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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셋이 있다면 싸움이 일어나기 어렵다. 보통의 경우, 둘이 싸우면 하나가 말리기 마련이니까. 물론 둘과 하나가 싸우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해볼 때 이경우도 어렵다. 넷이나 다섯 쯤 되면-적어도 셋까지만 되도 다구리=린치=집단폭행 같은 상황을 떠올릴 수 있지만 둘과 하나는 미묘하게 짝이 맞질 않는다. 그렇담 남은 상황은 1:1:1 정도인데, 척봐도 알겠지만 이 경우도 쉽지가 않다. 굳이 떠올린다면 둘이 임시로 동맹을 맺어 강한놈 하나를 다구리=린치=집단폭행 한 뒤, 둘이 남으면 서로 싸운다, 같은 상황을 생각할 수 있지만 결론적으로 1:1:1의 싸움이 아닌, 2:1의 상황에서 1:1의 상황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셋이 있다면 싸움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말이다. 특히 1:1:1은 더욱 더.

세상일이 늘 그렇듯 확률과는 무관한 일들이 종종 일어나곤 한다. 산술적 계산 다 빼놓고 생각하면 순간순간이 모 아니면 도, 삶 아니면 죽음 아니던가. 매번 삶 속에서 살아오는 기적을 겪다보면 별난 일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일이 그렇다.

어디부터 볼까? 오른쪽? 왼쪽?

왼쪽 부터 보자.

단순하게 금발머리라고 부르겠다. 그래. 내 왼편에 서 있는 여자는 금발머리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예전에는 나의 애인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다음엔 오른쪽. 슈츠를 멋지게 빼입은 중년 남자. 뭐라고 부를까? 그의 직업은 형사다. 형사. 괜찮군. 심심한 맛이 있지만, 그냥 형사라고 부르겠다. 그는 나를 잡기 위해 왔다.

나는 어떤가? 남자다. 아마 까치 머리가 눈에 뜨일 것이다. 외관적으로 너절해보이는 것을 빼면 그럭저럭. 하지만 범죄자다. 보기와는 다르지. 내 총알은 많고도 많은 머리를 꿰뚫었다. 그 총알은 금발머리의 오빠 머리도 꿰뚫었다. 그 경우는 솔직히 오해와 사고였지만 그녀에겐 고의보다 못했을 것이다. 나는 그가 금발머리의 다른 애인인줄 알았으니까.

그녀의 경우 당장에라도 날 쏴 죽여버리고 싶겠지만 아마 좀 곤란할 것이다. 그녀가 날 쏘면 형사가 그녀 자신을 쏠테니. 금발머리는 예전에 형사의 딸을 납치한 경력이 있다. 그리고 딸은 죽고 말았다. 범죄자의 연인은 당연히 범죄자 아니겠는가. 고의가 아닌 사고로 알고 있긴 하지만, 이 경우 또한 형사에겐 고의든 아니든 상관없을 것이다.

그의 경우에도 당장에 그녀를 쏴 버리고 싶겠지만 마찬가지로 곤란하다. 내가 있으니까. 나는 범죄자고, 잡혀가고 싶은 생각이 눈꼽만큼도 없다. 형사가 금발머리를 겨누는 순간 내 총구도 형사를 향할 것이다. 그 사실은 형사도 잘 알고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는 자비를 배워본 적이 없다.

금발머리는 혼란할 것이다. 복수를 할 것인가, 복수를 막을 것인가.

형사도 혼란할 것이다. 범죄를 저지를 것인가, 범죄를 막을 것인가.

나도 혼란하다. 살 것인가, 살 것인가.

셋 사이로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삼각형의 꼭지점에 선 듯 엇 비슷한 거리를 둔 셋은 눈동자를 굴려가며 서로의 모습을 살폈다. 총은 이미 쥐고 있다. 어디를 향하느냐를 아는 순간 내 총구의 방향도 정해져야한다. 문자 그대로 1:1:1.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의 정답을 알고 있다.

나는 손에 든 총을 바닥에 던졌다.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두 사람의 눈빛, 그리고 번쩍이는 두 사람의 총구. 총소리는 거의 동시에 들려왔다. 쓰러진 것은 형사. 승자는 금발머리. 금발머리는 피가 흐르는 어깨를 부여잡으며 나를 보았다. 깜짝 놀란 그 표정이, 날 기쁘게 했다.

나는 숨겨뒀던 두번째 총으로 금발머리를 쏘았다.

“금발머리, 안녕.”

뭐, 사기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총을 두 자루를 들고 있었던건. 하지만 어찌됬든 1:1:1 아니었나? 아니라고? 맞는 말이다. 1:1:1이라기 보다는 1:1의 상황을 유도하고, 하나가 남으면 다시 1:1 상황에서 승부를 보는거니까. 그래. 1:1:1이라고 보기엔 힘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셋이 있다면 싸움이 일어나기 힘든 법이다. 특히 1:1:1은 더욱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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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갤 전투씬 대회-라는 판한대 사촌 동생 뻘 되는 당일치기 대회에 쓴 글.

‘싸우는 묘사는 곧 죽어도 못합니다’ 하고 쓴 느낌이라 조금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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