

“영혼이 담긴다고 비명을 지르던 게 아직도 기억나는데.”

나는 얼굴이 더워지는걸 느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온게 아닙니다.”

족장이 작게 웃었다.

“올 거라고 생각했었어. 네가 할 일이 있다.”

“어떤?”

“별 건 아냐. 비늘 없는 물고기에 대해서 ‘네 생각’을 이야기하는거야. 작은 물고기들은 비늘이 있다. 하지만 그건 몸을 묶어둔 것 처럼 괴로운 일이다. 비늘이 깎여나가는 물고기들은 원래 제몸보다 더 커지는 법이다.”

“그걸론 해결이 안됩니다. 그래서 바다신이 커다란 물고기를 선물로 보냈다고 생각하겠죠.”

“그거면 충분해. 빨간 눈한테는 그건 조화를 어긴 물고기라고 가르쳤거든. 두 이야기가 합쳐지면 결국 그건 바다신의 선물이 아니라 경고였다고 받아들이게 될거야.”

“그래도 불충합니다. 결국 서쪽 사람들은 배를 불렸고 낙엽이 떨어지는 때가 왔는데도 편하게 쉬고 있어요. 사람들은 이야기를 신뢰하지만 눈에 보이는 ‘진짜’만큼 믿지는 않아요. 서쪽 사람들에게 정말로 저주가 내려지지 않는 이상.”

“걱정마. 시킨대로만 해.”

작은 청동 거울에는 족장의 입꼬리가 보였다. 나는 족장을 믿기로 했다. 족장의 말이 틀린적은 없었다.

“그런데 비늘 없는 물고기는 정말로 그 이야기처럼 비늘이 없어서 거대한 것인가요?”

“눈이 내리는 때가 오면 가르쳐줄게. 그땐 시간이 많으니.”

족장은 다시 몸을 숙이고 거울을 닦기 시작했다.

나는 족장의 말대로 사냥을 나가는 길이나 배가 부르고 열매 삭힌 물을 마실 때, 잠을 자기 전 불티들을 별과 번갈아 보면서 비늘 없는 물고기에 대해서 말하곤 했다. 그 이야기는 빨간눈의 부조화에 대한 이야기와 엮이며 바다신의 저주가 되었고, 서쪽 사람들은 자신에게 찾아올 재앙도 모른채 쾌락에 취한 불손한 존재들이 되어갔다. 사람들은 남이 잘되면 축하하거나 부러워하는 것 보다 욕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다.

급기야 작은발이 비늘 없는 물고기의 갈빗대로 만든 창을 쓰다 상처를 입게 되자 바다신에 대한 이야기도 잦아들었다. 그것이야 우연이겠지만, 그로써 바다신에 대한 지향심 각자의 속내로 숨어들었다. 언젠간 다시 떠오르겠지만 지금처럼만 할 수 있다면야.

우리는 산지기를 쫓아낸 큰 동굴에서 겨울을 났다. 나는 족장에게 비늘 없는 물고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비늘 없는 물고기는 고래라고 한다. 서쪽 사람들이 고래에 대해 이야기한 것 중 틀린 것은 없다. 거대하고, 살이 많다. 고래는 종류가 많지만 작은발이 가져온 갈빗대로 봐서는 그건 흰수염고래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 고래보다 거대한 것은 이전에도, 이후로도 없는 거대한 생명이다. 고래에게 비늘이 없는 까닭은 본래 산짐승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물을 좋아해서 바다에서 살아가다 결국 물고기가 되어버렸다.

봄이 되자 서쪽 사람들과 다시 왕래가 생겨났다. 몇몇이 동굴로 찾아왔지만 보이던 얼굴들이 많이 없었다.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모두 죽었다고 했다. 고래 고기는 생각보다 빨리 썩었고, 사냥을 해야할 때 살이 무르고 배가 불러진 사냥꾼들의 수확이 적어졌다고 했다. 족장은 이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아무튼 그들은 고래뼈를 한 무더기나 들고왔다. 사람들은 저주받은 뼈를 보고 주저했지만 족장은 산신에게 공양을 올리면 오히려 기뻐하며 사용할 수 있게 될 거라 하였다. 사람들은 물 깊은 곳에서 단단하게 다져진 고래의 뼈로 무기를 만들고 더 쉽게 사냥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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