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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코

“‘오를라’들이 도시로 들어왔다는 소문이 있어.”

남자의 말에 여자가 반문한다.

“그게 진짜야?”

“진짜냐고 물어도… 모르지 우린.” 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귀울였다. “오를라라고. 시각 왜곡 피부를 체내 전지와 결합해 영구적으로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들. 이렇게 큰 도시에서 옆에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어? 당장 우리 뒤에 있을지도 모르지.”

“왜 왔다는데?”

“얼마전에…” 사내는 단 둘만인 바인데도 눈치를 살핀다. “총독 각하의 애첩이 죽었잖나?”

“아, 그 고추 큰 흰둥이? 맨날 아랫도리 두툼하게 드러내고 다니고. 근데 걔가 뭐 대단한 애였나? 언더월드 출신 랩퍼였다고 들었는데.”

“아, 걔가 중요한 건 아니야. 중요한 건 걔한테 총독이 오를라를 두 놈이나 붙여놨었더군.”

“미친. …아니지. 그런데 그 흰둥이는 왜 죽었어?”

“그게 문제인 거지. 그 흰둥이를 지키던 오를라 두 놈도 죽어서 발견 된 거야.”

“거짓말.”

“이 두 눈으로 직접 봤지.”

“세상에. 머리에 남아있어?”

“그럴리가. 관리감독관들이 내 머리에서 지워버렸지. 하지만 그걸 봤던 당시의 충격은 메타 데이터로 남아있어.”

“위험 한 거 아냐?”

“아냐. 놈들이 깜빡했을 뿐이지. 나는 나름 연구 인력이라고. 언더 애들마냥 북북 지우면 곤란하지.”

“그럼 한 번 보자고.”

여자가 남자의 브릿지를 당겨 자기 브릿지에 꽂아넣는다.

“오… 굉장한데. 도대체 오를라들은 어떻게 생겼었기에…”

“아무튼 오를라의 진짜 생김새는 기밀 중의 기물이니까.”

“그런데 오를라가 어떻게 죽지? 폭탄 같은 걸 터트린 건가?”

“아니야. 원시적인 도구였어. 내 기억에 생긴 모습 자체가 남아있진 않지만… 내가 볼 때는 분명 찢어지고 짓뭉게졌다는 그런 인상이 남아 있거든.”

“그래?”

남자는 무심하게 연결된 브릿지가 은근히 불쾌했는지 뽑아낸다.

“메타 데이터를 분석해봤더니 붉은색으로 찰흙 덩어리를 엉켜둔 것과 비슷한 인상이더군. 물론 훨씬 더… 감정적 동요가 덜하지만.”

“흥미로운걸. 그걸 조사했단 말이야? 아무튼 오를라들도 사실은 살덩이들이란 말이지?”

“아마 그렇겠지? 게다가…”

“게다가?”

사내는 고민에 빠진 것 같다.

“이것 참. 나 오늘 위험한 이야기를 좀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뭐 어때. 자네랑 나 뿐인데.”

“바텐더가 있잖은가?”

“깡통이야.”

“깡통?”

“약인공지능. 마인드가 없지.”

“아아. 저장장치는?”

“나 ‘찌짐이’ 있어. 나갈 때 살짝 손만 봐주면 돼.”

여자는 주머니에서 매끈하게 생긴, 하지만 치명적으로 보이는 두 개의 앞니가 튀어나온 단말기를 꺼내 보여준다.

“그런 걸 들고다니나?”

“뭐 어때? 이렇게 흔적 지우고 다니면서 총독 끄나풀들이 안 붙는 게 중요하지.”

“그건 맞는 말이야.”

“게다가 오를라가 둘이나 죽어서, 다른 오를라들을 도시로 들였다니. …아무튼 더 아는 건 없나? 방금 뭔가 말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남자는 잔을 들고 잠시 침묵한다.

“음, 글쎄.” 자신이 술에 취해 실수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 아무튼 그놈의 정체에 대한 웹의 소문 정도 기억나는군.”

“그놈?”

“총독 애첩과 오를라 둘을 죽인 놈 말이야.”

