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의 위치(位置)
우리 수사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원했다. 자꾸자꾸 생기는 악마들을 하나하나 잡는것 보다는 지옥에서 지구로 향하는 문을 틀어막는게 더 효율적일거라 생각한 것이었다.
물론 이제야 이런 생각을 떠올린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수사대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차출되는 수사대원보다 악마에게 죽어가는 수사대원이 더 많았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했다.
어쨌든 우리는 지옥의 입구, 지옥의 위치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고민을 한다고 답이 나오지는 않았다.
고문헌과 위서를 들여다봐도 지옥의 위치는 어디에도 나와있지 않았다. 물론 막연하게 지하라고는 하지만, 어디 땅을 파서 지옥이 나오나? 이미 과학으로 지구의 차원은 모두 밝혀졌다. 지옥은 ‘다른 곳’에 있는게 분명했다.
그럼 어떻게 지옥을 찾는가?
간단했다. 악마에게 물어보면 된다.
우리는 사로잡은 악마중 첫번째 악마에게 지옥의 위치를 물었다. 악마는 있을 수 없는 교활함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옥? 지옥은 더럽고 추잡하지. 온갖 것들이 썩어들어가면서 다시 타오르지. 거기가 지옥이다.”
심문을 맡은 수사대원과 나는 서로 멍하게 바라봤다.
내가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말했다.
“우리는 지옥의 위치를 물었지 지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고 한적이 없어요. 지옥은 어디있죠?”
“흐음. 안됬지만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 내가 가진 권한의 한계거든.”
악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게 확실했다. 그는 진실의 원이라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할 수 밖에 없는 원 안에 서있었으니까. 우리는 첫번째 악마를 죽이고 두번째 악마를 불러들였다.
“지옥이 어디있냐고?”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불필요했다.
“지옥은 모든 곳에 있다. 모든 것이 지옥이지. 도로의 거리, 성당의 길다란 의자, TV의 화면 속, 그리고 너의 그림자 뒤까지 말이지.”
나는 뒤를 돌아봤다. 자그마한 책상과 널부러진 고서들. 난잡하게 뭔가가 쓰여진 서류들. 그런 서류중 일부가 처박혀있는 쓰레기통.
나는 다시 악마를 보면서 말했다.
“너무 관념적인 대답이네요. 좀 더 구체적인 답을 원합니다만. ……예를 들면 9와 3/4 승강장이라던가.”
악마는 의아스러운듯 날 바라봤다가 말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권한은 여기까지야.”
우리는 두번째 악마도 죽이고는 세번째 악마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세번째 악마는 작고 예쁜 소녀의 모습이었다.
세번째 악마가 말했다. 악마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지옥의 위치가 궁금하다는거구나?”
잠깐 침묵. 내가 무어라하기전에 악마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지옥으로 가는 입구가 궁금하다는건, 지옥과 통하는 입구를 막아서 악마가 지구로 오는걸 막겠다는 심산이겠지. 흐음. 좋은 생각이야. 나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거든.
그러니까, 우리 일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수사대 녀석들의 기지만 찾아낸다면 한번에 쓸어담을 수 있을텐데하고 말이야.”
협박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안심했다.
진실의 원은 한번 들어가면 스스로는 무슨 일이 있어도 빠져나올 수 없다. 시험은 해보지 않았지만, 아마 신이라 하더라도 들어간다면 혼자서는 나오지 못할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하세요. 우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었으면 합니다.”
“아아. 그래. 지옥이 어디있느냐고 물었지? 심문은 내가 첫번째인가?”
“세번째입니다.”
“앞에 녀석들이 무어라고 했지?”
문득 그녀가 제대로된 답변을 하지않고 있다는걸 깨달았지만 그냥 순순히 대답해주기로 했다. 나는 앞에서 심문했던 악마들의 대답을 알려주었다.
세번째 악마는 이야기를 다듣고는 피식웃었다.
“뭐야, 다 들었잖아?”
“무슨 소리죠?”
“힌트는 전부 줬는데. ……너희 수사대 녀석들은 머리가 나쁜건가.”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빨리 대답을 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네네. 대답하지. 머리가 나쁘니 직접 알려줄 수 밖에.
앞에서 녀석들이 말했지만 지옥은 더럽고, 추잡한데다가 어디든 있지. 네 녀석 뒤에도 있군.”
나는 흠칫해서 뒤를 돌아봤다. 아까와 같은 풍경. 달라진건 없다. 악마의 장난.
“당신 말고도 악마는 여럿있어요. 이런식으로 나온다면……”
“거 참. 내가 거짓말을 할 수 있나?”
……뭐?
잠시 혼란에 빠졌다. 세번째 악마는 지금 진실의 원안에 서있는데?
그 틈에 악마는 계속해서 말했다.
“지옥은 모든 곳에! 그래. 천국도 모든 곳에 있지. 더러움과 역겨움, 신성함과 깨끗함은 모든 곳에 있어. 하지만 모든 곳에 더러움과 깨끗함이 같은 비율로 있는건 아니잖나? 그렇지?”
나는 다시 뒤를 돌아봤다. 그래. 쓰레기통이 있다.
이미 쓰레기통에서는 시커먼 손이 삐죽 튀어나오고 있다. 수사대원이 잽싸게 손을 휘둘렀지만 악마가 나타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악마의 손에 잡힌 수사대원의 목은 시커멓게 썩어들어갔다. 썩은 계란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그 악마를 곧바로 처리했지만, 다시 튀어나오는 수 많은 악마들을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새카만 손길들이 내 몸을 덮쳐갈 때, 세번째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게, 깨끗이 좀 살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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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악마!
시간초과를 안했다는 점에서 대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