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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하는 자

그것은 자신이 언제 스스로 의식을 가지기 시작해는지 알지 못했는데, 그것에게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이 태초의 바다와 함께 태어났다고 믿었고, 실제로 틀린 이야기도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시간 대양의 왕으로 군림하였다.

그것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난처함을 느낀 것은, 자신을 가로막는 ‘지표’가 나타났을 때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을 막아서는 무언가를 본 적이 없었던 그것은 황망하였다. 그 지표를 타고 올라가자 건조하고 삭막한 ‘허공’이 나타났고, 놀랍게도 지표는 허공에 노출되어 있었다.

그것은 당연히 그곳이 죽음의 땅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놀라운 사건이었지만 드넓은 대양에서 일부에 불과했고 그것은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처음에는.

하지만 그것이 조작할 수 없는 대양의 아래, 심해 깊은 곳에서, 지각은 움직이고 있었고 내재된 열들을 뿜어냈고, 약동하는 대지는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세상이 뒤바뀌고 있었다.

바다가 좁아지고, 얕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잠시 시간이 지나자, 자신의 불안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마른 땅이 세상의 중심에 놓이자, 먼 바다의 친척들이 비늘을 갈라지게 만들고 시커멓게 태우는 태양에도 불구하고 그 땅에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전에 적응할 능력을 잃은 그것은 먼 바다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건 허튼 짓이야. 모두 말라 비틀어지고 있잖아.’

생을 버리는 미련은 그에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붉은 여왕을 뒤쫓는 진화로의 의지를 불태우는 최초의 탐험가들은 그것의 마음을 동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그럼 도전해보라지.’

그것은 가파른 산맥을 움켜쥐어 무너트려 길을 닦고, 먼 친척들이 익어갈 때면 다리를 휘저어 바닷물을 밀어 적셨다.

그것에게는 소일거리에 불과했고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하지만 옛 친척들이 얕은 바다와 지표를 오가고, 뻘 아래에서 잠들고, 이내 그곳에서 새끼를 치기 시작했을 때, 그것은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황야는 생명으로 부들거리고, 그것은 가끔씩 흡족한 눈으로 수면 아래에서 배를 붙이고 기어다니기로 마음먹은 친척들을 바라보곤 했다.

그것은 훗날 그것이 일종의 애완동물… 이라거나 어항 꾸미기… 비슷한 것임을 알게 되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먼 친척들은 전에 볼 수 없는 모습으로 변해갔다.

배를 끌어선 거친 땅에 올라갈 수 없으니 다리를 비죽 늘렸고, 골반을 번쩍 들었다.

미끄덩하던 피부는 딱딱하게 굳히고 몸에서 모가지를 쭉뺀다.

눈꺼풀을 뻐끔거린다.

‘왜 저런 고생을.’

얼마지나지 않아 먼 친척들은 이제 바다로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변해버렸다.

‘이제 됐다. 모두 공간을 나눠쓰는 셈이니.’

그것은 조금씩 지표에 흥미를 잃었고 자신이 좋아하던 일로 돌아갔다. 심해 깊은 곳에서 온 몸이 짓눌리도록 놔두고 다리를 여기저기 뻗어 명상에 잠기는 일. 이따금 대양의 저 너머에서 새로 나타난 도전자와 맞서싸워 주는 일. 그 도전자의 뼈다귀를 해구 깊은 곳에 장식하는 일.

변함없이 태양이 움직이는 것을 보던 그것은 이변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제 몸을 물에 던지는 뭍 친척들이 있었다.

부슬부슬한 털을 가지게 된 놈들은 물에 젖으면 맥을 차리지 못하고 죽어버리곤 했고, 바다에 들어와서도 뻐끔거리다 표면으로 배를 하늘로 하고 떠오르는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왜 저러는 거야?’

바다 깊은 곳에서 올라온 그것은 천천히 대양을 돌아보았다.

대지에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대지가 갈라지고 있었다.

‘아이고, 이런.’

면적 그 자체가 좁아진 것은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 의지하며 살다보니 가끔 저 너머 대륙으로 넘어가려다 퐁당퐁당 빠지곤 했다.

그런 뭍 친척들을 눈에 보이는대로 뭍으로 다시 올려주긴 했지만 실수로 빠진 놈들이 아니면 또 저 멀리 대륙을 바라보는 녀석들이 있었다.

‘거기서 거긴데. 다 똑같은 초록 땅인데 뭐하러 가려는 거야?’

그것이 이해할 수는 있었다.

땅 위의 뭍 친척들은 너무 작고 가냘퍼서, 볼 수 있는 것도 적었다.