“아아, 그렇지. 도대체 놈은 뭔가? 오를라를 죽일 수 있다고? 제국 내에 그런 능력을 가진 놈들은… 거의 없을텐데. 아슈트리에의 기사들? 아니면 오를라들을 컨트롤 하는 데몬? 연합의 단죄자들?”

“없지. 그네들도 오를라와 일 대 일로 비교하긴 아쉬워. 오를라는 가시광은 물론이고 자외선 적외선 싹다 차단하면서 열차폐까지 완벽하니까. 연합에선 정말 존재하는지 조차 의문이라지 않나? 제국의 특수공작부대를 그렇게 부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하지만 제국이 반란군 없이 유지되는 이유가 다 오를라 덕 아니겠나? 보이지 않는 눈들이 보이지 않는 손으로 보이지 않게 일을 처리하니까.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

“그럼 놈은? 놈은 어떻게 오를라 같은 걸 죽인 거지?”

“소문이야. 소문이지만… ‘되찾은 오를라’라고 불린다더군.”

“무슨 말이야?”

“오를라가 본래 인간이란 이야긴 들어봤지?”

“그렇단 말은 하던데. 하지만 생긴걸 모르니 알 수가 있나?”

“아무튼 온갖 개조와 투약으로 뇌를 박살을 내놓는데도, 이론적으로 의식이 남아있거나 되돌아올 가능성이 존재한다더군. 오를라는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야 하는데, 그럼 그 기본적인 구조까지 바꿀 수는 없단 거야. 아직까지 존재했다고 알려진 적은 없지만, 만약 존재하게 된다면 자신을 오를라로 만든 제국과 오를라 그 자체에 대한 증오를 가지고 있을테니까. 그놈이 오를라의 숙적이 될 거라고 말이야.”

“흥미롭군. 하지만 그건 이유는 설명해도 방법을 설명 못하지 않나?”

“그건…”

남자는 또 아까처럼 입을 닫는다.

고민이 많아지는 질문인듯 하다.

느닷없이, 남자가 코를 킁킁 거린다.

“왜 그러나?”

“그 저…”

남자는 창백한 안색으로,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야?”

“무슨… 향기가 나지 않나?”

“뭐? 나는 아무런 냄새도 안 나는데.”

“냄새가 아니라 향기야. 분명 맡으면 기분이 좋다고 느낀다고.”

“술에 절어서 코가 어떻게 됐나보군. 그 향기가 뭐 어떤데 그래?”

“이 향기 분명…”

“분명?”

남자가 긴장 때문에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남자는 텅빈 바 내부를 황급히 이리저리 돌아본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듯 하다.

“오를라에게서 나던 향기야.”

“오를라의 향기?”

“그래. …술을 좀 많이 마셨는지도 모르겠군. 이, 이제 집에 가봐야겠어.”

“왜 말을 하다말아?”

여자가 남자의 손목을 붙잡는다.

남자가 거칠게 떼어낸다.

여자는 놀란 눈이었다가 다시 사근사근하게 군다.

“알겠어. 갈 거면 가. 하지만 괜찮으면 내가 좋은 술 하나 살까 하는데?”

“음…”

남자는 다소 진정이 되었는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여자가 바텐더를 부르고 술잔이 채워진다.

여자가 말한다.

“그래서, 오를라에게서 향기가 난다고?”

“‘되찾은 오를라’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하지. 그런데 오를라끼리도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는 문제가 있고.”

“그래서?”

“그런데 이 이론 자체는 엄청 오래 되었단 말이지. 심지어 오를라라는 게 만들어지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해. 생체 전지는 독특한 구조 화합물로 만들어지는데 이걸 만들때 다른 호르몬이 독특한 ‘향’을 만들어 낸다는군. 그래서 첫 오를라 연구에 참여했던 유전학자 하나가 자신에게 의뢰 오는 크리스퍼 차일드의 유전 정보에 그 향을 맡을 수 있도록 조작을 했다고 해.”

“아아. 그럼 그 크리스퍼 차일드의 유전자는 우리 제국의 유전자 풀에 잠겨들었고?”

