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와 마왕
마왕은 잘려나간 어깨를 붙잡으며 한발짝 물러섰다. 그는 사납게 용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이렇게나 날 방해하는거지! 아직도 나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나!”
용사는 검을 휙 휘둘러 검 위로 흐르는 피를 흩뿌렸다.
“말했지않나? 나는 네놈 이야기따위 관심없다고.”
마왕은 이를 악물고 발을 굴렀다. 그러자 바닥에서 검은 가시가 용사를 향해 쏘아져나갔다. 용사는 달려드는 가시를 가볍게 쳐냈다. 튕겨진 가시는 궤도를 바꾸는 동시에 두갈래로 나뉘어져 다시 용사에게 향했다. 용사는 달려드는 가시에게 검을 휘두르는 대신 왼손을 펼쳐보였다. 가시는 순간 연기를 내며 불타올랐다.
용사는 일그러진 마왕의 얼굴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마왕이 말했다.
“나의 계획만 완성되면 세상은 평화로워진다! 지금의 상처는 위대한 미래에 대한 자그마한 도약에 지나지않아!”
용사는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마왕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마왕은 계속해서 말했다.
“인간은 악하지. 하지만 내가 만든 이 시스템이라면 완벽해…… 멍청한 인간들의 어줍잖은 환상이 아니란말이다!”
용사의 발에 뭔가 채였다. 잘려나간 마왕의 팔. 손에는 길다란 스태프를 움켜쥐고 있었다. 용사는 걸리적거리는 그 팔을 발로 걷어찼다.
“……그래, 완벽하지는 않을지 몰라.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세계보다는 분명 행복해질 수 있다고. 그것 만큼은 장담할 수 있어. 변수에 대한 파악도 차후 100년 까지는 완벽하게 짚어냈다고.” 마왕은 가까이 다가선 용사를 보면서 마른 침을 삼켰다. 입안이 메말랐다. “……너의 검만 돌아선다면 그런 세계를 만드는 것도 꿈이 아니야! 아니, 지극히 현실적이지. 그래. 약간의 오차만 수정한다면……”
잠잠히 듣고 있던 용사는 순간 마왕의 목을 쳐냈다. 마왕의 피가 용사의 몸을 덥혔다.
용사는 바닥을 구르는 마왕의 머리를 보면서 말했다.
“보장된 왕좌와 엄청난 금화. 그리고 왕국의 아름다운 공주. 너는 그런것을 나에게 약속할 수 있었나?”
용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만약 네가 그런것을 약속했다한들 소용없었겠지.”
용사는 검집에 칼을 꽂아넣으며 말을 마쳤다.
“세상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것 보다, 너를 죽이는게 훨씬 쉽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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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은 용사 밥’ 모티브를 차용한 엽편.
주제는 ‘유토피아’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