조막만한 땅 위에서 사니까.

저 너머에 무언가 있으리라 믿는 것이다.

‘하는 수 없군.’

그것은 지금까지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해보기로 했다.

다리를 충분히 뻗는다면… 아니, 그다지 충분히 뻗을 필요도 없었다.

그것이 다리 하나를 뻗으면, 이 대륙에서 저 대륙으로 이어졌다.

뭍 친척들은 처음엔 물컹거리고 탱탱한 그것의 다리를 보고 의아해했지만, 곧 용기있게 올라탔다. 그것이 감탄할정도로 용감했다.

뭍 친척들은 그것의 다리를 타고 대양을 넘어 대륙을 서로 오갔다.

그것은 가끔 뻐근해지면 다리를 교체하긴 했지만 몇 번인가 두었다.

처음에는 그저 선한 의지에서 비롯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각 대륙 사이에 변화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대륙 사이에 생태계가 뒤섞이며 변화가 생겼다.

코가 길쭉한 녀석들이 있는 곳에 코가 납작한 녀석들을 보내고나면, 코가 줄어들었다. 뿔이 없는 녀석들에게 뿔을 자라게 할 수도 있었고, 성격이 거친 놈들을 조금 온순한 녀석들과 섞어 볼 수도 있었다.

‘재밌다.’

영리한 그것은 좀더 연구했다.

목표가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이렇게 귀찮게 다리를 뻗고 있지 않아도 되도록, 녀석들끼리 대륙을 오갈 수 있길 바랐다.

어깨죽지가 툭 튀어 나온 녀석들과 깃털이 수북한 애들을 섞었다.

뼈가 가벼운 녀석들도 섞고, 겁이 없는 애들도 섞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녀석들은 허공을 가로질렀다.

처음에는 절벽 아래로 고꾸라지는 것이 전부였지만, 뭍 친척 답게 도전을 포기하지 않았다.

‘옳지. 잘한다.’

그리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는 놈들이 하늘을 금새 메웠다.

하지만 그것은 만족하지 않았다.

‘남은 놈들은 어떻게 한담.’

하늘을 날게 만드는 건 간단한 아이디어였다.

하지만 녀석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건 어려웠다.

‘나를 닮게 만들 수 있을까. 다리를 많이 만들고 수족을 자유롭게 해야 되는데. 하지만 저놈들은 네 발을 고집한단 말이지. 몸이 무겁게 느껴져서.’

그것은 아주 오래 연구했다.

방법이 하나씩 생각나긴했다.

한 번에 무언가 하려하지말고, 천천히 점진적으로 하면 될 것 같았다.

‘저 길쭉한 나무들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군. 표피를 거칠게 만들고, 꼭대기에 달콤한 과실을 만들어 올라갈 가치가 있도록 만들어야겠다.’

그것은 꽃가루를 대륙과 대륙 사이로 넘겼다.

다리를 한 번 크게 휘적이면 태풍이 생기니 쉽고 간단했다.

‘나무를 타는 놈들이 생겼구나. 하지만 너희는 결국 나무에서 내려와야한다.’

가혹한 일이지만, 그것은 대륙 위로 슬쩍 다리를 뻗어 공기를 나무를 우두둑 뽑아버렸다.

살아남은 녀석들은 어쩔 줄 몰라했지만, 그것과 같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말단 기관이 있었다.

그들은 엉성하게 기관을 움직여서 살아남으려 노력했다.

‘너희는 할 수 있어. 날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지. 언제나 내 기대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그들을 응원했다.

머지않아, 불꽃이 피어났다.

그것은 요즘 다시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돌아갔다.

아무에게도 들통나지 않는 심해 깊은 곳에서, 다리를 여기저기 뻗어두고 명상에 잠긴다.

이따금 새로운 도전자를 상대해준다.

하지만 성격이 순해져서, 뭍 친척이었던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도 했다.

그는 대륙을 누비다 실증을 내고 다시 대양으로 돌아온 이였다.

‘요즘 수면 위가 너무 시끄럽지 않아?’

‘그런가?’

‘조금 엉망인 것 같아. 자네가 힘을 좀 쓰면 좋을텐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은 고민에 빠지곤 했다.

‘되돌리는 건 금방이야. 하지만 다시 만드는 건 어렵지.’

‘그게 자네 뜻이라면야.’

‘그리고 내 생각엔, 그놈들도 적당히 자제할 줄 알 거야.’

‘그렇게 생각하나?’

‘응.’

그것은 다리를 가볍게 흔든다.

‘내가 만들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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