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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 만 것: 제물

내가 말했다.

“퓨전?”

친구 A가 말했다.

“하이브리드?”

친구 B가 말했다.

“제물.”

A와 나는 B를 흘겼다. B는 담담한 얼굴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A와 나도 다시금 고개를 떨구었다. 우리는 식판을 보고 있었다.

식판엔 이것저것 담겨져 있었다.

일단, 빵이 있었다. 밥은 어디가고 빵이 있단 말인가? 보통 햄버거 빵이라고 부르는, 표면에 버터인지 뭔지 발려져서 꽤 맨들맨들한 그 빵이었다. 사실 그렇게 나쁜건 아니었다. 빵은.

그리고 야채가 있었다. 손질의 흔적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이파리 몇개가 반찬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멀리 있는 자리에서 누군가 우적우적 씹어먹는 모습을 보았는데 마치 한마리 아둔한 초식동물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국 자리에 ‘그게’ 있었다. 그러니까, 그거. 퓨전인지 하이브리드인지. 뭔지.

일단 나는 탕 속에 닭다리가 들어있으므로 그건 닭죽의 일종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A는 닭다리는 우연히 탕속에 빠진 것 뿐이며, 누르튀튀한 색과 진하기로 보아 스프가 당연하다는 논변을 했다. 나는 한 보 물러서, 사실 이것은 닭죽이 아니라 삼계탕으로 보이며 아마 식당에서 건강과 맛을 생각해 카레를 첨가했을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실수로 일천개 가량의 닭다리를 국통에 빠트릴리는 없지 않겠느냐 말했다. 그러자 A는 이때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아 식당에서 학생들의 건강과 맛을 지켜줄리가 없고, 냄새로 미루어볼 때 이것은 분명 호박스프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런고로 닭다리는 분명 실수일 것이라 말했다. 일전의, 팥이든 찹쌀떡을 미역국에 넣었던 사건을 예로 들었다.

그 쯤 지겨워하던 눈치를 보이던 B가 조심스럽게, 두 음식을 합친 음식이 아니겠느뇨, 말했고 A와 나는 동시에 말했다.

“퓨전?”

“하이브리드?”

친구 B가 말했다.

“제물.”

뜬금없잖아. 제물이라니. 맥이 탁 풀렸다.

어이없는 식단이 다시금 눈앞에 보였다.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A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거 신고해야되는거 아니야?”

내가 대꾸했다.

“어디에?”

“교육청이라던가…….”

“그럼 식당 아줌마들 한테 먼저 이야기해야되는거 아냐?”

A는 눈을 깜빡였다가 손가락으로 급식대로 가리켰다. 나는 돌아봤다. 이미 수 많은 아이들과 아주머니들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돈내고 이런걸 먹으라고 줘요?” “먹기 싫으면 먹질 말던가!”

나는 다시 식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교육청에 신고하는게 낫겠다.”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했다. 식판 위의 사정은 날이 갈 수록 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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