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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 속

“후회는 하지 않아.”

“왜죠?”

“어차피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으니까.”

“글쎄요. 저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닌 사람도 있어. 아닌 사람이 더 많지.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만 하다보면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은 결국엔 아무도 하지 않을 거 아니야? 그건 필요한 일인데도 말이지.”

“그럼 남 좋으라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해야 되나요?”

“음. 예시를 바꾸겠어. 자기 인생엔 필요한 일인데도 하기 싫어하면 결국 사람들은 살지 못할 거야.”

“해야 할 일들은 하고 싶어지지 않나요? 먹고 싸고 자는 일이 싫어도 결국 사람이니까 하게 되어 있잖아요.”

“먹고 싸고 자는 일이 삶의 전부는 아니니까.”

“무슨 일이 있죠?”

“음. 친구에게 곤란한 부탁을 받았다고 생각해봐. 그건 정말 하기 싫은 일이지만, 절친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다면 그 일을 해야겠지?”

“글쎄요. 그건 결국 ‘절친한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아서’ 자기가 하고 싶어졌기 때문에, 하는 일 아닌가요?”

“네 말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있다는 말인가?”

“글쎄요. 마냥 좋기만 한 일들이 없을 뿐이라고 해두죠. 사람들의 괴로움은 늘 자신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상적인 길을 가지 못했다는 착각에서 온다고 생각해요. 이상적인 길이란 건 없는데도 말이죠. 늘 조금 더 낫거나, 덜 나쁜 길을 선택하는 게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해요.”

“네 말대로라면 인간의 선택은 늘 옳겠군. 후회해서는 안 되겠어.”

“아뇨. 후회도 따지고 보면 자기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후회라면 실컷 하라죠. 하지만 늘 옳다는 말은 맞는다고 생각해요. 돌아보면 실수였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 순간엔 그게 최적의 선택이었을 거에요. 후회해서 안 될 건 없지만, 굳이 후회할 필요도 없겠죠.”

“실수였다면.”

“예?”

“실수이거나 사고였다면. 다른 이가 강제로 그렇게 길을 텄다면. 선택할 겨를도 없이 휘말려 들어갔다면? 등을 떠밀려 늪에 천천히 빠져들고 있다면? 그럼 인간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한 것 아닌가.”

“물론이죠.”

“그럼 늘 옳은 선택을 하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순 없군.”

“그 말이 맞는 거 같네요. 하지만 그 실수와 사고와 강제에 머물러 있을 필요도 없죠. 늪에 빠지더라도, 발버둥을 친다면 그것으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 아닐까요.”

“끝내 살아나지 못하더라도?”

“예. 적어도 자기 운명의 주인이 자기였다고 할 수는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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