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잡이
나는 요즘 황새를 잡고 있다. 황새잡이가 불법이라는 건 나도 알고 있다. 특히나 동쪽에서 아이를 싸맨 보자기를 물고 있는 황새를 잡는건 특히나. 물론 나는 동쪽에서 날아오는 황새는 잡지 않는다. 나는 내가 잡아야할 황새, 그러니까 의뢰 받은 황새만을 사냥한다. 그도 그럴것이 요즘 황새들은 점점 더 교활하고 야비해져가고 있다. 창문을 부리로 비집어대고 두터운 장막 너머로 고개를 들이밀고 밤이고 낮이고 남녀 한쌍의 연인을 찾아 두리번거린다. 남남도 여여도 아닌 남녀 한쌍을 찾아서. 그리고 발견했다 하면 피부색 머리색 눈색 잘 기억했다가 두 사람에게 적절한 아기를 동쪽에서 집어다가 보자기에 잘 싸서 물어다온다. 그토록 주의를 기울였는데도 황새는 두 사람에게 준비할 시간도 없이 아기를 물어다주는 것이다. 황새 때문에 사랑하는 사이임에도 멀찍히 남인척 떨어져 지낸다는 이야기는 요즘엔 우스개도 아니다. 그래서 나같은 황새잡이가 있는 것이겠지. 나는 연인을 발견한 황새의 사진을 전송 받으면 주변 일대를 돌면서 황새를 기다리다가 쏘아죽이고 그 증거를 찍어 보내면 돈을 입금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단속이 심하지만 다행히 아기를 물고 있는 황새가 아니라면 황새잡이 자체는 그리 큰 죄가 아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부쩍 황새잡이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새잡이가 너무 잦아져서 이대로 계속 가다간 700년 뒤 황새 씨가 말라 더이상 아기를 물어다줄 새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어느날은 죽은 황새를 등에 몇마리나 메고 가는데 누가 등뒤에서 불렀다. 단속반인가 싶어 뜨끔했지만, 팔뚝에 완장을 차고 있는 황새잡이를 반대하는 자치단체 회원이었다. 처음에는 그냥 그러려니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꽤 긴 논쟁이 되었다. “이봐요, 황새잡이 씨. 세상에 황새가 다 죽어 아기를 아무도 물어다줄 수 없게되면 어떻게 되겠어요? 네?” 사실 나는 말이 궁했다. 나는 내가 잘못된 일을 하는게 아닐까하는 양심의 가책을 가지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말이나 하기로 했다. “우리가 동쪽으로 가면 되지 않을까요?” “동쪽이요?” 그는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싶은 모양이지만 나는 말해놓고 보니 그럴듯하다 싶었다. “동쪽에선 아기들이 계속 나오지 않을까요? 동쪽엔 뭐가 있죠?” 그는 얼떨껄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동쪽으로 갈 수 있었고, 우리가 했던 말들이 생각보다 본질을 잘 짚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때쯤(그러니까 700년이나 앞당겨서) 황새는 멸종했고 우리에겐 황새가 단 한 마리도 필요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