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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유 세계 연대기

山이 움직인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 산림국 측정 길이 800km의 거산이다. 산은 東에서 西로, 움직인다.

기실, 움직인다는 표현도 옳지 않는 것 같다. 산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산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무 개가 넘는 발이 지면에서 떼어졌다가, 허공을 가르고, 다시 바닥에 붙이는 일련의 걷는 동작을 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멀리서 보는 산은 구름이나 시침 보다도 느리다.

너무 느리기 때문에 산은 종종 살아있는 생물처럼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의자나 석상처럼, 죽은 나무와 돌을 자르고 부수어 인간의 뜻대로 다듬은 무생물같이. 인위적인 모습의 차이가 있겠지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더 커 보인다.

그런 생각은 지금처럼 아주 멀리서 볼 때 더 굳어진다. 산에 박힌 나무와 돌덩이가 흐릿하게 보여지지 않고, 그저 검푸른 실루엣만 남길 때.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몸 곳곳에 박혀 하늘빛을 투영시키는 영롱한 눈동자와, 이따금 멈춰서서 광야의 흙을 삼키는 거대한 파충류形의 입을 보노라면, 역시 산은 살아있음을 알 수 있다.

“잘 봐두세요. 들풀 씨.”

오른편에 있던 기후국 조정부서의 2팀 팀장 청노을이 말했다. 山步風에 긴 고동색 머리칼이 뒤로 흩날리고 있었다. 흩날리는 모래에 대비한 고글이 잘 어울린다.

그 아래로 마른 입술이 움직인다.

“저 산은 처음으로 당신이 죽이게 되는 산이 될 테니까.”

다시 산으로 고개를 돌린다. 몇 분간, 끈기 있게, 올라와있던 첫 번째 다리가 바닥으로 내려서는 모습을 본다. 몇 초 후, 둔중한 진동이 땅으로 느껴진다.

내가 말했다.

“의외로군요.”

“무엇이 말입니까?”

노을이 나를 봤다.

“조정부서 들어오기 전에, 거기 사람들은 죄다 감정이 메말랐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거든요.”

“그건 결과만 놓고 보는 외부 사람들의 오해죠. 살아있는 걸 멀쩡한 정신으로 죽일 수는 없다. 마음이 쇠처럼 차갑고 단단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죠?”

“뭐어… 네.”

노을의 입이 빙긋 웃는다. 고글의 유리가 빛을 반사해 눈은 보이지 않는다.

노을이 말한다.

“들풀 씨가 관측부서에 들어가고 싶어했다는 것도, 조정부서를 탐탁찮게 생각한다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조정부서는 들풀 씨가 생각하는 곳 처럼 삭막한 곳은 아니에요. 어쩌면 산이 살아있다는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곳일지 모르죠. 산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직업이니까요. 登山을 하는 직업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도 한 자리가 비는 거 알죠?”

몰랐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네.” 겨우 그정도 밖에 없었나.

노을이 계속 말했다.

“도축 같은 일과는 달라요. 그건 먹기 위해서 죽이는 일이니까. 산을 죽이는 건 나무나 돌을 죽이는 것에 가깝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보면, 먹는 것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을 뿐이지 나무를 죽이고, 돌을 죽이고, 산을 죽이는 일 모두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죠. 산을 죽이지 않으면 북부의 찬바람에 벼들이 얼어붙거나, 남부의 장마전선이 올라와 홍수가 날지도 모르니까요. 흔하진 않지만 산이 마을을 덮치는 걸 막기 위해서 산을 죽여야할 때도 있죠. …어쩌다보니 변명처럼 되어버렸네요.”

“아뇨. 그런 생각은….”

“아뇨. 맞아요. 필요든 아니든 무언가를 죽이는 걸 좋은 일이라곤 할 수 없죠. 그렇기 때문에 들풀 씨에게 저 산을 잘 봐두라고 말한겁니다.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산을 죽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겠어요? …미안해 하는거죠. 무정하게 바라보는 게 아니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존중으로 그들을 대하는 겁니다. 그들이 살아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해내는 겁니다.”

노을은 다시 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해가 진다. 산은 해가지는 서쪽을 향해 걸어간다.

내가 뒤늦게 대답했다.

“알겠어요.”

─

마냥 이런 소설을 줄줄이 써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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