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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

“시간 있으면 나 좀 도와주게.”

한산한 하굣길을 터벅터벅 걷던 중 어두운 골목길에서 들려온 목소리였다.

집에 가봤자 잠자는 것 빼고는 할 일도 없었기에 나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누군가 가로등 빛이 들어오지 않는 그늘진 골목길에 서 있었다.

“무슨일이죠?”

“아 그게 말이지……”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말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네.”

나는 퍼뜩 떠오르는 단어를 외쳤다.

“기억상실증?”

하지만, 그는 손(어둠속이라 잘 보이진 않지만)을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냐. 그런 게 아냐. 나는 글자 그대로 내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네.”

“어? 그게 무슨 말이죠?”

“그러니까, 난, 사람이 아니란 말이야.”

나는 잠시 그를 뚫어져라 바라 봤다. 하지만, 그림자속에 있었기 때문에 그를 볼 수 없었다.

“가로등 아래로 나와보실래요? 그래야 보이겠는데.”

“그건 안 되는데. 가로등 불을 쬐면 죽는 병에 걸렸거든.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죽으면서까지 알고 싶지는 않아.”

“그럼 제가 좀 더 가까이 가볼게요. 손으로 더듬으면 뭔지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것도 곤란한걸. 누군가가 몸에 닿으면 죽는 병에 걸렸거든. 아까도 말했지만 죽고 싶지는 않아.”

그런 병도 있던가. 잠시 고민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니까.

“하지만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으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걸요.”

“으음. 그런가. 역시 그렇겠지?”

“그렇죠.”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그럼 내 이름으로 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을까?”

“이름을 알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죠. 제일 간단한 방법을 놔두고 헤맸네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내 이름은 ‘성 게’ 야.”

“성게요? 그럼 아저씨는 ‘성게’ 네요.”

“아냐. ‘성게’ 가 아냐. ‘성, 게’ 야. ‘성’ 띄우고 ‘게’.”

“……그게 그거 아니에요?”

“아니지! 내 이름이 성게면 나는 검고, 뾰족뾰족 가시난 그 ‘성게’ 겠지만, 내 이름이 ‘성, 게’ 라면 나는 옆으로 걸어다니면서, 집게발을 가진 그 ‘게’ 지. 보통 말하는 ‘꽃게’ 말이야.”

“아하. 그럼 아저씨 이름이 ‘성 게’니까, 아저씨는 ‘게’ 네요? ‘꽃게’.”

“아니. 또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이지. 사실 보통은 내 이름을 쓸 때는 성게라고 붙여서 쓴단 말이야. 성, 그러니까 패밀리 네임은 ‘성’ 이고, 이름, 퍼스트 네임이 ‘게’ 인 거지.”

“복잡하군요.”

“복잡하지.”

잠시 서로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지만, 공문서라던가, 공식적으로 자신을 소개할 때는 ‘성게’ 라고 쓰지 않아요? 공식적이니까. 결국 ‘성게’ 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만 내 친구들은 언제나 ‘게’ 라고만 부른다고. 친한 사람끼리는 보통 이름만 부르잖아. 퍼스트 네임말이야.”

“그럼 ‘성, 게’ 맞네요. ‘꽃게’ 요.”

“아니, 또 그렇다고 그렇게 해버리기엔……”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느 쪽을 하고 싶으신거죠?”

그는 고민하는듯,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글쎄에……. ‘성게’? ‘성, 게’?”

“그래서야 끝이 없잖아요.’

“그런가. 그렇겠지?”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부시럭 거리며 돌아섰다.

“어. 학생. 이제 들어가 봐야지(시간도 늦었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아무래도 내가 ‘성게’ 인지, ‘게’ 인지 알아보는 건 스스로 알아내는 게 좋을거같아.”

“네에…… 그럼 수고하세요.”

“그래.”

그는 골목길 사이로 사라졌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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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한 막장 습작.

읽는 이로 하여금 안드로메다를 눈앞으로 끌어들이는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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