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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쇠찾기

방을 탈출하고자 하는 소년이 여기에 있다. 방문은 굳게 잠겨있다. 소년은 자신이 방에 갇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그 때부터 그 방문을 열 열쇠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물론 열쇠가 방 안에 있을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그리 넓지는 않지만, 창고 처럼 수많은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는 이 방에서라면 무엇이라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년은 그때부터 물건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상자에는 물건이 많았다. 첫 상자에는 장난감이었다. 말을 하고 움직이는 로봇, 수 많은 옷가지와 예쁜 소녀 인형, 뽀송뽀송한 동물 모습의 솜 인형들. 소년은 배게삼아 쓸 솜 인형들을 한 켠에 박아두고 상자를 치웠다. 소년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다음 상자에는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다. 부지직 거리는 고장난 TV, 윈도우 95가 간신히 깔린 컴퓨터, 너트와 볼트로 어설프게 만들어진 철제 책장, 한 쪽 다리가 흔들거리는 접이식 탁자. 그나마 말짱한 낚시 의자. 그리고 그런 것들. 쌓인 상자들을 제외하면 소년에게 허용되는 공간은 많지 않았다. 소년은 필요한 몇몇을 제외하고는 치워 버렸다.

세번째 상자에는 책들이 들어 있었다. 백과사전 세트였다. 백과사전 안에는 수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소년은 일단 방 속 보다는 백과사전 속에서 열쇠를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공교롭게도 누군가의 괴악한 장난인지, 백과사전의 페이지는 순서대로 나열되어 있지 않았다.

첫 페이지는 ‘로봇’ 에 대한 설명이 이어져 있었고, 소년이 아무렇게나 몇 십 페이지를 넘기자 ‘인형’ 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소년은 열쇠를 찾기 위해 몇 번인가 더 뒤적거렸지만 나오는 것들은 ‘TV’, ‘컴퓨터’, ‘책장’ 따위였다. 소년은 어이없어하며 책을 덮었다. 소년의 머리 위쪽에 달린 작은 창문에서 빛이 세어 들어오고 있었는데, 노란 달빛이었다. 소년은 힘들어 낚시 의자에 앉아 쉬면서, 창 밖을 바라봤다. 언제쯤에야 나갈 수 있을까?

소년은 문득 달에 대하여 찾고 싶었고, 백과사전을 찾았다. 소년이 곧장 페이지를 넘기자 ‘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위성의 의미, 달의 자전주기, 달의 공전주기, 달의 수명, 달의 탄생설, 탈이 가지는 의미, 달력이 만들어진 계기, 월식과 일식, 태양, 태양과 태양계, 태양계의 별들, 금성, 수성, 지구, 지구가 푸른 별로 불리는 이유, 지구의 생물들, 생물의 분류, 동물, 식물, 인간,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에 대한 철학적 사유, 인간이 만들어낸 학문들, 철학, 과학, 열역학 제 2법칙, 엔트로피, 우주의 종말, 열평형 우주, 마지막 질문, 아이작 아시모프……

소년은 피곤해서 눈을 들었다. 창 밖으로 달이 보였다. 소년은 중얼거렸다. 달은 늘 한 면만 보여주지. 달의 뒷면은 볼 수 없어. 하지만 아폴로 16호는 달의 궤도를 돌면서 사진을 찍었고 달의 뒷면을 볼 수 있게 되었지. 벌써 초승달이군. 책을 보기 전 까지는 보름달이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지난건가? 인간도 물리 법칙에서 벗어날 수는 없군. 상대성이론에 이렇게 걸려들다니.

소년은 하하하 하고 웃었다. 피로가 풀린 소년은 다시 상자들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벽걸이 TV와 모뎀 사용이 가능한 윈도 XP 컴퓨터 - 소년은 비스타의 호환성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 따위를 가지고 싶었다. 상자는 소년이 원하는 것이라면 모조리 뱉어냈다. 소년은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잡다한 쓰레기는 분해하거나 짜뿌러트려 창문 밖으로 버렸다. 몇 일간 따스하게 누워잤던 곰 인형도 있었다. 바닥은 건조했고, 잠은 딱딱한 곳에서 자는 게 건강에 더 좋다.

소년은 작고 반짝 거리는 열쇠를 발견했지만, 방의 부피를 차지한다는 것을 깨닫고 창 밖으로 버렸다. 열쇠는 아주 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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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 판한대 시간 남아서 쓴 것.

30분 정도 걸렸다.

주제는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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