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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색 내과 좀비

좀비가 두려운 존재가 되었다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좀비에 대항하기 위한 제대로 된 도구들이 발명되면서 좀비는 일반인들도 손쉽게 제압할 수 있게 되었다. 커다란 이지창은 좀비에게 물리지 않으면서 좀비를 넘어트리거나 묶어둘 수 있는 도구였다.

다만 그렇게 잡은 좀비를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라 할 수 있었다. 불로 태우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지만 이내 그것이 좀비로 인해 붕괴된 인프라에서 너무 소비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좀비에게서도 쓸모를 찾아야만 했다.

좀비에게 운동 기능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가치가 있지 않았다. 좀비는 사람의 말을 듣지도 않고,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도 않았다. 좀비는 앞으로 나아갈 수만 있다면 다리가 아니라 기어서라도, 길 수 없다면 몸을 꿈틀대면서도 나아가지만 그런 방편으로는 일관된 기술적 방법론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내구도도 너무 약했다.

하지만 한 내과의사가 좀비의 쓸모를 찾아냈다.

좀비는 죽은 상태이지만 음식을 먹고 소화한다. 그말인 즉 내장기관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말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내장기관의 주인은 죽은 상태다. 그 말인 즉, 내장기관을 주인에게서 떼어낸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그 기능을 제대로 해낸다는 말이었다.

물론 좀비의 내장이라는 것은 백색의 뿌옇고 멀건한, 창백하다고까지 할 수 있는 모습으로 속부터 썩어가고 있으므로 그 모양과 실제 정도가 과히 좋다고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적당량의 알코올이 포함되면 위험한 수준의 세균과 박테리아를 처리할 수 있었고, 그 내장의 쓸모에서 그런 부분은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었다.

이를테면 산을 분비해내는 좀비의 위장은 그대로 잘려진 뒤 펼쳐져 쓰레기처리장 바닥에 넓게 깔렸다. 이 강력한 산성 물질 제작 공장은 자산가 거주구의 쓰레기들을 남김없이 녹이고, 덩달아 자산가들이 공동체에 쓸모 없다고 여겨지는 기타 부산물들; 이를테면 쓸모를 다 한 애완동물이나 정부, 자산가 거주구를 호시탐탐 노리는 기자들의 흔적도 손 쉽게 녹여냈다.

좀비 대장은 훌륭한 수분 흡수 장치로, 같은 부피의 스펀지보다도 세 배는 많은 양의 물을 저장했다. 물론 이 물은 차후에 식용수로 쓸 수 있지만 그 물은 충분히 소독되는데다, 좀비 내장을 이용하는 자산가들은 딱히 마실 일이 없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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