“그렇지.”

“그럼 아주아주아주… 낮은 확률로, 그 크리스퍼 차일드의 자손 중에 누군가 오를라로 변하게 되면…”

“예의 오를라 사냥꾼, 이른바 ‘증오의 코’가 되는 거지.”

“그게 정말이라면, 오를라는 그 자체로 자신의 숙적을 타고 난 셈이군 그래.”

“맞아. 이렇게 단단한 제국도 사실 그 기반이 완벽하진 않다는 말이지.”

여자는 술잔에 입을 가져갔다가, 나긋하게 말한다.

“그런데 그 향기, 아직도 나나?”

“응? 그런데?”

여자가 웃는다.

“그래. 너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거든. …붙잡아라.”

그 말에 남자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른다.

보이지 않지만 꽈악하고 졸리는 몸체.

남자가 벌벌 떨며 비명을 지른다.

“컥! 오를라…!”

“아, 빌어먹을 이 ‘향기’라는 건 데이터에 남질 않는단 말이야. 인간 후각이란 게 대단할 게 없으니 정보값으로 인상적으로 남지 않는 모양이지. 그래서 나 같은 몸이 일일이 너 같은 걸 찾아다녀야 한단 말이지.”

“너, 넌 도대체…?”

“아, 니 친구를 찾고 있나? 유감이군.”

여자의 머리 뚜껑이 열린다.

안에 또아리틀고 있던, 무족영원을 닮은 민둥하고 길쭉한 무언가가 몸을 들어올린다.

남자가 눈을 부릅뜬다.

“…데몬!”

“하, 몸좀 옮겨 다니기로서니, 사람을 악마라고 부르고 다니니.”

데몬은 여자 머리 안에서 미끄러져나와 남자의 머리에 맞붙는다.

데몬에 붙어있던 작은 촉수들이 칼날로 형상변환하며 남자의 머리를 외과수술해서 산채로 따버린다.

“친구처럼 조사에 협조 좀 하라고.”

남자의 비명이 터져나오지만, 그리 길지는 않다.

남자는 산채로 뇌를 해부당한다.

남자는 의식을 잃은 듯 보이다가, 데몬이 천천히 머리통 안에 자리를 잡자 눈동자게 제 빛을 찾는다.

남자는 이마에 흐르는 피와 뇌수를 가볍게 닦아낸다.

“별 건 없군. 다 말했어. 하지만 ‘냄새’를 맡았다는 건 돌연변이 유전자가 퍼지기 시작했단 말이군. 오를라, 이놈의 데이터를 검색해서 관련된 유전적 지인들을 모두 찾아 죽여라. 나는 이것도 처리하고 저 깡통도 처리하고… 오를라?”

나는 깡통이라고 불리는 바텐더 로봇을 밀치고 바를 넘는다.

그러면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지 느껴지지도 않지만, 진득한 향기를 내뿜고 있는 오를라에게 달려든다.

반면에, 놈은 내가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놈에겐 코가 없으니까.

오를라를 박살 내는데는 3초면 충분하다.

붉은 찰흙처럼 금새 비참해진다.

데몬은 엉뚱한 곳을 바라본다.

데몬은 머리통을 슬쩍 따고 꽁무니를 뺄 준비를 한다.

“넌… 너는… 오를라다. 명령을 들어야 해.”

그 말은 틀렸다.

나는 오를라가 아니다.

나는 되찾은 오를라, 오를라 사냥꾼, 증오의 코.

오를라 사냥만으로 내 존재를 증명한다.

기회를 엿보던 데몬이 남자의 머리에서 튕겨져 나간다.

나는 그대로 붙잡아 반으로 찢어죽인다.

데몬은 다소 꿈틀거린다.

더이상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완전히 뭉게둔다.

데몬에게서는 아무런 향기도 나지 않는다.

풋풋한 악취.

더이상 자리에 남아 있을 이유를 찾지 못한다.

체내 기관들이 사냥으로 잠시 지저분해진 표피를 정리한다.

나는 비존재를 수복한다.

바를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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